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역사문화 이모저모

시경(詩經) : 특히 구성론과 역대 주석

by taeshik.kim 2018. 3. 11.
반응형

이하는 성백효 역주 '현토완역 시경집전 上' 전통문화연구구회, 1996.10 초판3쇄 '이 책에 대하여'(5-8쪽)를 추린 것임.

 

1. 시경(詩經)의 출현 증거 


논어 술이편(述而篇) “공자께서 평소에 늘 말씀하신 것은 시와 서와 예를 행하는 일이었다”(子所雅言 詩書集禮) 


논어 태백편(泰伯篇) “배우는 자는 시에서 선한 마음을 흥기시키고 예에서 행실을 확립하며 악에서 완성된다”(興於詩, 立於禮, 成於樂) 


논어 계씨편(季氏篇) “(아들 伯魚에게) 너는 시를 배웠느냐? 사람이 시를 배우지 않으면 말을 할 수가 없다.”(學詩乎 … 不學詩 無二言) 


같은 계씨편 “사람이 되어가지고 주남(周南)과 소남(召南)을 배우지 않으면 얼굴을 담장에 대고 서 있는 것과 같다”(人而不爲周南召南, 其猶正墻面而立也與) 


논어 양화편(陽貨篇) “제자들아 너희는 어이하여 시를 배우지 않느냐. 시는 선한 마음을 흥기케 하고 덕행과 정사를 관찰할 수 있으며, 여럿이 모여 和하게 지낼 수 있고 완곡한 표현으로 원망스런 심경을 토론할 수 있으며, 가까이는 어버이를 섬기고 멀리는 군주를 섬기게 조수와 초목의 물명에 대해서도 많이 알게 된다”(小子何莫學夫詩 詩可以興 可以觀 可以群 可以怨 邇之事父 遠之事君 多識於鳥獸草木之名) 


논어 위정편(爲政篇) “시 3백편을 한마디로 요약하면 마음에 간사(부정)함이 없는 것이다”(詩三百 一言以蔽之 曰 思無邪) 


예기(禮記) 경해(經解)에서 육경의 가르침을 설하면서 “溫柔敦厚 試敎也”


논어 자로편(子路篇) “시 3백을 외고서도 정사를 맡아 제대로 다스리지 못하고 사신(使臣)이 되어 사방으로 나가서 마음대로 외교 업무를 수행하지 못한다면 아무리 시를 많이 외고 있다한들 어디에 쓰겠는가”(誦試三百 授之以政 不達使於四方 不能專對 雖多 亦奚以哉)


2. 구성


전체 311편. 이 중 소아(小雅)의 생시(笙詩)인 남해(南?) 백화(白華) 화서(華黍) 유경(由庚) 숭구(崇丘) 유의(由儀) 6편은 가사가 없으므로 실제는 305편이 남았다. 이 때문에 보통 시삼백(詩三百)이라 한다. 


수록시는 4언이 주를 이루나 3언~9언으로 다양하다. 이러한 다양한 형식은 결국 모든 후대에 발생하는 시체(詩體)의 기원을 모두 시경에다 끌어대는 동인으로 작동한다. 즉 강유법(江有氾)과 진진로(振振鷺) 같은 삼언시는 이태백의 천마가(天馬歌)로 이어졌다고 하고, ‘誰謂雀無角 何以穿我屋’과 같은 5언시는 한대 오언시가 출현하는 기원이 되었다고 하며, 6언과 7언은 악부(樂府)에 많은 영향을 주게 되었다는 것이다.


시경은 끊임없이 공자 산삭설(刪削說) 혹은 산시설(刪詩說)이 따라 다니는데 이는 《사기(史記)》에 “공자가 시와 서를 산정(刪定)했다”는 말에 근거한다. 이는 공자가 당시 유행하는 시편(詩篇) 중에서 권선징악이 될 만한 것을 뽑아 만들었다는 것이다. 


하지만 근거가 확실치 않아 당 공영달(孔穎達)과 남송 주자, 청 주이존(朱彝尊) 등도 모두 의문을 제기했다. 다만 논어 자한편(子罕篇)에 “吾自衛反魯 然後樂正 雅頌各得其所”라고 하는 것으로 보아 현재와 같은 체계로 정리했다고 보는 설이 있다. 


시경은 사시(四始)와 육의(六義)로 나누기도 한다. 사시란 풍(風) 소아(小雅) 대아(大雅) 송(頌)을 이르며, 육의란 풍(風) 아(雅) 송(頌)의 삼경(三經)과 흥(興) 부(賦) 비(比)의 삼위(三緯)를 일컫는다. 풍 아 송은 시의 내용과 성질을 말하며, 후자인 흥 부 비는 시의 체재와 서술방식을 말한다는 것이다. 


또 풍과 소아와 대아를 정(正)과 변(變)으로 구분하고는 주남(周南)과 소남(召南)을 정풍, 패풍(邶風) 이하 13열국풍(十三列國風)을 변풍(變風)이라 한다. 


소아(小雅)는 녹명(鹿鳴)에서 청청자아(菁菁者莪)까지를 정소아(正小雅), 유월(六月)에서 하초불황(何草不黃)까지를 변소아(變小雅)라 하며, 


대아(大雅)는 문왕(文王)에서 권아(卷阿)까지를 정대아(正大雅), 민로(民勞)에서 소민(召旻)까지를 변대아(變大雅)라 하는는데, 이는 주자의 해설이 집전(集傳)에 실려 있고, 남송의 왕질(王質)과 정대창(程大昌), 청대의 고염무(顧炎武)는 남(즉 주남과 소남)을 독립시켜 남(南) 풍(風) 아(雅) 송(頌)의 넷으로 나눌 것을 주창하기도 한다.


3. 주석

漢代에 신공배(申公培)의 노시(魯詩), 원고생(轅固生)의 제시(齊詩), 한영(韓嬰)의 한시(韓詩)라는 삼가시(三家詩)가 있었으나 모두 宋代에 실전했다. 지금 전하는 것은 오직 한대에 모장(毛萇)이 고문(古文), 즉 과두문자(蝌蚪文字)로 훈고(訓詁)한 것 뿐이다. 이 때문에 시경(詩經)을 모시(毛詩)라고 칭하기도 한다. 


전수 과정을 보면 공자 제자인 자하(子夏)가 서(序)를 지어 증신(曾申)에게 전하고, 증신은 이극(李克)에게, 이극은 맹중자(孟仲子)에게, 맹중자는 근모자(根牟子)에게, 근모자는 순경(荀卿)에게, 순경은 모형(毛亨)에게 전하고, 모형은 훈고전(訓詁傳)을 지어 모장(毛萇)에게 전하니, 그래서 세상에서는 모형(毛亨)을 대모공(大毛公)이라 하고 모장(毛萇)을 소모공(小毛公)이라 칭한다. 이들의 시경 해설서를 모전(毛傳)이라 한다.


후한 말기에 정현(鄭玄)이 이 모시(毛詩)를 근거로 해서 시전(詩箋)을 지었으며, 당대에는 공영달(孔穎達)이 모전(毛傳)과 정전(鄭箋)을 취하여 모시정의(毛詩正義)를 지었다.


북송대 구양수(歐陽脩)는 시본의(詩本義), 소철(蘇轍)은 시집전(詩集傳), 왕질(王質)은 시총문(詩總聞), 정초(鄭樵)는 시변망(詩辨妄), 주자는 시서변설(詩序辨說) 등을 지었다.


주자의 집전(集傳), 즉, 시경집전(詩經集傳)은 해박한 훈고와 철저한 고증으로 기존 전주(箋註)를 압도했다. 원대와 명대 중국은 물론 조선에서는 오직 집전만을 공부했다. 


김태식의 후기(後記)


나는 청대(淸代) 호승공(胡承珙) 撰 《모시후전(毛詩後箋)(黃山書社, 1998년 8월1일 제1판  제1차 인쇄본)을 주로 이용한다. 이 모시후전은 중국 '안휘성(安徽省) 고적정리(古籍整理) 출판규획위원회'(出版規劃委員會)가 기획하는 안휘고적총서(安徽古籍叢書) 중 제12집(輯)이며, 곽전지(郭全芝)가 교점(校點)하고,  하우령(賀友齡)이 심정(審訂)했다. 


이 모시후전은 전 30권이다. 찬자인 호승공은 1776년에 태어나 1832년에 사망했다. 字를 경맹(景孟)이라 하며, 호를 묵장(墨莊)이라 했다. 호가 흥미로운데, 묵자(묵적)와 장주(장자)에게서 따 왔기 때문이다. 그의 문학적 사상적 지향을 엿볼 수 있다 할 것이다. 


그는 안휘(安徽) 경현(涇縣) 사람으로 다섯 살에 스승한테 나아가 배우기 시작했으며, 그 뒤 학교에 들어가 30세에는 진사(進士)가 되어 한림원에 들어가고 역사를 편찬하는 일에 종사하다가 얼마 안 있어 지방관으로 전출했다. 


광동(廣東)과 복건(福建) 등지에서 복무했으며, 관직은 '복건대만도 겸 학정가안찰사'(福建臺灣道兼學政加按察使)에 이르렀다. 49세에 병을 핑계로 치사한 다음 향리로 돌아가 침짐하여 경학 연구에 정열을 쏟다가 8년 뒤에 병서(病逝)했다. 


그의 이런 경학 연구 성과로는 모시후전 30권 외에 《소이아의증(小爾雅義證)》 13권, 《이아고의》(爾雅古義) 2권, 《의례고금문주소(儀禮古今文疏義)》 17권 등이 있다. 또 미완성작으로는 《공양고의>>(公羊古義)》, 《예기별의(禮記別義)》 등이 있다. 그의 경학적 특징은 명물(名物) 훈고와 언어문자에 있다고 할 수 있다. 


모시후전은 권질이 매우 호번(浩繁)하고, 석의(釋義) 또한 매우 상세하다고 정평이 났다. 하지만 이 저작은 미완성품이다. 즉, 노송(魯頌) 반수(泮水) 이하는 그와 교유한 다른 사람들이 보충해 그의 사후 6년 뒤에 채워 넣은 것이다. 


나는 또 근인의 시경 주해서로 정준영(程俊英) 장견원(蔣見元)이 공저한 《시경주석(詩經注析)》(중화서국(中華書局, 2005년 1월, 제4차 인쇄본, 전 2권)을 보유한다. 이는 중화서국이 기획하는 '중국고전문학기본총서' 시리즈 중 하나이다. 


이 외에 국내 역주서는 거의 모든 종류를 망라해 소장하다시피 하다. 하지만 제대로 통독한 것은 단 하나도 없다!!!


원전 영인본으로는 역시나 사부비요판이 최고다. 나는 아주 운좋게도 지난해 어느 국내 헌책방에서 《모시전전통석(毛詩傳箋通釋)》(전 3책, 대만중화서국 간행본. 淸 馬瑞辰 撰, 중화민국 55년 3월판)을 입수했다. 책장에만 꽂아두었더니 곰팡이가 피나 보다. 빨리 장마가 가야 말릴 터인데...



반응형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