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본문 바로가기

NEWS & THESIS

뉴스의 속보성과 정확성, 신재민 잠적과 주이태리 북한대리대사 망명사건의 경우

오늘 우리 공장 편집부는 신재민 사건으로 한바탕 홍역을 치렀다. 송고시간을 보니 오전 10시 43분 51초라, 사회부에서 <신재민 前사무관 유서 남기고 잠적"…경찰 수색 중(1보)>라는 한줄짜리 기사가 나간 것이다. 나가기 직전 이런 소식이 전해져 웅성거리기도 했더랬다. 사안이 중대하다 생각해서 나 역시 이 소식을 내 페이스북 계정에다가 바로 걸었다. 


신재민 잠적 1보


한데 이 기사가 나간 직후 이상한 소식이 날아들기 시작했다. 그 신재민이 아니라는둥, 사실이 아니라는둥 하는 말이 오간 것이다. 당연히 긴장할 수밖에 없었다. 무엇이 사실이건, 사태가 이상하게 돌아가는 것이 아닌가 해서, 나 역시 그 페이스북 계정을 삭제해 버렸다. 

그러다가 대략 20분이 지난 오전 11시 02분 22초에 <신재민 前사무관 유서 남기고 잠적" 112신고…경찰 수색중(2보)>이라는 추가 기사가 같은 사회부에서 따라나갔다. 사회부 경창 담당들인 임기창 김철선 두 기자 보도에 의하면, 정부의 KT&G 사장교체 시도와 적자국채 발행 압력이 있었다고 주장한 신재민 전 기획재정부 사무관이 극단적 선택을 암시하고 잠적했다는 신고가 들어와 경찰이 소재를 추적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신재민 전 사무관 거주지 진입하는 경찰. 연합DB


이어 11시 19분 53초에는 <신재민 '극단적 선택' 암시문자 보내고 잠적"…유서 발견(3보)>이라는 기사가 "경찰, 신림동 고시원서 휴대전화도 발견"이라는 부제 아래 추가 송고되었는가 하면,  12시 46분 28초에는 <경찰 "신재민 전 사무관 모텔에서 생존 발견"(속보)>라는 기사가 따랐다. 

사회부는 오늘 이런 식으로 숨가쁘게 돌아갔다. 

이와 흡사한 오늘 사건이 또 있었다. 주이탈리아 북한 대리대사가 망명을 신청했다는 소식이 중앙일보 단독기사가 난 것이다. 그 최종 확인을 위해 우리 공장에서 관련 부서가 무던히도 띈 것으로 안다. 하지만 이런 일에 정부 당국이 하는 말은 언제나 정해져 있다. 

"확인할 수 없다." 

다만 이럴 때 사실이 아니면 보도가 잘못됐다는 식으로 명확히 반응하는 전례에 비추어 "확인할 수 없다"거나 "확인해 줄 수 없다"는 반응은 실은 보도가 맞다는 암시일 가능성이 많다. 


신재민 전 사무관이 고파스에 남긴 것으로 추정되는 글.


결국 우리 공장에서도 그렇게 나중에 기사가 나갔다. 

인터넷 시대와 모바일 시대가 개막하면서, 언론은 그렇지 않은 그 시대보다 더욱 속보성 경쟁에 내몰린다. 하지만 언론에는 언제나 숙명이 있다. 속보성과 정확성은 언제나 충돌하기 마련이다. 빠른 뉴스는 정확한 뉴스와 충돌할 수밖에 없는 숙명을 안고 산다. 

요즘 시대 흐름에서는 속보성보다는 정확성을 높게 치는 듯하거니와, 특히 속보에 무게중심을 둔 '오보'는 요즘에는 특히나 '가짜뉴스'로 곧장 치환되고, 그것이 언론의 신뢰를 더욱 떨어뜨리는 동인이 되는 까닭이다. 

기자들은 그런 숙명을 안고 산다는 말은 이 자리를 빌려 새삼스럽게 하고 싶다. 모든 오보가 가짜뉴스가 아니라는 점도 다시금 강조하고 싶다. 물론 빠르면서도 정확하다면야 얼마나 좋겠는가? 

그렇다고 해서 마냥 정확성을 기한다고 속보성을 팽개칠 수도 없는 노릇이다. 언론은 뉴스를 생산하는 곳이며, 그 뉴스news란 new한 것을 말하거니와, 속보성에 마냥 뒤지는 소식이 new할 수는 없는 노릇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