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漢詩 & 漢文&漢文法

뽕나무 그늘에서 오이 심는 손주

by taeshik.kim 2018. 5.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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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시, 계절의 노래(24)


여름 시골 온갖 느낌[夏日田園雜興] 일곱째 


[송(宋)] 범성대(范成大) / 김영문 選譯評 


낮엔 나가 김을 매고

밤에는 베를 짜고


시골에선 아이조차

집안 일 맡아 하네


어린 손주 아직은

밭 갈거나 길쌈 못해


뽕나무 그늘에서

오이 심기 배우네. 


晝出耘田夜績麻, 村莊兒女各當家. 童孫未解供耕織, 也傍桑陰學種瓜. 


(2018.05.07.)



시골에서 자라면 어려서부터 자연스럽게 집안일을 도우며 농사를 배운다. 꼴 하고, 김매고, 피 솎고, 나무하고, 보리 베고, 감자 캐고, 고추 따고, 소 먹이고, 모심고, 나락 베고, 지게 지고, 타작하는 등등의 일을 몸에 익히면서 자란다. 


쟁기질은 남자로서 마지막에 익혀야 할 일인데, 쟁기의 무게와 소의 힘을 적절하게 다룰 수 있어야 하므로 대개 10대 후반에서 20대 초반이 되어야 배울 수 있다. 나는 대학 들어간 후 선친께서 편찮으실 때 휴일에 잠시 쟁기질을 배웠지만 익숙하게 하지는 못했다. 그 때는 나중에 다시 배워보리라 생각했으나 소위 학자로서 길을 걸으면서 쟁기질에서 영영 멀어졌다. 하긴 지금은 경운기나 트랙터가 쟁기질을 대신하는 세상이니 굳이 쟁기질을 배울 필요도 없다. 


베 짜기도 여자가 배워야 할 농사의 마지막 일이었다. 베틀에 앉아 부테허리를 지탱하며 발에 끌신을 신고 용두머리에 매달린 베틀신대를 마음대로 당길 수 있어야 하므로 어른이 되어야 배울 수 있었다. 어릴 때 어머니께서 베를 짜는 걸 본 적이 있지만 누나나 누이동생은 학교 졸업 후 도시 생활을 했기에 베 짜기를 배우지 않았다. 쟁기질이나 베짜기는 우리 부모 세대에서 전통이 끊긴 셈이다. 


어릴 때는 일고여덟 살만 돼도 소소한 농사일은 도울 수 있었다. 지금은 어느 시골이나 거의 고령의 노인들만 농사를 짓는다. 뽕나무 그늘에서 오이 심기를 가르칠 만한 손주들은 모두 도시의 학교와 학원을 전전한다. 저분들이 다 돌아가시면 우리 농촌은 어떻게 될까? 나 자신도 귀향하지 못하는 형편이면서 부질없는 걱정만 앞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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