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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저런

단풍 바다 창덕궁과 후원

by taeshik.kim 2018. 10.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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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에 시신을 봤다. 아마 우리 공장 유리벽에 돌진해 반열반하셨나 보다. 아님 마누라한테 볶이다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는지도 모른다. 아무튼 아미타 극락왕생 기원할 겸 정화하러 나선다.


어디로 잡을 것인가? 찬바람 쌩쌩하니 이쯤이면 창덕궁 단풍 제철이리란 경험믿고 무턱대고 나선다.


난 품계가 없으니 인정전 뜰 문턱에서 임금한테 안부인사 간단히 하려는데, 문지기 하는 말이 이곳 쥔장도 뒤안으로 비빈 잔뜩 대동하고는 단풍 구경 갔다더라. 쫓는다. 


숲길 청단풍 무성하다. 단풍이 덜 들었다 투덜대는 사람도 있어 청단풍이라 그렇다며 실망하긴 이르다 달래며 숲길 통과한다.


주합루로 들어서니 별유천지 비인간이라 글쎄 기다려 보라 하지 않았던가 핀잔한다. 이구동성 왜 비원인가 적이 동의하는 듯 하니 내 어깨 괜히 들썩인다.


불로문不老門이다. 예 통과하면 늙지 않는다니 백발 다시 검어질까? 수면 아래도 단풍이요 소나무는 대가리부터 아래로 곤두박질쳤다.


어느 하나 버릴 것이 없다. 무삼 말이 필요하리오?


깊이깊이 들어간다. 코딱지만한 바위에 비류직하 삼백척이라 뻥을 친 숙종도 오늘은 용서하리라.




불탄다. 오늘에야 비로소 만산홍엽滿山紅葉이다.  

너흰 붉어서 좋고 노래서 좋겠다. 나는 속이 불타고 하늘이 노랗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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