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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문화 이모저모

천둥벼락 칠 땐 바람피지 마라..들켰을 적엔 오줌을 마셔야 하느니

by taeshik.kim 2018. 10.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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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후기 영·정조 시대에 이른바 북학파(北學派) 일원으로 중국에 다섯 차례나 다녀왔으며, 그 오야붕 연암 박지원을 추종한 이른바 ‘연암그룹’ 일원이기도 한 이희경(李喜經·1745~1805 이후)이란 사람이 남긴 잡글 모음 필기류인 《설수외사(雪岫外史)》란 책에 나오는 일화다. 




(한양도성) 서문(西門) 밖에 서른이 넘도록 개가(改嫁)하지 않은 과부가 있었으니, 그 이웃에는 아내 없는 홀아비가 살고 있었다. 사내가 결혼하자 아무리 꼬드겨도 여자는 듣지 않았다. 이 때문에 마을에서 그녀를 정조가 있다고 해서 정려문을 세워주려 했다. 그러던 어느 날 천둥이 치면서 세찬 비가 내리더니 여자 집에 벼락이 쳤다. 이웃 사람들이 깜짝 놀라 가서 보니 집은 전과 같이 온전했지만 남녀가 부둥켜안은 채 쓰러져 있었다. 자세히 보니 정녀로 소문난 그 여자와 이웃집 홀아비가 한창 잠자리를 하다가 번개가 갑자기 방에 내리치자 남녀가 모두 겁에 질려 기겁한 것이다. 이웃집 사람이 오줌에 약을 타서 먹이자 한참만에야 깨어났다. (진재교 外 옮김, 《설수외사(雪岫外史)》, 성균관대학교출판부, 2011.2, 19쪽) 



이 일화가 주는 교훈은 간단하다. 이르노니, 천둥벼락 치는 날엔 몰래 여자를 만나지 마라. 아님, 피뢰침 시설 잘 완비한 호텔이나 모텔에서 만나든가... 


아울러 위 이야기를 통해 우리는 요즘 한문학계를 중심으로 한창 논의가 활발한 이른바 ‘열녀의 탄생’이라는 그 허망한 보기를 알 수 있거니와, 그에 더불어 벼락 맞고 기절한 사람에게 쓴 약이 '오줌'이라는 사실도 확인하는 부수입을 얻는다. 오줌은 응급처치약이기도 했다.  


덧붙이건대, 편의상 두 사람 행동을 '바람'이라 했지만, 그것은 지극한 인간의 정리 그 발로였으며, 자연스런 행동이었다. 다만, 이 일화를 수록한 까닭은 소문에는 열녀라는 평판이 자자한 여인에 대한 조롱이다. 

또 하나, 저 일화 소재 혹은 배경이 천둥 번개라, 이에 얽힌 경험이 있다. 천둥 번개...난 이걸 찍는 방법을 모른다. 한 번도 그럴 생각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다가 언제런가? 터키로 가족 여행을 간 적 있다. 그때 안탈랴인지 어디에 숙소를 잡았는데 밤인지 새벽에 천둥번개가 쳤다. 저 멀리 하늘을 보니 번쩍번쩍이라, 저거 한 번 찍어볼끼라고 카메라 매고 해변으로 나갔다. 경험이 없으니, 이래저래 버벅였다고 기억한다.  TV 모드로 갖다놓고, 연사 촬영 모드로 변환은 하고 기다린 듯한데, 니미럴....번개가 언제 칠 줄 모르니, 방법이 없었다. 다시 그런 기횔 만나면 두 가지 중 하나일 것이다. 내가 번개 맞아 죽거나, 번개가 나한테 잡아먹히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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