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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훈의 사람, 질병, 그리고 역사

서울 사대문 안 지하의 비밀 (8)

by 초야잠필 2019. 1.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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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훈 (申東勳·서울대 체질인류학 및 고병리연구실)


서울시내 발굴현장 기생충 연구는 내게 있어 각별한 의미가 있다. 내가 50대 중반으로 들어가면서 지금까지 겪은 여러 연구 중에 이는 특히 기억에 많이 남는 사례에 해당한다. 


이런 연구는 세계적으로도 드물고, 결과를 역사적 시각에서 해석한 경우도 많지 않다. 나로서 본다면 고기생충학 연구가 단순한 의학사적 관심사를 넘어 과거 우리 조상의 삶을 해석할 수 있는 유용한 도구가 될 수도 있겠구나 하는 점을 처음으로 확신하게 된 계기이기도 하다. 


이번 연재를 쭉 읽은 분들은 우리가 어떤 문제의식에서 연구를 시작했고 어떤 결론을 내리게 되었는지 아시게 되었으리라 생각한다. 내용이 조금이라도 재미있었다면 나로서는 대 만족이다. 


연재 마지막에 재미삼아 사족을 달아보면 내 연구 특성상 언론과 대중이 크게 관심을 보이게 되는 경우가 가끔 있는데 이 연구도 우연찮게 그렇게 됐다.  


문화 언론계 거성으로 자타가 인정하는 그 어떤 분에 의해 이 연구가 느닷없이 "서울시내는 똥바다"라는 제목으로 지면에 보도 되면서 나는 평생 먹을 댓글 욕을 며칠 사이에 다 먹은 적이 있다.  


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원하건 원하지 않았건 그 해프닝 때문에 이 연구를 아직 기억하는 사람이 많다. 내가 무슨 연구를 하는지 초면에 이미 알고 있는 사람들은 대개 "아 그 미라 하는 사람" 하고 이야기 하거나 "아 그 서울시내는 똥바다라고 한 사람"이라고 기억하더라는. 


물론 그 사람들이 내 연구 내용으로 기억할 리는 없고 그 기사 제목 때문에 기억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니 만큼 그 기사는 어떤 면에서 보면 성공적이었을지도 모르겠다. 나 역시 이제는 이런 부분에 대해 무덤덤해지고 이 이야기를 할 때 웃음부터 나는 것을 보면 사람이 나이가 든다는 게 반드시 나쁜 것 만은 아니다. 





샘플링 중



각설하고 이번 연재와 관련된 관련 문헌들을 소개해 볼까 한다. 


여기 인용한 우리 연구는 아래와 같이 학술지에 논문으로 출판되었다.  아마 구글링하면 모두 검색되어 나올 것이니 온라인상으로 다운로드할 수 있을 것이다. 만약 댁에서 다운로드 못 받는다면 가까운 대학도서관에 가면 거의 다 접근 가능하다. 


[1] Shin DH, Oh CS, Lee SJ, Chai JY, Kim J, Lee SD, Park JB, Choi I-H, Lee HJ, Seo M. Paleo-parasitological study on the soils collected from archaeological sites in old district of Seoul City. Journal of Archaeological Science 38 (2011) 3555-3559: 우리 연구 중 광화문 궁장, 육조거리, 군기시 시료에 대한 고기생충학적 연구는 이 논문에 실렸다. 이 논문이 실린 JAS는 꽤 괜찮은 학술 잡지이다. 


[2] Shin DH, Oh CS, Shin YM, Cho CW, Seo M. The pattern of ancient parasite egg contamination in the private residence, alley, ditch and streambed soils of old Seoul City, the capital of Joseon dynasty. International Journal of Paleopathology 3 (2013) 208–213.: 우리 연구 중 종묘광장에서 시행한 고기생충학 연구는 이 논문에 실렸다. IJPP도 괜찮은 잡지이다. 


[3] 기호철, 배재훈, 신동훈. 조선후기 한양도성내 토양매개성 기생충 감염원인에 대한 역사문헌학적 고찰. 의사학 2013; 22: 89-132: 서울시내 발굴현장 조선시대 시료에서 기생충란이 나온것을 어떻게 해석해야 하는가, 이 부분을 역사학적으로 고찰한 논문이다. 기호철 선생이 애를 많이 쓰셨고 배재훈 선생 역시 고생을 많이 하셨다. 이 자리를 빌어 다시 감사드린다. "의사학"은 대한의사학회의 기관지이다. 한국말로 나오는 잡지 중에 드물게 AHCI에 등재된 잡지이기도 하다. 


[4] Myeung Ju Kim, Ho Chul Ki, Shiduck Kim, Jong Yil Chai, Min Seo, Chang Seok Oh and Dong Hoon Shin. Parasitic infection patterns as correlated with urban-rural recycling of night soils in Korea and other East Asian countries: the archaeological and historical evidence. Korean Studies 2014;38: 51-74: 이 논문은 옛 도시에서 토양매개성 기생충란이 발견되는 이유를 동아시아 전역으로 확대하여 한국, 일본, 중국를 대상으로 삼았다. 20세기 이전 이들 국가 모두에서 인분거름때문에 도시민의 기생충 감염률이 높았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을 실증적으로 증명하고자 하였다. [3]번 논문에 비해 한국 사료가 많이 보강되었고, 일본, 중국 사료를 함께 고찰하여 단순히 한 나라의 범위를 벗어나 동아시아 전체에서 조망하고자 한 보다 종합적인 성격의 논문이 되었다. 영문으로 작성하였다. Korean Studies는 하와이대 한국학연구소에서 내는 학술지이다. 일본사에 관련해서는 서울대 규장각 김시덕 교수가 많이 수고하셨다. 


[5] Seo M, Chai J-Y, Kim MJ, Shim SY, Ki HC, Shin DH. Detection Trend of Helminth Eggs in the Strata Soil Samples from Ancient Historic Places of Korea. 2016. Korean Journal of Parasitology 54(5): 555-563: 이 논문은 우리 연구실이 한국 고고학 발굴 현장을 누비며 수집한 자료를 모두 모아 고찰한 종설(review)이다. 서울시내 기생충란에 대한 이야기도 실려 있다. 


혹 학술지 논문이 너무 딱딱하신 분들은 아래 글을 권한다. 내가 2013년에 농업박물관 의뢰로 두레학당 강연을 한 원고인데 서울시내 기생충란 발견의 의의에 대해서 쉽게 써 내려가고자 했기 때문에 아마 보다 쉽게 읽어 갈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아래를 클릭하면 다운로드 받으실수 있는 페이지로 연결된다.  


Shin, D. H. (2018, June 10). 17세기 이후 농업기술 발전과 인분의 재활용이 대도시 유지와 도시민 기생충감염에 미친 영향. https://doi.org/10.31235/osf.io/tywge


이 연구를 진행하는데 아래 분들의 신세를 졌다. 지면으로라도 미흡하지만 감사의 뜻을 표하는 것이 옳다고 생각한다. 


기호철, 배재훈 선생: 역사학적 시각을 이 연구에 불어 넣는데 큰 도움을 받았다. 

김시덕 선생: 인분 비료에 대한 일본사 연구 현황을 파악하는데 도움을 받았다. 

김명주, 서민, 오창석 선생: 내 연구의 동반자들이다. 거듭 감사의 뜻을 표한다. 

박준범 선생: 육조거리, 군기시 발굴에 도움을 받았다. 

최인화 선생: 경복궁 궁장 발굴에서 도움을 받았다. 

신영문, 조치욱 선생: 종묘광장 발굴에서 도움을 받았다. 


이 외에 우리 연구실이 고기생충학적 연구 기법을 확립하는데 있어 현장에서 도움을 주신 심상육, 민소리, 정훈진, 주진옥, 차순철 선생께도 항상 감사의 뜻을 표한다. 


아직도 우리 연구의 이번 연재 주제가 "서울시내는 똥바다"라는 것이다, 라는 생각이 드시는지? 만약 그렇다면 이는 전적으로 내 미흡한 필력 탓이라는 것을 자인하면서 이번 연재를 마치고자 한다. (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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