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漢詩 & 漢文&漢文法

친구를 가둔 봄비, 내 맘을 알아

by taeshik.kim 2018. 4. 14.
반응형


한시, 계절의 노래(4)


경인이 돌아가려 하니[景仁思歸雨未克行以詩留之] 


[宋] 사마광(司馬光) / 김영문 選譯評 


좋은 벗님

돌아가려 하나


진흙길 깊어

갈 수가 없네


오늘 아침 어두컴컴

또 날 흐리니


봄비도 내 맘처럼

정이 많구나


嘉客念歸程, 泥深未可行. 今朝陰又重, 春雨亦多情




『주역(周易)』에 마음 맞는 벗을 상징하는 괘로 ‘천화동인(天火同人: ䷌)’이 있다. 하늘에 태양이 떠 있는 형상으로 둘 모두 상승하는 기운을 갖고 있으므로 나란히 의지하여 끝없이 비상하는 모습을 보인다. 이를 해설하여 「계사전(繫辭傳)」에서는 “두 사람이 마음을 함께 하면 그 예리함이 쇠를 자르고, 한 마음에서 나오는 말은 그 냄새가 난초 향기와 같다(二人同心, 其利斷金, 同心之言, 其臭如蘭)”라고 했다. 구이(九二) 효사(爻辭)는 “문을 나서서 마음 맞는 사람과 함께 하니 허물이 없다(同人于門, 无咎)”이다. 이처럼 벗이나 동지는 혈연이 아니라 같은 뜻과 굳건한 신의로 길을 함께 한다. 


마음이 맞고 뜻이 같은 벗을 만나면 헤어지기 싫다. 서로의 마음을 모두 드러내고 가슴 속 뜻을 함께 비춰본다(肝膽相照). 고담준론이 있어도 즐겁고, 아무 말이 없어도 이심전심의 공감이 오간다. 음식과 술을 함께 하다가도 헤어질 시간이 다가옴을 안타까워 한다. 


아마도 며칠간 비가 와서 길이 모두 진흙탕으로 변했다는 핑계를 대고 벗을 잡아 두었으리라. 그런데 밤에 비가 그치고 하늘에 별이 뜬 듯하다. 이젠 아쉽지만 벗을 보내야 한다. 떠나는 벗도 아쉽긴 마찬가지지만 더 이상 눌러 앉을 명분이 없다. 아침이 되어 야속한 하늘을 쳐다보는데 거짓말처럼 하늘이 어두워지더니 다시 비가 내리기 시작한다. 


“워더 톈나(我的天啊)!” 봄비가 이처럼 정이 많다니... “군자의 사귐은 담담하기가 물과 같다(君子之交, 淡如水)”(『장자(莊子)』 「산목(山木)」)고 했다. 이들의 사귐이 군자의 사귐임을 증명하려고 하늘에서 또 비를 뿌리는가? 보내는 사람은 비를 핑계로 다시 벗을 잡고, 떠나는 사람도 비를 핑계로 다시 벗의 만류를 받아들인다. 두 사람이 머무는 곳에는 난초 향기가 가득하다.


* 전체 제목은 “경인이 돌아가려 하나 비가 와서 갈 수 없으므로 시를 지어 만류하다(景仁思歸雨未克行以詩留之)”이다. 


반응형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