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漢詩 & 漢文&漢文法

백낙천 <밤에 내린 눈[夜雪]>

by taeshik.kim 2018. 12.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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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시, 계절의 노래(225)

밤 눈[夜雪] 

[唐] 백거이 / 김영문 選譯評


이상하게 이부자리
싸늘도 하여

다시 보니 창문이
환하게 밝다
 
밤 깊어 내린 눈
무겁게 쌓여

대나무 꺾이는 소리
때때로 들린다

已訝衾枕冷, 復見窗戶明. 夜深知雪重, 時聞折竹聲.

겨울에도 푸른 색깔을 변치 않고 추위를 견디는 대표적인 나무가 대나무와 소나무다. 대나무는 사군자의 하나로, 소나무는 세한삼우(歲寒三友)의 하나로 그 절개를 칭송받아 왔다. 이 중 대나무는 사군자와 세한삼우에 모두 들어간다. 이미 『시경(詩經)』 「기욱(淇澳)」 편에 “푸른 대나무 무성하네(菉竹猗猗)”라는 표현으로 대나무를 군자의 의젓한 모습에 비유하고 있다. 게다가 위진(魏晉) 시대 죽림칠현(竹林七賢)이 대숲에 모여 청담(淸談)을 주고받으며 지조를 드높였고, 서성(書聖) 왕희지(王羲之)의 아들 왕휘지(王徽之)가 대나무를 ‘차군(此君)’이라 부름으로써 그 고결하고 꿋꿋한 이미지가 훨씬 강화되었다. 중국 송나라 때부터 사군자가 수묵화의 주요 제재로 쓰이면서 부터는 절개의 상징으로서 대나무의 위상이 더욱 튼튼하게 굳어졌다. 그런 대나무도 폭설이 줄기와 잎에 얼어붙으면 무게를 견디지 못하고 대궁이 뚝뚝 꺾인다. 장엄하면서도 처연하다. “무릎 꿇고 살기보다 서서 죽길 원한다”는 노래가 떠오른다. 오대십국 시대 남당(南唐) 서희(徐熙)는 설죽화권(雪竹畵卷)에서 눈 속에 꿋꿋하게 선 대나무를 쌍구법으로 사실감 있게 그렸다. 원(元)나라 곽비(郭畀)는 설죽도(雪竹圖)를 통해 천지가 새하얀 눈 세상에서 줄기와 잎에 백설을 덮어쓰고 휘어진 대나무를 엄숙하게 그려냈다. 꺾일 듯 꺾이지 않는 대나무의 견강한 모습이 매우 인상적이다. 얼어붙은 겨울 밤 어디선가 막중한 눈의 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처연하게 꺾이는 대나무 소리가 들려올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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