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漢詩 & 漢文&漢文法

취해 누우니 갖은 상념이...

by taeshik.kim 2018. 8.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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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시, 계절의 노래(133)


술 취해 잠자는 이(醉睡者)


 송 소식 / 김영문 選譯評 


도(道) 있어도 행하기 어려우니

취하는 게 더 낫고


입 있어도 말하기 어려우니

잠 자는 게 더 낫네


선생은 이 돌 사이에

술 취해 누웠으나


만고에 그 뜻을

아는 이 아무도 없네


有道難行不如醉, 有口難言不如睡. 先生醉臥此石間, 萬古無人知此意.


공자는 천하를 구제하려는 뜻을 품었으나 그를 써주는 사람이 없어서 천하를 방랑했다. 굴원은 직간으로 초 회왕(懷王)의 잘못을 바로잡으려 했으나 결국 추방되어 멱라수에 투신·자결했다. 사마천은 이릉(李陵)의 억울함을 풀어주려다가 한 무제의 노여움을 사 죽음보다 못한 궁형을 당했다. 도척은 천하를 횡행한 도적으로 백주에도 강도, 살인, 강간, 약탈을 일삼았지만 천수를 다하고 죽었다. 위(魏) 혜공(惠公)은 세자였던 이복 형 급자(急子)와 동복 형 수(壽)를 죽이고 보위에 올랐으나 온갖 호사를 누리며 제 명대로 살다가 죽었다. 진회(秦檜)는 악비(岳飛) 등 충신을 죽이고 씨를 말렸지만 진국공(秦國公)과 위국공(魏國公)에 봉해져 권세를 휘둘렀으며 사후에는 충헌(忠獻)이라는 시호까지 받았다. 세상 일은 왜 이리 불공평한가? 하기야 사마천도 일찍이 이렇게 탄식했다. “천도란 옳은 것인가? 그른 것인가?(天道是邪非邪?)” 우리 주위에는 돈과 권력과 불법과 편법과 요행으로 출세한 자들이 오히려 “인생은 노력의 대가”라고 사기를 친다. 부당하고 불합리한 천도(天道)에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막가파식 만행과 타락으로 한평생을 허비해야 할까? 그러기에는 한 번뿐인 내 삶이 너무나 고귀하고 소중하다. 부당하고 불합리한 천도는 뒷전으로 밀쳐두자. 차라리 오늘만이라도 내 영혼을 위로할 소주나 막걸리 한 잔을 준비하는 것이 어떨까? 그동안 천하대사는 너무 많이 울궈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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