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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문화 이모저모

동아시아 수필隨筆의 남상 《용재수필(容齋隨筆)》

by taeshik.kim 2019. 1.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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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隨筆)

따를 수, 붓 필이니 붓가는 대로 쓴 글이란 뜻이요, 더 쉽게 말하면 꼴리는 대로 쓴 글이다. 

이 말이 어찌하여 근대기엔 essay의 번역어로 정착했지만 내가 누차 지적하듯이 에세이는 대부분 정치논설 같은 무거운 글을 지칭하거니와, 그래서 에세이는 그 분야 이른바 대가라는 사람들이 주로 쓰는 말이라, 그 번역어로 적확 적실的實하다고는 결코 볼 수 없다.



동아시아 세계의 수필을 수필의 반열로 올린 저작이 이 《용재수필(容齋隨筆)》이다. 

이 수필을 차기箚記라고도 하거니와, 청대 고증학의 남상을 이루는 고염무의 《일지록日知錄》은 그 대표격이니, 벌써 제목만 봐도, 매일매일 이것저것 깨친 것들을 메모처럼 긁적인 것들의 모음이라는 뜻이다. 

이 《용재수필》은 宋代 문사 홍매(洪邁, 1123~1202)가 생평 독서하며, 혹은 이것저것 줏어들은 것들 중 요긴하다 생각해서 그것들을 메모식으로 분류 재편집해서 출판한 것이다. 용재容齋는 그의 호다.

도서출판 학고방에서 선보인 《용재수필》은 문헌과문물(약칭 문문) 초대 회장인 순천향대 홍승직 교수가 노은정 안예선 두 선생과 합심해서 번역한 것이니, 혹자 그의 글쓰기에 매료된 페이스북 독자들은 홍승직이라 하면 기체조 강사로, 구청 문화교실을 전전하며 할머니 할배들에게 기공 체조를 가르치며 연명한다고 알겠지만, 그 본령은 중문학도라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 


홍승직 교수. 그의 페이스북에서 무단전재


이건 하도 나온다 나온다 뻥을 친지 몇 년 만에 나온 책이라, 나오자마자 내가 득달같이 달라들어 보름인가만에 뽀갰으니, 각 분야 직업적 학문종사들에게도 계발하는 바가 적지는 않을 것이다. 

평소 존경해 마지 않은 홍 교수님 저작이라, 읽어가며 오타라든가 혹은 내가 생각하기에 오류로 생각되는 번역 등등을 표시해 두었거니와, 재판이 나왔으면 싶다. 

그리하여 그 재판 머리말엔 "이를 꼼꼼히 읽어주고 오류까지 일일이 바로잡아준 畏友 김태식 선생에게 거듭 감사함을 드린다"는 표현을 보고 싶다. 

이런 책이 재판이 빨리 나와야 그 사회가 정상이다.


기체조 홍승직 교수. 그의 페이스북에서 무단전재


**** 이상은 January 2, 2018 at 7:17 AM · Seoul 내 페이스북 포스팅을 아주 약간만 손질한 것이다.


《용재수필》은 실은 용재수필容齋隨筆 용재속필容齋續筆 용재삼필容齋三筆 용재사필容齋四筆 용재오필容齋五筆 다섯 가지 합칭한다. 당연히 용재수필을 가장 먼저 완성했다가, 나중에 계속 비슷한 성격의 원고가 쌓이자, 이를 계속 증보해 나간 셈인데, 홍매가 생평을 투자한 역작이다. 

그 구성을 보면 순희淳熙 7년(1180年)에 완성을 본 《용재수필》(총16권)에는 각권 15~29개 則, 도합 329개 則을 수록했고, 《용재속필》(총16권)에는 각권 12~18개 則,도합 249개 則을 수록했으니, 紹熙 2년(1193)에 완성됐다. 

《용재삼필》(총 16권)은 각권 5~20개 則,도합 248개 則이니, 成書 시기는 慶元 2年(1196)이고, 《용재사필》(총16권)은 각권 12~24개 則,도합 259개 則을 수록했으니, 慶元 三年(1197) 완성이다. 

《容齋五筆》(총10권)은 각권 9~19則,도합 135개 則인데 그의 죽음으로 미완성으로 끝났다. 

따라서 《용재수필》 총 5종 74권이 수록한 則은 총 1천220개라, 각 則에는 표제가 있지만, 특별히 주제에 따른 분류는 하지 않았다고 보는 편이 좋다. 

여기서 則이란, 소주제 혹은 화제 정도 보면 되겠고, 뭐 그냥 작은 챕터 정도로 보아 대과가 없다. 

용재수필은 홍매의 독후감인 셈인데, 다만 우리가 생각하는 독후감과 조금 다른 점이 있다면, 학술성이 짙다는 점이다. 그가 읽으며 의문을 품거나, 혹은 추가 설명이 필요한 사항들을 적출하고는 그에 대한 생각 혹은 자료들을 정리하면서 그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덧붙였다. 

이들이 커버하는 주제? 

잡탕이다. 오만잡상이 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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