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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저런

마지막 잎새

by taeshik.kim 2018. 10.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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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탓 많은 거 안다. 그런가 하면 가을이 무슨 죄냐는 반문도 만만치는 않다. 저야 때가 되어 돌아왔을 뿐이요 내년 이맘쯤이면 또 어김없이 올 터인데, 그런 가을이 무슨 잘못이 있기에 애수 상념 고통을 가을 탓으로 돌리느냐 한다.


맞는 말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가을이면 왠지 센티멘탈해야 하며 죽어가는 것도 이맘쯤이면 그것이 주는 상실의 아픔이 다른 계절보단 배가 삼가 사가해야 한다는 무언, 혹은 묵시의 동의가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니 가을이면 더 슬퍼하라. 


단풍 만발하는 이맘쯤 저런 애수의 통념에 꼭 산통 깨는 일이 생기더라. 거센 바람 한바탕 휘몰아치거나 가을비 한번쯤 쌔리 부어 그런 폼내기용 무드에 찬물을 끼얹는 일이 꼭 한번은 생기더라. 


아침부터 비가 쌔리 붓더니만 화살나무 밑이, 꽃잎 반열반한 자목련 밑처럼 선홍빛 흥건하다. 이 일이 아니었대도 이미 추풍 낙엽 신세로 접어든 담쟁이 덩쿨은 쳐다보니 더욱 가지만 앙상하다.


이러고 보니, 좀 억울하다. 아니, 많이 억울하다. 이럴 줄 알았더래면, 좀 더 슬퍼하고, 좀 더 우수에 젖어보고, 좀 더 아픈 척 할 걸 그랬다는 후회가 막급하다. 

멜랑콜리에 젖을 새도 없이, 그렇게 매정하게 낙엽은 지고 말았으니 말이다. 

가을은 가을 같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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