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漢詩 & 漢文&漢文法

지하에서 몇년을 보내다 한달을 울고 가는 매미

by taeshik.kim 2018. 7.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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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시, 계절의 노래(122)


매미를 읊다(詠蟬)


 명 정학년(丁鶴年) / 김영문 選譯評 


매미 성품 지극히

맑고도 높아


수심에 찬 읊조림은

「이소(離騷)」와 같네


염천엔 바람과

이슬 드물어


날을 보내면서도

슬프게 우네


蟬性極淸高, 愁吟類楚騷. 炎天風露薄, 度日亦嗷嗷.


매미는 캄캄한 땅 속에서 3~7년 동안 애벌레 생활을 한다. 심지어 어떤 종류는 무려 17년간이나 지하에서 산다고 한다. 그러다가 땅 위로 올라와 사는 기간은 얼마인가? 겨우 한 달 남짓에 불과하다. 매미 울음소리를 들으면 숙연한 마음이 들지 않을 수 없다. 땅 속 생활을 하는 동안 땅 위에 건물이 들어서거나 아스팔트가 덮이면 영원히 땅밖으로 나오지 못하고 생을 마감한다. 매미는 땅속에서나 땅밖에서나 수액(樹液)만 먹고 산다. 이 때문에 옛 사람들은 매미가 맑은 이슬만 먹는다고 인식했다. 높은 나무 위에서 이슬만 먹으며 고고하게 우는 모습을 보고 선인들은 세속의 물욕에 휘둘리지 않고 고결하게 사는 선비의 삶을 연상했다. 중국 전국시대 초나라 충신 굴원(屈原)은 직간(直諫)으로 임금의 잘못을 바로잡으려다 강호로 추방되었다. 강호를 방랑하며 자신의 울분과 수심을 읊은 대표작이 바로 초사 「이소(離騷)」다. 이 시의 작자는 그런 시인 굴원을 매미에, 그리고 굴원이 읊은 시 「이소」를 매미 울음에 비견했다. 불볕 더위가 기승을 부리는 염천에는 매미 울음을 멀리까지 보내줄 바람도 불지 않고, 매미의 소박한 양식인 이슬도 금방 말라버린다. 바람과 이슬은 매미의 실존 근거이지만 매미는 태생적으로 실존 근거조차 박약하다. 그러나 매미는 침묵하지 않고 운다. 안도현은 그런 매미를 이렇게 읊었다. “여름이 뜨거워서 매미가/ 우는 것이 아니라 매미가 울어서/ 여름이 뜨거운 것이다”(「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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