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漢詩 & 漢文&漢文法

담장은 분칠하고, 나무는 꽃으로 만드는 눈

by taeshik.kim 2018. 11.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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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덮힌 김천 대덕산(해발 1,290m)



눈[詠雪] 


[高麗] 임유정(林惟正)


듣기도 어여뻐 밤새도록 내리는 소리  - 제기(齊己)

얇은 조각 바람에 흩날려 하늘하늘     - 신인손(辛寅遜)

그윽한 골짜기엔 솔 소리 섞갈리고     - 노조(盧肇)

빈 뜰에서는 달빛과 뒤섞이네            - 승(僧) 정근(正勤)

담 두르면 전부 분칠한 듯하고           - 이상은(李商隱) 

나무 붙으면 모두 꽃을 만드네           - 조등(趙膝)

시인한테 말씀 좀 전해 주게              - 전기(錢起) 

앞마을 가면 외상술 괜찮다고            - 화방(和放) 


聽憐終夜落, 片薄逐風斜. 幽澗迷松響, 虛庭混月華. 繞墻全剝粉, 着樹摠成花. 爲報詩人導, 前村酒可賖. 



한국고전번역원이 제공하는 양주동 번역을 약간 손질했다. 《동문선東文選》 제9권 오언율시(五言律詩)에 수록됐으니, 작자 임유정은 1100년대 고려시대를 살다간 사람이라, 그 생몰이 자세치 않거니와, 그에겐 유별난 장기가 있었으니, 이른바 우라까이의 천재였으니, 남들이 쓴 시 구절에서 좋은 것만 따다가, 그것들을 한데 버무렸으니, 요즘 같음야 표절로 걸리겠지만, 뭐 그런 대로 창조적 계승은 맛이 있어, 그대로 음매하면 그뿐이다. 


눈이 온다. 지난 겨울에도 눈이 왔으니, 올해 첫눈은 아닐 터. 하지만 이번 겨울 서울 첫눈이라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다. 

눈이 오니 눈이 좋다. 

그대 있어 그대가 좋듯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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