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漢詩 & 漢文&漢文法

기러기 정치인들에게 고함

by taeshik.kim 2018. 2.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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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03.23 08:20:22 


남북조 시대 지금의 남경인 금릉金陵 출신으로 그곳에서 자라고 양梁에 출사해 임금과 태자의 사랑을 독차지한 총아 유신庾信(513~581). 하지만 번성을 자랑하던 양 왕조는 북방 오랑캐 뜨내기 후경侯景이란 자를 잘못 받아들였다가 그가 일으킨 반란에 나라가 산산조각 나고, 도성조차 함락된다.

 

양 왕조 개창자인 무제武帝. 한때 백제 무령왕을 봉하여 ‘영동대장군寧東大將軍 백제 사마왕’이란 칭호를 부쳐주기까지 한 그도 재위 50년에 치달으면서 지쳐서인지, 그 재위 말년에 접어들면서 나라는 풍비박산하고 후경에게 사로잡혀 유폐되어 있다가 결국 주려서 죽고 마느니, 아사餓死란 이를 말함인가?



 

때마침 북방 서위西魏에 사신으로 간 유신은 강남에서 날아온 “나라는 망했노라”는 소식에 망연자실하고, 급기야 귀국과 귀향을 동시에 포기하고 북방에 눌러앉으니, 그리하여 서위를 섬겼다. 하지만 서위조차 이내 북주北周에 망하자, 이번에는 다시 북주에 출사한다. 말년에는 북주조차 양견이 이끄는 수隋 왕조에 무너지니, 그 모습을 바라보다가 유신은 향년 69세로 북망에서 눈을 감았다.

 

그가 남긴 시문은 이미 그의 당대, 특히 그를 애지중지하고 중용한 북주 왕조에서 이미 편찬되느니, 이름하여 그 시집을 《유자산집庾子山集》이라 하고, 전 16권이라. 아래에 소개하는 시는 이 《유자산집》 권 제4 詩편에 수록된 ‘영안詠雁’이라는 제하 시일 지니, 이를 옮기면 기러기를 노래한다 하리라.

 

이 시에서 그는 찬밥 더운밥 가리지 않고 절조를 지키지 못하고 이곳저곳 왕조에 출사한 스스로를 남쪽 북쪽 가리지 않고 먹을 곳만 찾아다니는 기러기에 비기어 자학한다. 하지만 진짜 마음이 이랬을까? 혹여 쇼는 아닐까? 그에게도 물론 수구초심이 누구보다 강했을 터. 하지만 《유자산집》에 수록된 유신은 불철주야 고국에 대한 동경과 一君에 대한 충절을 읊고 있으나, 나는 이것이 쇼일 가능성이 농후하다고 본다.

 

나중에 기회가 닿으면 말할 기회가 있을지 모르겠으나 이 유신이란 자, 중국사에서도 손꼽히는 동성애자라, 동성애를 발판으로 양 왕조에서 태자의 사랑을 독차지 했으니, 이보다 더욱 놀라운 사실은 이 유신(庾信)이 신라의 명장이라는 김유신金庾信과도 관계가 밀접하다는 점이니, 이 또한 추후 기회가 닿으면 말하리라.



 

객설이 길었다. 그의 시 한 수를 보자.


詠雁 : 기러기 


南思洞庭水 남쪽으로 동정호洞庭湖 그리며

北想雁門關 북쪽으로 안문관雁門關 생각하네

稻梁俱可戀 나락도 기장도 모두 좋아

飛去復飛還 날아갔다 다시 날아 돌아오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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