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漢詩 & 漢文&漢文法

매미 울어대는 계곡에서

by taeshik.kim 2018. 8. 8.
반응형


한시, 계절의 노래(136)


저녁에 시내에서 목욕하다(晚浴溪上)


 송 왕염(王炎) / 김영문 選譯評


산발치엔 풀 우거져

나무꾼 길 덮였고


시내엔 물이 줄어

돌다리 높아졌네


강 위의 바람 이슬

독점하는 사람 없고


버들 고목 검은 매미

곳곳에서 울어대네


山脚草深樵徑沒, 溪頭水落石梁高. 一川風露無人占, 古柳玄蟬處處號.


시인은 산발치 맑은 시내에 몸을 담그고 있다. 무더운 여름 저녁 시원한 시냇물에 몸을 담그면 온몸으로 스며드는 청량감에 내 몸에 쌓인 열기는 순식간에 자취를 감춘다. 더운 여름에 차가운 물이 없다면 어떻게 될까? 죽음과 같을 것이다. 요즘 도시에서는 대개 샤워로 몸의 열기를 식히지만 옛날 시골에서는 등목으로 여름을 견뎠다. 뜨거운 땡볕에서 밭일을 하다 돌아와 방금 길어낸 우물물로 등목을 하면 뼛속까지 냉기가 스며들었다. 여름 방학에 아이들은 대개 낮부터 저녁까지 앞거랑(개울) 뒷거랑 물 속에 살다시피 했다. 물장구를 치고, 고기를 잡고, 담방구질(잠수)을 하고, 헤미(수영)를 쳐 멀리가기 내기를 하는 등 눈알이 빨갛게 될 때까지 놀았다. 남자 어른들은 사람들의 이목이 미치지 않는 물굽이나 쏘(沼)에서 목욕을 했다. 우리 동네 탑밭은 소나무숲이 우거져 있고 그 아래로 깊은 쏘가 감돌아 어른들의 단골 목욕터였다. 심지어 물밑에는 얼음처럼 차가운 샘물이 솟아서 여름에도 오래 몸을 담그고 있으면 오소소 소름이 돋을 지경이었다. 여자 어른이나 처녀들은 여름 밤에 작은 초롱을 들고 모두 앞거랑으로 모여들었다. 캄캄한 앞거랑에서 모두 벌거벗고 목욕을 했다. 훔쳐 보는 남자들이 없었을까? 거의 없었다. 여자들의 남편, 아버지, 오빠, 삼촌들이 남모르게 동네 어귀를 지켰다. 만약 훔쳐보다 들키면 완전히 짐승 취급 받아서 동네에서 따돌림을 당했다. 이젠 시골에도 집집마다 샤워기가 설치되어 이런 풍습이 모두 사라졌다. 올해처럼 무더운 여름에는 고향 마을 탑밭의 얼음 같은 찬물이 더욱 그리워진다.

반응형

'漢詩 & 漢文&漢文法' 카테고리의 다른 글

농촌의 일상  (0) 2018.08.08
가을문턱에서  (0) 2018.08.08
먼산 바라보며 멍하니 걸으며  (0) 2018.08.08
입추에 울어대는 매미  (0) 2018.08.08
취해 누우니 갖은 상념이...  (0) 2018.08.08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