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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재현장

아이유가 바꾼 베네치아 어촌마을 부라노

by taeshik.kim 2018. 5.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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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10월 1일 연합뉴스 구 수송동 사옥을 찾은 아이유>


《나만 못본 구라파 유람기》 (10) 뼁끼칠 마을 부라노(3)

아이유가 바꾼 어촌마을


휴대폰 촬영분을 포함해 근자 과거 사진들을 정리하다가 2013년 10월 1일 휴대폰에 내장된 사진 중에 느닷없이 아이유가 등장하는 몇 장을 발견했다. 보니 아이유가 증축 이전 수송동 연합뉴스 사옥 4층 당시 편집국을 찾았으니, 2018년 5월 현재 이 회사 부사장 이병로 선배가 당시 편집총국장 재직 시절이라, 둘이 인사하는 장면이 있고, 나 역시 그를 붙잡고 두 장 기념촬영을 했지만, 아쉽게도 두 장 모두 사진은 심하게 흔들렸다. 나아가 마누라와 아들놈 형은이 앞으로 각기 친필사인한 종이가 있는 걸 보니, 아마도 무슨 계기로 인터뷰가 진행되는 자리에서 내가 부탁해 받은 사인이 아닌가 한다. 


아이유는 1993년 5월 16일생이라 하니, 이때가 만 20세였거니와, 그러고 보면 스무살을 앞두고 그 전해 5월에 발매한 그의 앨범 '스무살의 봄' 수록곡 중 하나인 '하루 끝' 뮤직비디오 촬영을 위해 베네치아 부라노(Burano)를 다녀온 직후였던 것이다. 이미 옛날 구닥다리 세대로 밀려난 내가 아이유라 해서 유별나게 아는 바가 있겠는가? 이구동성 젊은층에서 아이유 아이유하고, 더구나 그때 한창 뜨던 무렵이라 이런저런 관련 기사가 하도 쏟아져 들어오는 통에 유명한 친군가 갑다 하는 정도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거니와, 그럼에도 유명한 친구라 하니, 떡 본 김에 제사지낸다고, 그가 느닷없이 편집국에 나타났기에 같이 사진도 찍고 사인까지 받은 것이다. 


2013. 10. 1 아이유와 함께...지나치게 비대한 머리 크기는 착시 때문이라고 말하고 싶다. 누군가의 질투 때문인지 초점이 나가게 찍었다. 부러 그런 것이라 나는 믿는다.


여담이나, 저때까지만 해도 이미 주가 한창이었던 아이유가 새로운 앨범 발표라든가, 새로운 드라마 출연 등에 즈음해 연합뉴스를 포함한 각 언론사를 돌아댕기며 인터뷰도 하고 방송에도 출연할 때였지만, 불과 5년이 흐른 지금, 전세가 완전히 역전되어, 공룡이 뛰어놀던 중생대 쥐라기 시대 이야기가 되어버렸으니, 저런 급 연예인은 언론사에도 이젠 상전 중의 상전이 되어, 찾아가 한마디 줏어들어려고 혈안인 시대가 되고 말았다. 이젠 오라 해도 오지도 않을 뿐더러, 기자들이 읍소해야 하는 시대가 되었다는 뜻이다. 


그로부터 4년이 흐른 2017년 여름 8월, 나는 그 대표곡 하나 알지 못하나, 유명하다는 사실만은 잘 아는 아이유를 다시금 상봉했으니, 베네치아에서였다. 대략 21개월에 걸친 풍찬노숙 해직기자 시대 마감을 코앞에 두고 난생 처음 한달간의 해외자유 여행에 나서기로 하고 그 대상지로 프랑스와 이탈리아, 그리고 그리스를 고른 나는 그날 에게항공편으로 아데나이를 떠나 약 2시간만에 베네치아에 상륙했으니, 여름 휴가철이라, 이 수상도시 전체는 관광객으로 북새통이었고, 개중에 한국인이 적지 않았음은 말할 나위가 없다. 


이런 자유여행이란 걸 첨으로 하다보니, 의외로 아무런 연이 없는 한국사람들이랑 이런저런 이야기를 주고받게 되거니와, 명색이 한때는 영문학도였던 내게 오직 셰익스피어 희곡 《베니스의 상인》 말고는 이렇다 할 인연이나 뚜렷한 정보도 없이 무작정 발을 디닌 베네치아에서 만난 몇몇 한국인에게서 얻어걸리는 정보가 전부였을 뿐이다. 이곳으로 발길을 옮기기 전, 아데나이에서 조우한 어떤 젊은이가 하는 말을 들으니, 베네치아엔 육상교통수단이 하나도 없고 오직 배편뿐이니, 하루치 혹은 이틀치 혹은 사흘치 등등의 대중교통편 티켓을 끊으면, 그 기간에는 베네치아에서는 아무 데나 옮겨다닐 수 있다고 했으니, 그것을 기억하고는 공항에서 버스로 베네치아 섬에 내리자마자 그 인근 구멍가게에서 사흘치 티켓을 샀을 뿐이다. 


<부라노 가는 길>


배편으로, 혹은 오솔길 같은 골목길 옮겨가며 이래저래 한국 젊은이 몇몇을 마주쳤거니와, 이들이 하는 말을 들으니, 너도나도 부라노(Burano)라는 델 갔다 왔거나 간다는 거였으니, 나로서는 아닌 밤중 홍두께 같은 부라노인가 대체 무슨 요물인가 알아봤더니 아이유라는 가수가 부른 노래가 있고, 그 뮤직비디오를 촬영한 데가 바로 부라노라는 곳이라고 하지 않는가? 


난 아이유라는 말도 첨엔 잘못 알아들어 첨엔 아유미로 들었다. 이렇다 내세울 만한 것이 없는 듯한 그런 데 내가 무엇하러 가느냐 했지만, 참말로 묘하게도 남들이 다 간다니 나도 아니갈 수 없는 처지로 몰리고 말았다. 남들이 부라노 가 봤냐고 물을 때 할 말은 있어야 했기에 말이다. 

 

사흘짜리 수상버스 이용권은 샀겠다, 그것으로써 내 맘대로 갈 수 있으니, 구글맵으로 부라노를 검색해 마침내 그곳을 찾아 나섰다.  


가서 보니 부라노는 두 가지가 놀라웠다. 첫째 온통 뺑끼칠 마을이었다. 작은 섬마을 주택가가 온통 알록달록 뺑끼칠을 해 놓았다. 간단히 말하면 이곳은 단청 마을이었다. 그렇다고 건축물에 무슨 큰 특징이 있는가 하면 전연 그것과는 거리가 멀어, 그냥 평범하고 고즈넉했을 어촌 마을 집들이 이런 모양이었으니, 섬이라 그런지, 무슨 빨래줄이 그리 많고, 늘어놓는 빨래 역시 그리 많은지, 그것이 사뭇 풍광이라면 풍광이라 할 만 했다. 지중해 빛이야 워낙 유명하거니와, 이곳은 섬이니 오죽 빨래야 잘 마르겠는가? 그런 점에서 부라노는 빨래 마을이다.  


<뼁끼칠 어촌 부라노>


둘째, 부라노는 아이유 마을이었다. 그의 뮤직비디오 한 편이 이곳을 온통 한국 마을로 만들어 버렸으니, 눈대중으로 짐작건대 이곳 관광객 70~80%는 한국 관광객이었다. 연령대와 성별로 보면 젊은 여자가 압도적으로 많았다. 이들이 하는 말을 들으니 "이쁘다 이쁘다"는 감탄사가 주종이었으니, 그래, 아이유라는 환상과 알록달록 뺑끼칠이 빚어낸 조화옹이 아닌가 했다. 


이곳에서 뭔가 색다른 역사 흔적을 찾고자 한 내가 그런 데서 감흥을 받을 리 만무하고 괜한 시간만 뺐겼다고 투덜대며 이리저리 어슬렁하다 보니, 해변가로 갔더니, 몇몇 어부가 그물 손질에 한창이더라. 제법 마을 깊이 들어간 곳에 무슨 교회 같은 건물이 있고 탑 하나가 있는데, 보니, 피사의 탑처럼 기울어진 상태였다. 지반이 약할 수밖에 없으니, 시간이 흐르면서 저리되고 말았을 것이다. 같은 기웅뚱 신세인데 피사의 탑은 관광객으로 넘쳐나고, 이곳은 전연 그런 사실조차 외부에서는 알려지지 않았으니, 역시 문화유산도 운때를 잘 만나야 할 성 싶다. 


<부라노 읍내>


이래저래 하릴없이 돌다가 딱히 감흥도 없어 뙤약볕 갈증을 젤라또 하나로 해결하고는 서둘러 그곳을 떠나 그 인근 다른 섬으로 튀었다.


앞서 말했듯이, 이렇게 나를 부라노로 안내한 아이유 문제의 뮤직 비디오와 노래는 당시까지만 해도 나는 접해본 적이 없었다. 근자 이 생각이 퍼뜩 나서 유투브로 '아이유'와 '부라노'라는 두 개 키워드로 검색하니, 비로소 비디오를 보고 노래를 들었다. 보니 내가 본 그 거리였다. 햐! 이런 인연이라니 하면서 피식 웃고 말았다. 


여하튼 그 노래를 듣다 보니, 영 노래가 낯설어서인지 몰라도, 이 노래보단 이미자의 '섬마을 선생님'이 백 배 낫고, 나아가 이 노래에 훨씬 잘 어울리는 마을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하면서, 서둘러 이미자 노래로 돌리고 말았다.  


<부라노 빠이빠이>


다른 장면으로 넘어가기 전, 이곳 섬마을 사람들은 한국을 어찌 생각할까 몹시도 궁금해 진다. 베네치아는 들끓는 관광객으로 정작 현지 주민들은 삶이 파괴당한다고 아우성이며, 실제 많은 주민이 외부로 빠져나갔다. 아이유가 아니었으면, 그저 그렇고 그런 섬이었을 부라노. 아이유 이후 이곳은 관광객이 미어터지는 마을로 변모하고 말았다. 그들은 이런 현상을 어찌 바라보고 있을까? 몰려드는 한국인이 고맙기만 할까? 아니면 귀찮기만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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