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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훈의 사람, 질병, 그리고 역사

인도 고고학 조사 이야기 (5): 인도의 학회

by 초야잠필 2018. 12.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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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훈 (서울대 체질인류학 및 고병리연구실)

예고한 대로 인도의 학회에 대해 써보기로 한다. 김용준 박사와 내가 우스갯소리로 하는 이야기 중에 "세계는 인도와 비인도로 나뉜다"라는 말이 있다. 이 말이 무슨 말인지 아마 인도사회를 처절히(!) 경험해 보지 못한 사람은 이해하지 못할텐데. 인도 사회는 그만큼 유니크하다. 개발국과 저개발국 등 사회 발전 수준만으로 특정짓기 어려운 여러가지 인도사회만의 특징이 있다. 인도 사회 경험이 일천한 나로서 이에 대해 구구히 설명하는 것은 옳지 않은것 같으므로 이에 대한 설명은 나보다 훨씬 인도에 대한 이해가 깊은 김용준 박사의 이야기를 기다려 보기로 하자. 나는 내가 아는 것만 써보기로 하겠다. 

1. 우리 연구실은 인도안에서 개최된 학회를 5번 경험했다. 인도 국내 학회도 있고 국제 학회도 있는데 다른 인도사회의 면모처럼 인도학회도 역시 매우 유니크한면이 있는데 이에 대해서는 후술하기로 한다. 인도 내 다양한 분야 학회를 내가 모두 섭렵하지 못했으므로 여기서는 인도 고고학계 관련 학회만 간단히 설명해 보기로 한다. (의학을 전공한 사람이 고고학 학회를 소개!!! 물론 이상하게 보이겠지만 인도에 간 우리의 목적상 우리는 인도 고고학회만 주로 갔다. 인도 의학회는 나도 전혀 모른다). 

2. 우리 한국사람이 인도 고고학을 접하고자 할때 꽤 괜찮은 학회는 크게 둘이다. 

첫째는 우리로 치면 한국고고학회같은 권위의 국내 학회가 있다.  Indian Archaeological Society이다. 

학회 홈페이지:  http://indarchaeology.org/archaeology/archaeology.htm

이 학회는 헤드쿼터가 델리에 있다. 



인도고고학회 정문 간판. 안에 들어가면 guest house와 박물관이 있다.


인도고고학회 본부에는 작은 박물관도 하나 있는데 볼만하다. 델리에 갈 기회가 있으신 분들은 한번 방문해 보는 것도 괜찮을 듯. 


인도고고학회 박물관에서. 왼쪽부터 데칸대 신데교수, 인도고고학회 딕싯 박사 (인도고고학의 walking dictionary란 별명이 있다고 함), 그리고 필자.



이 학회는 일년에 한번 인도 전역을 돌아가면서 annual meeting을 한다. 우리도 한번 참가한 적이 있었다. 연구실 홍종하군과 김용준 선생이 Varanasi에서 개최된 학회에 참석했었다. 이 학회를 참석하고 싶다면 위 인도고고학회 홈페이지를 참고하면 된다. 하지만 인도 특성상 학회가 미리 충분한 시간적 여유를 두고 고지되는 경우는 거의 없다. 올해 학회가 어디서 열리냐고 물어보면 누구도 모르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어쨌건 열리긴 열린다. 잘 아는 인도 고고학자 친구가 있으면 그 양반한테 물어보는것이 가장 빠르고 정확하다. 외국인에게도 학회 참석은 개방되어 있다. 영어로 투고하면 되고 발표는 구연과 포스터 모두 된다. 


바라나시에서 열린 인도고고학회에 참석한 우리 연구실 홍종하 군 (2013년, 바라나시). 포스터를 전시했다. 이 사진에 보이는 것처럼 이 학회는 인도 국내 학회이지만 인도문명의 성격상 참석자는 딱 그런것만도 아니다. 세계 각국 연구자들이 참석하기도 한다.



바라나시는 여기!!!

이 학회에서는 우리로 치면 한국고고학보라고 할수있는 잡지도 정기적으로 펴낸다. 영어로 써서 투고하면 된다. 아래 주소를 참조. 

http://indarchaeology.org/archaeology/puratattva_47.htm


바라나시에서 열린 인도고고학회 참석 중-. 2013년. 우리 연구실 홍종하군.



바라나시 인도고고학회에서. 김용준 박사. 2013년.

 


2. 다음으로 남아시아고고학회 (Society of South Asian Archaeology)를 추천한다. 이 학회는 인도학자들이 주축이 되어 만든 남아시아 고고학 대상의 연합 학회이다. 이 학회는 두번을 참석했는데 학회 홈페이지 주소는 아래와 같다. 

http://sosaa.org/


이 학회는 남아시아 지역 여러곳을 돌아가면서 하는.. 것으로 되어 있지만 그게 딱 지켜지지는 않는다. 원래는 2년인가 마다 한번씩 열리게 되어 있지만 정확히 지켜지기 힘들다. 지난번 학회는 네팔에서 열리게 되어 있었는데 거기 지진이 나버리는 통에 계속 연기되다가 올해 초 콜카타에서 마침내 열렸다. 다음 학회는 2년인가 3년인가 뒤에 이란에서 한다고 했지만 그것도 지켜봐야 한다. 하지만 학회를 참석해 보면 발표의 질은 매우 높으므로 열리기만 한다면 한국학자들이 가서 들어볼 만 한 그런 학회라고 할 수 있다. 강추. 



올해 초 (2018) 남아시아 고고학회는 콜카타 국립박물관에서 열렸다. 학회기간 중 식사 제공.



2018년 남아시아 고고학회장. 콜카타 국립박물관.



당연한 이야기지만 학회기간 중 학회 참석자는 박물관 관람 공짜.




콜카타 국립박물관.



여기도 학회에서 펴내는 학술지가 있다. 영어원고면 투고 가능. 출판사는 인도 출판사가 아니라 영국 출판사이다. 

https://www.ancient-asia-journal.com/articles/


3. 이제 인도학회의 특징 중 재미있는 부분을 써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로 인도학회는 식전행사가 길다. 국내학회건 국제학회건 학회가 시작할때 대회장과 지역유지, 정치가등등이 나와 환영행사를 하는데 굉장하다. 우리네 정치행사같다. 



학회 개막식. 우리네 정치행사같다. 2016년. ASTRA.



둘째로 인도학회는 참석하면 학회기간 내내 아침 점심 저녁 세끼를 다 준다. 모든 인도학회가 다 그런건지는 모르겠는데 아무튼 내가 참석했던 학회는 다 그랬다. 학회가 지정하는 숙소가 있고 그 숙소에 묵으면서 세끼 밥 먹어가면서 학회를 한다. 밥도 맛있다. 대개 부페식인데 국내 왠만한 인도 레스토랑 보다는 낫다. 이것만으로도 참석할 만한 이유는 된다. 



학회기간 중 제공된 학회 밥. 맛있음. 부페식이다. (ASTRA, 데칸대, 2016년)



세째로 인도학회 자체의 유니크 함이라고 할수 있는데 인도인들은 학회에서 배틀을 즐긴다. 우리처럼 학회때 억지로 시켜야 간신히 질문이 나오는 그런정도가 아니라 서로 마이크를 안뺏기려고 한다. 그리고 한번 마이크를 잡으면 놓지를 않는다. 발표시간보다 질문시간이 더 길다. 질문 대답 질문 대답 끝없이 이어지는데다가 중간에 필을 받으면 그때부터 즉석강연이 또 이어지기도 한다. 내가 가본 여러나라 학회중 인도학회는 그런면에서 가장 유니크한 학회였다. 한번 반드시 가보시길. 



흔한 인도 학회장 풍경. 잠시후 배틀 시작. 2016년. ASTRA. 인도인들은 학술 토론을 마다하지 않는다. 토론을 즐긴다.


최근 인도에 학술 답사가 늘어나면서 연구자들도 많이 인도를 가는것 같은데 개인적인 의견으로는 위에 서술한 학회 참석을 목표로 하는것이 낫다는 생각이다. 영어 발표면 다 받아주고 현지 학자와 교류도 가능하다. 학회가 인도 전국을 돌아다니며 하므로 인도를 경험할 수 있는 좋은 기회이기도 하다. 서구 및 일본 학자들이 학회에 많이 보이는데 우리 학자들 숫자는 참석자가 아직 많지 않다. 많이들 참석하시기를 강력히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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