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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재현장

경험있는 기관이 대가야 왕릉을 파야 한다?

by taeshik.kim 2018. 8.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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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대가야고분 발굴현장>


근자 문화재 소식을 훑어보니, 대구경북 지역에 기반을 둔 어떤 언론에서 고령 지산동 대가야고분 발굴업체 선정이 잘못되었음을 질타하는 보도가 있었음을 보았다. 무슨 내용인가 본즉슨, 지역에 대가야고분 발굴경험이 많은 발굴조사 전문기관이 많은데, 그런 경험이 전연 없는 타지 발굴업체가 조사기관으로 선정되었느냐는 비판이었다. 


〈대가야고분 '잘못된 발굴입찰' 한 목소리〉라는 제하 이 보도에 의하면, 경북 고령군이 지산동 고분군을 구성하는 대가야시대 무덤 중에서도 604호분이라고 명명한 대가야 후기 왕릉급 고분을 발굴키로 하고, 그 조사기관을 최근 공개입찰한 결과, 공개입찰이라는 제도 함정을 뚫고서 "왕릉급 고분 발굴 경험이 없는 외지 기관"이 선정됐다는 것이다. 


보도는 나아가 "왕릉급 고분발굴 경험이 많은 다수의 발굴기관을 제쳐두고 경험이 일천한 외지 기관이 맡으면서 잘못된 결정이란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고 하면서, 보도에 동원된 어떤 '고분연구 전문가'는 "자격있는 곳 어떤 곳이라도 와서 하면 된다는 그런 식으로 국비를 쓰는 것은 맞지 않다. 유사한 사례가 전국에서 동시에 행해지고 있다"고 했다는가 하면, 실명으로 등장한 어떤 고고학도는 "조사를 잘 하기 위한 좋은 행정은 경험이 많고 충분하게 훈련된 조사 주체가 발굴을 할 수 있게 도와주는 것이다. 그러나 지금 현행의 전국 입찰로서는 이런 것들을 제도적으로 막을 수 없다"고 말한다. 


그렇다면 조사기관 선정은 어떻게 진행되었을까? 보도에 의하면 5억원 이상 용역사업이라 지역제한이 불가능해 전국 입찰을 실시한 결과 빚어진 현상이라 하거니와, 박일찬 고령군 학예연구사는 이 인터뷰에서 "5억이 넘는 학술연구용역 예산으로는 지역을 제한을 둔다든지 이렇게 하기 어렵고 실질적으로 전국 입찰을 통해서 계약을 할 수 있다"고 말한다. 


금액이 일정액 이상이라, 전국단위 공개입찰을 할 수밖에 없었고, 그리하여 문제의 기관이 선정됐다는 뜻이다. 지역에 기반을 두었고, 그런 까닭에 지역 여론에 민감할 수밖에 없는 언론이 이런 지적을 하는 일은 언뜻 무리라거나 문제라고도는 생각할 수는 없다. 그런 까닭에 보도는 "하지만 중요한 유적이니만큼 제한입찰로 발굴 경험이 많은 기관으로 입찰 자격을 제한했다면 깊이있는 조사가 가능하다는 지적이다"는 소위 지역 여론을 전달한다. 


이를 둘러싼 전후 사정을 좀 더 내가 알아봤다. 문제의 고분조사는 충청도에 기반을 둔 충청문화재연구원이 공개입찰을 통해 따갔다. 입찰 제시금액이 5억원 넘었는지 어땠는지 알 수는 없으나, 대략 4억5천 정도에 응찰한 이 연구원이 조사기관으로 선정됐다. 조사기간은 실조사일수 기준 80일이라 한다. 요새 대통령의 가야사 연구복원 지시에 응해 가야사 관련 돈이 좀 풀린 모양인데, 뭐 볼짝없이 이만한 조사비를 재정 사정이 넉넉할 리 없는 고령군에서 자체 조달했을 리 만무하고, 국비 지원일 것이다. 다시 말해 국민세금일 것이다.(혹 이 대목 내가 잘못 안 사안이라면 교정 부탁한다)


나는 이런 보도가 어찌해서 나가게 되었는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이런 일에는 반드시 시나리오가 있기 마련이다. 해당 기자가 자체적으로 저런 일이 문제가 있음을 캐취해서 그것을 저리 기사화했을 가능성은 제로라고 본다. 누군가는 분명히 찔렀다. 그 누군가가 누구인지 나는 모른다. 하지만 짚이는 데가 없지는 않다. 같이 입찰에 응했다가 떨어진 지역 업체이거나, 혹은 지역 사회와 밀접한 고고학계 어떤 인사일 것이다. 그가 노발대발하며, 어찌 이럴 수 있느냐? 어찌 듣보잡 기관이 대가야 고분을 발굴할 수 있느냐? 언론이 왜 이런 일에 침묵하느냐 하고 로비도 하고 좀 했을 것이다. 안 봐도 비됴다. 


<어떤 대가야 고분 발굴현장>


그렇다면 저 보도 자체 혹은 저 보도가 말하는 소위 지역 고고학계 여론은 무엇이 문제인가? 


첫째, 대가야 고분은 그것을 발굴한 경험이 있는 기관만이 발굴해야 한다는 법은 하늘에도 없고 땅에도 없다. 누구에게나 열려 있다. 조사기관 자격만 있으면 누구나 발굴이 가능하다. 그것이 법이다. 보도 논리대로라면 대가야 고분은 그것을 한 번 발굴한 기관만이 독점한다. 한데 실제로 이런 측면이 없지는 않았다. 특정한 지역, 특정한 발굴업체가 대가야 고분 발굴을 독점한 경향이 없다고는 결코 할 수 없다. 


둘째, 선정된 기관이 능력이 없다는 듯이 보도는 말하지만, 진짜 그렇느냐는 별개 문제다. 없기는? 고고학 유적 중에서도 어떤 곳이 가장 발굴이 쉬운 줄 아는가? 고분이다. 고분 발굴은 개돼지도 3년만 교육하면 발굴한다. 도굴꾼도 당장 갖다 놓으면 고분 발굴 잘한다. 그만큼 고분 발굴은 쉽다. 


고분 발굴이 어렵다고 주장하는 고고학도가 없는 것은 아니다. 문제는 그 수준이다. 그래 그 말 어느 정도 인정한다 치자. 하지만 그렇다고 그 새로운 기술이랍시며 현장에 접목한 고고학 발굴이라는 것도 내실을 따져보면 빈한하기 짝이 없어, 대개 봉분을 어떤 방식으로 쌓아올렸느내, 판축기법이니 뭐니 하는 것을 밝혀내는 수준의 저급함을 면치 못한다. 고분 축조공정이라는 말이 근자 한국고고학에서 일대 유행하는데, 저런 저급한 고고학 조사방법을 최신 기법이라 선전한다. 단언하지만 이런 방식 단 하나도 선진기법과는 거리가 멀다. 세계 고고학계 나가봐라. 어느 고고학도가 봉분 축조기술로 발표한다던가? 한국이랑 일본 고고학도밖에 없다. 웃기는 소리다. 국내 어떤 발굴기관이건, 자격을 갖춘 곳이면 지금의 한국고고학 수준으로는 여건만 된다면, 봉황대 고분도 조사할 수 있다. 


셋째, 지역업체를 제끼고 왜 타지 기관이 들어왔느냐고 질타하나 이 역시 어불성설이요, 적반하장이다. 이 말...같잖아서, 기가 차서 말이 안 나올 지경이다. 지역주의라는 강고한 틀을 깨치고 타지로 가서 식민지 개척하듯 한 기관들 선두주자가 실은 영남 지역 발굴기관들이다. 이들은 요새 전국 어느 곳이나 안 나타나는 곳이 없다시피 하다. 2012-16년인가 조사한 충북 충주지역 대규모 택지개발지구를 공개입찰로 따서 조사한 기관은 다름 아닌 영남지역 기반 기관이었다. 지금 부여 읍내 한복판 공사장에서 대규모 백제시대 발굴이 벌어지는데, 그 조사기관 역시 영남지역 기반 기관이다. 이들 영남지역 기관들은 서울 도심까지 점령해 버렸다. 서울 도심지 곳곳 발굴현장에 영남지역 조사기관들이 들어와 조사 중이다. 이들이 파본 곳이라곤 신라시대 유적 정도라고 해서, 이들이 조선시대 한양 도시유적 발굴경험이 없다 해서, 그들이 발굴조사 자격 없다는 말 단 한 군데도 나오지 않는다. 


넷째, 지역 제한을 두어야 한다는 발상 역시 문제다. 이건 볼짝없이 기자가 생각한 구절이 아니라, 이번 건을 제보한 일부 고고학도 입에서 나온 말이다. 이 지역제한이며 하는 각종 제한을 두어 특정지역 발굴을 독식하는 구조를 구축한 주축 중에 영남지역 기관들이 있다. 애초 발굴조사기관이 제일 먼저 생긴 곳이 영남이었고, 그런 영남이 강고한 지역주의를 기반으로 강고한 카르텔을 형성한 것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다섯째, 대가야 고분 경험이 있는 기관이 발굴을 해야 좋다? 어떤 자가 이 따위 소릴 지껄인단 말인가? 같은 조사기관이 같은 유적 조사하면 맨날 똑같은 소리다. 대가야? 대가야 조사와 연구는 영남지역 특정 학맥 인맥이 독식하는 구조다. 고령군 등이 주최한 관련 학술대회 지난 수십년치 조사해 봐라. 그 수십년 전에도 발표자 혹은 토론자로 등장한 사람이 지금도 같은 자리에서 등장하는 꼴을 본다. 그 사람이 그 사람이다. 똑같은 사람이 반세기 가까이 똑같은 소리 되뇌이는 곳이 대가야 고고학이다. 이런 대가야 연구니 무슨 새로운 연구가 나오겠는가? 


한마디로 고령 대가야고분은 이 지역 발굴경험이 있거나 많은 이 지역 발굴기관이 조사해야 한다는 주장은 언어도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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