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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언제나 말하기를 좋은 논문 쓰고 싶거덜랑 논문을 읽지 말라고 한다. 논문 쓰기를 직업으로 삼는 사람들이 항용 말하기를 남들 논문 읽고 그것을 내 것으로 소화하라 하며, 실제 무수한 교육현장, 특히 석·박사를 배출하는 대학원에서는 이런 일이 비일비재하게 벌어져 그 교육 내용을 볼짝시면, 남들이 써제낀 논문 읽기와 그것을 토대로 삼은 논문 발표가 무한반복한다.  




말하거니와, 그것을 내 것으로 소화한다 해서 좋은 논문 나오는 법 결코 없다. 내 열 손가락 다 지져도 좋다. 이런 공부 혹은 교육 방법을 탈피하지 못하니 매양 논문이라는 것들을 보면, 남들 무슨 얘기했다 잔뜩 나열 정리하고는 그에 대한 비판이랍시며, 자기 말 한두 마디 보태고는 그걸 논문이랍시며 제출하곤 한다. 논문이 논문을 쓴다는 말은 이렇게 해서 언제나 적어도 국내 학계에서는 정당하다. 그런 까닭에 그리 제출된 논문을 볼짝시면 제아무리 뛰어난 논문이라 해도, 그 전체 중 음미할 만한 곳은 10%도 되지 않는다. 걸러내고 나면 남은 대목이 없다.


좋은 글, 좋은 논문은 어느 것 하나 버릴 것이 없어야 한다. 그 첫마디부터 마지막말까지 단 한 마디도 버릴 것이 없어야 한다. 하지만 언제나 내가 목이 아프도록 지적했듯이, 지금 우리네 글쓰기 논문쓰기를 보면 같은 영화를 무한 반복하는 영화전문채널 OCN이다. 언제나 성탄절을 장식하는 《나홀로 집에》다. 그것도 같은 말 무한 반복이라, 국문초록과 영문초록이 같은 말이요, 국문초록과 서문이 같은 말이요, 국문초록과 서문과 결론이 같은 말이요, 국문초록과 서문과 결론과 요약이 같은 말이다. 


내가 생각하는 잘쓴 글이란 이 네 가지가 모두 달라야 한다. 그 요지는 같다 해도, 그 표현이 달라야 하고, 그 전거가 달라야 하고, 그 문체가 달라야 한다. 논리 전개도 달라야 한다. A라는 주제에 대해 이전 어떤 선행 연구자가 B라고 말하고, C가 D라고 말하고, E가 F라고 말했는데 나는 G라고 생각한다는 논리 전개 구조를 언제까지 고집할 것인가? 


논문을 읽지 말아야 하는 까닭은 그에 얽매여서는 결코 좋은 글이 나올 수 없기 때문이다.  이는 한국언론계 속어를 빌리건대 우라까이에 지나지 않는다. 선행연구성과를 제대로 검토한 다음에, 그것을 비판적으로 계승한 토대 위에서 새로운 문제의식을 표출해야 한다는 주입은 제 아무리 그 글이 훌륭해도 언제나 선행 연구자 따라지를 양산하는데 지나지 않는다. 


선생이라는 자들도 개중 소위 열린 자들이 매양 하는 말이 "나를 밟고 지나가라"고 하지만, 이 말이 언뜻 보면 훌륭하기 짝이 없는 듯하지만, 그 속내를 따져보고, 실제로 요구하는 글쓰기 스타일은 물론이요, 그 논리 전개 구조도 자기 연구를 토대로 해서 그 한계를 뛰어넘으라는 데 지나지 않는다. 물론 그 한계를 그 선생이 인정하느냐 하면, 나는 이렇게 해서 받아들이는 선생을 태어나서 단 한 마리도 보지 못했다. 언제나 선행연구성과를 제대로 음미해야 자기 목소리가 나온다 하지만, 이리 해서는 결코 새로운 목소리는 나올 수 없고 가지치기만 있을 뿐이다. 그렇게 선생은 학생을 구속하고 차꼬에 가둘 뿐이다.  이는 화이트헤드가 서양 철학사를 갈파한 말을 빌린다면 영원한 플라톤 각주달기에 지나지 않는다. 각주를 쓸 것인가 새로운 원전을 쓸 것인가, 이제 그것을 글 쓰는 이는 결단해야 한다. 


내가 할 일이 없어 각주나 쓰겠는가? 

  1. yisabu 2018.09.19 13:36 신고

    이 글은 에세이 꼭지 아래 두어야 하지 않을까요?

  2. 한량 taeshik.kim 2018.09.19 19:31 신고

    그래야겠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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