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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SAYS & MISCELLANIES

고라니 멧돼지와의 사투

by taeshik.kim 2018. 9.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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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추밭에 등장한 이것이 무어냐니 마미가 이르되..소리내는 기계란다.
낮엔 가만 있다가 밤이 가까워지는 오후 다섯시 이후엔 빽빽 소리를 지른단다.


그 배추밭 옆  짜투리 땅에다간 메밀을 좀 뿌렸다. 저 멀리 파란 망이 보인다.


다시 그 옆 고구마 밭은 반짝이 허수아비 천지다.
은빛이다. 태진아 송대관 합동 공연장 같다. 


전쟁이다.
사투다.
고라니, 노루, 멧돼지와의 사투다. 이들이 논밭으로 침투해 숙대밭을 만들어 놓는다. 박정희 시대 산림녹화 사업이 성공하면서 전 국토가 급속도로 밀림이 되었다. 

흔히 근간적(나는 '대책없는'이란 말로 자주 쓴다) 환경론자들은 짐짓 동물편에 서서 하는 말이 인간이 그네들 영역에 침투하는 바람에 저들이 농토와 민가를 습격한다 하는데 이 역시 개소리라. 

입맛 때문이다. 초식성인 고라니와 잡식성인 멧돼지가 수풀 우거진 늦봄 그곳을 버리고 여름 초가을에 고구마 메밀 배추밭에 출몰하는 까닭은 못된 버릇 때문이다. 산에 먹을 것이 없어서 내려오겠는가? 수퍼마켓 편의점 터는 도둑에 지나지 않는다. 동물 주체적인 시각은 동의하나, 그 어떤 경우에도 그들의 행위 침략을 정당화하는 논리를 나는 궤변으로 본다. 

태초에는 인간과 동물이 각자 영역을 지키며 잘 살았다는 주장은 환상에 지나지 않는다. 인간이 언제나 동물 영역에의 침략 성향을 보이듯이, 동물 역시 언제나 인간 영역을 호시탐탐 노리며, 언제나 침략을 일삼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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