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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재현장

아라가야 본고장 함안을 찾아서 (3) 속살 드러낸 말이산 고분

by taeshik.kim 2018. 12.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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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호분 발굴현장으로 다가선다. 능선을 따라 우람한 봉분이 열을 이룬다. 저 너머가 발굴현장이다. 


외곽부터 살핀다. 저 봉분 전면 평탄대지로 트렌치를 넣어다. 보다시피 땅을 걷어내자마자 암반 더미다. 뭔가 부대 시설이 있었을 것으로 기대한 모양인데 그런 흔적은 아직 발견되지 않았단다. 

한데 저 봉본 낌새가 수상쩍다. 볼룩한 전체를 흙이나 돌무지로 쌓아올렸으리라 생각했는데 아니다. 상당 부분이 암반더미다. 그렇다면 암반 더미를 까고? 혹은 암반 더미 위에다가 흙을 쌓아 봉분을 만들었을까? 


이 모양이다. 언뜻 전체가 인공 봉분인 듯하지만 실상은 전연 딴판이라, 이런 편마암 계통 암반더미였다. 구들장으로 까는 그 암반 말이다. 그렇다면 매장주체부는 어디에 어케 만들었다는 말인가? 


암반을 올라가니, 비로소 인공 봉문이 출현한다. 흙과 돌을 시멘트처럼 버무려 만들었다. 움푹판 길 아래 무덤방이 들어간다. 비닐과 모래푸대로 채운 데가 입구다. 저 입구를 통해 들어가야 한다. 치웠다. 들어간다. 


이건 실은 들어갔다 나오는 장면인데, 아무튼 저리해서 들어갔다. 개구멍이다. 


현실로 들어가 입구쪽을 바라봤다. 입구를 중심으로 바닥에는 내려앉은 돌더미 천지다. 이걸 쏵 걷어내야 한다. 저 구녕을 통해 미끄러지듯 내부로 들어왔다. 안은 뜻밖에도 제법 넓다. 현실은 장방형이라, 네 벽면은 온통 붉은칠이다. 


뼁끼칠 잔뜩이다. 안료 성분 분석을 하지 않았다는데, 이런 주칠은 산화철 아니면 주사 둘 중 하나다. 육안으로는 주사보다는 산화철 계통인 듯하다. 이른 주칠을 하는 전통은 말할 것도 없이 신선도교 영향이다. 도교가 떡칠한 무덤이다. 


천장을 봤다. 천장석은 조사단에 의하면 덮개돌 13개를 깔았다. 한데 그 정중앙만 이 모양으로 다른 덮개돌과는 완연히 색감이 다르다. 이런 돌은 함안에서는 나지 않는단다. 

그렇다면 이 성혈(星穴)은 별자리인가? 나아가 그것은 언제 만들었는가? 이것이 관건이다. 이런 의문에 조사단이 이쪽을 보라며 후래시를 켜준다. 



가야계 무덤에 흔히 보인다는 석실 내부 방형 벽면 구멍이다. 무령왕릉이나 송산리 6호분에 익순한 나는 언뜻 벽면마다 설치한 이 구멍이 혹 등불을 안치하기 위한 공간이 아닌가 했지만, 고고학계에서는 나무 들보 같은 것을 건 흔적으로 본다고 한다. 그럴까? 

암튼 그 기능이야 무엇이건, 저 구녕 위로 문제의 성혈 바위 덮개가 걸쳤는데, 그 일부가 무너져 덮개돌이 벽면에 걸친 벽면이 상당 부분 노출됐다. 보라 해서 봤더니, 이 걸친 부분은 성혈이 없다. 왜 이럴까? 

조사단은 바로 이 점을 성혈을 만든 시점을 판단하는 가장 주된 근거로 삼는 듯했다. 노출된 면에서만 성혈이 확인되니, 이는 무덤 덮개돌을 놓을 적에 일부러 이리 하지 않고서는 일어날 수 없는 현상이라는 것이다. 하긴 상식적으로 고인돌 시대 고인돌로 쓴 석재를 다시 썼다면, 저 부분에서도 성혈이 보여야 정상이다. 

현장을 보지 않고, 사진만 보는 사람들이야 틀림없이 이것이 삼국시대 별자리냐 의심을 품을 것이다. 마침 성혈 있는 고인돌을 삼국시대 이래 무덤에 재사용한 사례가 더러 보이니 말이다. 하지만 이는 내 판단에도 그럴 가능성은 없다. 그 다음과 같다.

첫째, 별자리를 새긴 덮개돌만 재질이 다르다. 석실 천장에는 13장을 걸쳐 놓았으니, 이 돌만 재질이 다르다. 함안 지역에서는 거의 나지 않는 화강암이다. 둘째, 그 위치는 석실 정중앙이다. 셋째, 별자리는 노출된 공간에서만 확인된다. 이 덮개돌은 석실 양쪽에 걸텄으니, 그 걸치는 턱에서는 별자리가 확인되지 않는다. 

이를 종합할 때 이 별자리 그림은 무덤을 축조하던 당시에 일부러, 그것도 덮개돌을 걸친 다음에 새겼다. 물론 애초 설계도에 따라 해당 부분만 그림을 파고, 놓았을 가능성도 없지는 않으나, 그래도 무덤 축조 당시 작품이라는 사실은 움직일 수 없다. 다만 저것이 별자리인가 아닌가 논란이 있을 수 있다. 하지만 그 위치와 그것을 새긴 재질이 유독 다른 점 등을 볼 적에 이는 무덤이라는 지하세계의 '하늘'에 해당하는 지역임이 너무나 명백하다. 그런 점에서 나는 별자리일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 

한데 내가 놀란 점은 이 별자리보다는 덮개돌로 쓴 석재들이었다. 다른 석재들을 보자. 


이 돌들 깎은 모습 보이는가? 그것이 충분이 드러나지 않은 듯하나, 그라인딩한 듯하다. 무덤돌을 저리 깎고 갈아 썼으니 당연히 동시대 다른 건축물도 저리했다. 궁궐 같은 데서는 당연히 저런 장대석을 만들어 썼다. 이 무덤은 조사단 추정으로는 5세기 후반 무덤이라 한다. 

그렇다면 5세기 후반 이전 아라가야가 저렇게 다듬은 석재를 활용한 건축물을 지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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