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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위 母本 화랑세기(花郞世紀) 필사본>

실을 의미하는 糸(실 사)가 그 글자 의미를 한정하는 부수로 들어가 있는 데서 엿보듯이 '紀'라는 말은 본래 그물 주둥이를  오므려 조는 '벼리'를 의미한다. 이 벼리를 꽉 조으면, 전체를 갈무리한다. 

이 글자는 아울러 記와 같은 발음, 같은 뜻으로 기록하는 일을 의미하기도 한다. 《사기색은(史記》에서 '本紀(본기)'라는 말을 설명하기를 "紀者, 記也. 本其事而記之", 다시 말해, 이 경우 紀는 기록한다는 뜻이다. 그 사실에 바탕을 두고 그것을 기록하는 까닭에 본기라 부른다고 한 것이 그 증거다. 소위 말하는 기전체(紀傳體) 역사서에서 재위한 왕 순서를 따라 일어난 주요한 일들을 요약한 부분을 본기라고 한 까닭은 그것이 기전체 전체 역사서에서 벼리, 곧 가장 중요한 축이기 때문이다. 

이런 紀를 응용한 말 중에 '세기世紀'가 있다. 이 경우 이 말은 '世記'와 같다. 그렇다면 世紀 혹은 世記는 무슨 뜻인가? 순차별 전기라는 뜻이다. 순차는 무엇인가? 시간을 축으로 삼아 먼저와 나중을 구별하되, 먼저 해당 직책에 있던 사람 혹은 사건은 앞세우고 뒤따르는 사람 혹은 사건은 나중에 쓰는 방식으로 정리한 기록을 의미한다. 

같은 맥락에서 '세가世家'라는 말이 있다. 기전체 역사에서 이는 왕대별 주요 사건 일지다. 중국과 같은 천자국에서는 천자의 순차별 사건 일지를 본기(本紀)라 하고, 제후국별 사건 일지는 세가(世家)라 해서 구별하지만, 피장파장 똥끼나밑기나 같은 말이다. 

삼국사기는 백제 고구려 신라 삼국 왕대별 사건일지를 본기라 했지만, 조선초기 고려사를 정리할 적에는 천자한테나 쓰는 본기라는 말을 쓰는 일은 참람하다 해서, 왕건 이래 마지막 공양왕에 이르는 사건 일지는 세가라 했다. 

《화랑세기(花郎世記)》가 있다. 《삼국사기》 김대문 열전에 그가 지은 책 중 하나로 등장한다. 한데 그것을 베꼈다고 간주되는 남당 박창화 필사본에는 그 제목이 《화랑세기(花郎世紀)》다. 둘 사이 표기 차이를 민감하게 반응하는 이도 없지는 않은 듯하나, 피장파장 같은 말이다. 

<화랑세기 필사자 남당 박창화>

이 《화랑세기(花郎世記)》가 명칭으로 보아 화랑들의 열전일 것이라는 점에는 이견이 없었다. 하지만 그 재출현 이전에 그것이 화랑의 '순차별 전기'일 것이라고 예상한 사람은 없었다고 단언해도 좋다. 제목만 봐도 《화랑세기》는 화랑들의 단순한 열전이 아니라 화랑을 순차로 역임한 자들의 전기다. 실제로 드러난 《화랑세기》도 풍월주라고도 한 우두머리 대표 화랑 생애를 순차적으로 전기다. 이는 초대 위화랑 이래 진공에 이르는 역대 풍월주 32명 전기다. 

《화랑세기(花郎世記)》 진위 문제를 논할 적에 하필 '世紀'인가는 이만큼 중요한 잣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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