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漢詩 & 漢文&漢文法

임호정에서

by taeshik.kim 2018. 6.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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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시, 계절의 노래(95)


임호정(臨湖亭)


 당 왕유 / 김영문 選譯評 


가벼운 배로

좋은 손님 맞으러


여유롭게

호수 위로 나왔네


정자 마루에서

술동이 마주하니


사방 호수에

연꽃이 피네


輕舸迎上客, 悠悠湖上來. 當軒對尊酒, 四面芙蓉開.


왕유는 성당(盛唐) 산수전원파의 대표 시인이다. 그는 개원(開元) 말년 망천(輞川)에 은거하여 그곳 산수와 혼연일체가 된 삶을 살았다. 그곳의 삶을 읊은 시가 그의 대표작 『망천집(輞川集)』 20수다. 앞에서 읽어본 「죽리관(竹里館)」이나 「녹채(鹿柴)」도 『망천집』 20수에 들어 있다. 북송의 대문호 소식이 왕유의 시와 그림을 평하여 “마힐의 시를 음미하면 시 속에 그림이 있고, 마힐의 그림을 감상하면 그림 속에 시가 있다(味摩詰之詩, 詩中有畫, 觀摩詰之畫, 畫中有詩.)”라고 했는데, 이 평가에 가장 걸맞은 시집이 바로 『망천집』이다. 이 시를 포함하여 그의 『망천집』을 읽어보면 산수화 같은 풍경 속에 있는 듯 없는 듯 자연과 융화된 아주 작은 인물이 등장한다. 산수화 용어로 이런 인물을 ‘점경인물(點景人物)’이라고 한다. 산수를 즐기는 주인이면서 산수의 일부로 녹아든 손님이다. 산수에 의미를 부여하여 새로운 파라다이스를 창조하는 주체이지만 자연의 질서에 순응하는 객체이기도 하다. 또 그는 광활한 우주의 일부로 고독한 존재이나 우주의 모든 생명과 대화할 수 있는 열린 사유의 각자(覺者)이기도 하다. 그가 좋은 벗을 맞아 술잔을 기울이므로 사방 연못 위에 연꽃이 피는 게 당연하다. 굴원이 벌써 노래했듯 연꽃은 군자의 꽃이 아니던가? 그야말로 정경교융(情景交融), 물아일체(物我一體)의 경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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