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漢詩 & 漢文&漢文法

사방이 농토인데 농민은 굵어죽고

by taeshik.kim 2018. 5.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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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시, 계절의 노래(26)


농부를 슬퍼하며[憫農] 2수 중 첫째


[당(唐)] 이신(李紳) / 김영문 選譯評 


봄에 곡식 한 알 

심으면


가을에 만 알

거두네


사방에 노는 땅

없건만


농부는 여전히

굶어죽네


春種一粒粟, 秋收萬顆子. 四海無閑田, 農夫猶餓死. 


(2018.05.09) 




불과 20자로 핍박 받는 농촌의 실상을 이보다 더 적절하게 묘사하긴 힘들다. 고아하고 품격 높은 언어가 아니라 평범하고 쉬운 구어(白話)로 썼으나 골기(骨氣)가 있고 풍격이 굳세다. 또 이 시는 측성에 속하는 상성(上聲) 자(子)와 사(死)로 각운을 달았으므로 근체시 절구가 아니라 고풍(古風)에 속한다. 절구보다 훨씬 민요풍에 가깝다.


첫째 구(起句)와 둘째 구(承句)는 대구로 농사의 진리를 읊었다. 봄에 곡식 한 알 심어서 가을에 만 알 거둔다는 묘사는 과장법이지만 이것은 농업 경제의 가장 기본적인 원리다. 신석기시대 농업혁명을 이룬 이래 급격하게 인구가 늘어나고 문명이 발달한 이유가 바로 이 원리에 생활의 기반을 두었기 때문이다. 셋째 구(轉句)와 넷째 구(結句)는 구법 상 ‘유수대(流水對)’에 가깝지만 정확하게는 대구가 아니다. 그러나 의미로는 이보다 더 엄밀한 대구가 있을 수 없다. 의미의 대조를 통해 농촌 현실의 핵심에 도달했다. 덧붙일 말이 없다.


한 알의 씨앗으로 만 알의 결실을 거두는 경제 이익을 농부들이 몽땅 향유한다면 가난한 농부는 없어야 한다. 오히려 농촌에 천하 갑부가 즐비해야 마땅하다. 그러나 역사 속 실상은 이와 달랐다. 그렇게 이익이 많은 농사를 짓고, 천지사방에 노는 땅이라고는 없었건만 농부들은 굶주리는 경우가 훨씬 많았다. 정치적, 경제적 권력을 장악한 특권층이 대다수 농토를 점유하고 농사 이익을 독점했기 때문이다. 농촌에 대한 압박과 수탈은 조금씩 얼굴을 달리하며 대대로 이어져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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