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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재현장

천흥사지 오층석탑

by taeshik.kim 2018. 4.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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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터는 계절에 따라, 그리고 같은 계절 같은 날짜라 해도 새벽이나 아침이냐 오후냐 저녁이냐에 따라, 나아가 기상에 따라 빗속이냐 눈발이 날리느냐 혹 미세먼지에 날리느냐에 따라 오만가지 색상으로 갈아입는 팔색조, 아니 만색조萬色鳥라. 


오늘 소개하고자 하는 천안 천흥사지(天興寺址)라는 절터는 내가 2013년 10월 21일, 가을이 숨을 헐떡이며 이제 겨울을 맞이할 무렵 오전에 찾았으니, 내장한 촬영시점을 보니 오전 7시54분이라, 아마도 이슬이 채 마르기 전이리라. 이제 풀과 나무는 눈에 띄게 누른 빛을 띠기 시작하니, 깻잎 역시 숨을 죽이지 않고도 저려 담가도 그대로 좋을 듯한 색깔을 발산한다. 


들녂엔 봄처럼 화려하지는 않으나, 은은함을 풍기는 들꽃이 그런 대로 듬성듬성 피어올라, 갖은 상념을 자아낼 때이니, 그 전날 혹은 이 한적한 농촌을 찾았을 적에 내 기분이 어떠했는지는 지금으로서는 알 길은 없으나, 그런대로 괜찮은 상태가 아니었나 생각해 본다. 차가운 듯하면서도, 그래도 빛이 뿜어나니 말이다. 


당시까지만 해도 개발 붐이 채 스며들지 않은 이 한적한 마을에 몇 집이 남았는지 알 수는 없으나, 제법 거창한 풍모를 자랑하는 큰 사찰이 한창 번영하던 시절을 연상케 하는 흔적이 더러 남았으니, 저 삼층석탑도 개중 하나다. 물론 탑이 있다 해서, 그런 탑을 갖춘 사찰 품격이 제법 컸으리라 장담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하지만 이곳에서 제법 떨어진 곳 동네 마을 한복판에는 아래에서 보는 당간지주 한 쌍도 있으니, 이 둘간의 거리에다가 이곳에서 출토되어 지금은 국립중앙박물관에 옮긴 천흥사지 동종 내력을 보면, 천흥사라는 사찰이 한창 위용을 자랑하던 시대에는 지금과는 사뭇 풍광이 달랐음이 여실하다. 



삼층석탑 앞에 서니 다음과 같은 안내판이 나를 지도편달한다.(문구는 원의를 훼손하지 않는 범위에서 소폭 내가 손을 봤다)  

 

종목 : 보물 제354호

명칭 : 천안 천흥사지 오층석탑 (天安天興寺址五層石塔)

분류 : 유적건조물 / 종교신앙/ 불교/ 탑

수량 / 면적 : 1기

지정(등록)일 : 1963.01.21,

소재지 : 충남 천안시 서북구 성거읍 천흥리 190-2

시대:고려시대

소유자(소유단체) : 국유

관리자(관리단체) : 천안시


천흥사터에 서 있는 고려시대 탑이다. 이층 기단(基壇)에 5층 탑신을 올렸다. 고려 왕조 시작 직후 석탑 규모가 다시 커지던 당시 흐름을 잘 보여준다. 탑신을 받친 기단은 아래층이 너무 얕아 마치 1층으로 된 듯 한 느낌을 준다. 아래층 기단 4면에는 각 면마다 안상(眼象) 7개씩을 촘촘히 조각했다. 위층 기단 4면에는 모서리마다 기둥 모양을 새겼다. 탑신은 각 층 몸돌과 지붕돌을 각각 돌 하나로 새겼다. 몸돌은 4면 모서리에만 기둥 모양을 뚜렷하게 새겼고, 위층으로 올라가면서 줄어드는 비율이 비교적 완만하다. 지붕돌은 얇고 너비가 좁으며, 밑받침이 3단으로 매우 얕게 조각했다. 경사면은 가파르다가 이내 수평을 이루어 그 반전감이 크고, 네 귀퉁이 들림은 날아갈 듯 가뿐하다. 전체로 보아 웅장하고 아름다우며 돌 구성에도 규율성이 있다. 특히 탑신에서 보이는 완만한 체감율은 온화하고 장중한 느낌을 더해준다. 절터에는 이 탑 말고도 당간지주(보물 제99호)가 남아 있으며, 동종(銅鍾)은 국립중앙박물관으로 옮긴 상태다. 동종은 그에 새긴 기록에 의해 고려 현종 원년(1010)에 만들어졌으니, 이 탑 역시 역시 이와 시대를 같이하는 것으로 추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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