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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시, 계절의 노래(215)


호국사에서 가을을 읊다(護國寺秋吟) 여덟째


[宋] 백옥섬(白玉蟾) / 김영문 選譯評 



안성 석남사. 2011. 11. 12



별빛이 천 점

반딧불 같고


구름은 한 쌍

두루미 같네 


외로이 시 읊으며

추위에 잠 못드는데


떨어지는 나뭇잎

휑한 창을 때리네 


星似螢千點, 雲如鶴一雙. 孤吟寒不寐, 落葉打空窗. 


절집은 청정하고 고적하다. 스님들은 티끌 세상과 인연을 끊고 불도에 매진한다. 가족, 연인, 친구를 떠나 진리를 탐구한다. 멀고도 깊다. 진실로 텅 비어 있지만 오묘하게 존재한다. 가을 밤 절집 지붕 위로 별이 쏟아진다. 늦여름 풀숲에는 반딧불이 찬란했다. 반딧불이 가득 덮힌 하늘에 하얀 두루미 한 쌍이 날아간다. 아니 흰 구름이다. 분별할 것도 없다. 청정함에는 추위가 묻어있고, 고적함에는 외로움이 배어 있다. 그 추위와 외로움의 어깨 위로 마치 무극(無極)의 죽비처럼 붉은 낙엽이 우수수 떨어져내린다. 휑한 마음의 창을 스산하게 두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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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 단풍 제철이라, 미쳐 날뛰는 그 무수한 가을 은행 중에서도 내 보지 못하고, 그러면서 인구人口에는 아름답다 회자하는 그런 곳 골랐으니 원주 반계리 은행나무 그것이라. 지난 주말, 하릴없고, 또 그닥 쓰임새는 없는 듯하나, 그래도 나를 찍어주는 기록사 겸해서 어떤 이 대동하곤 나섰으니, 마침 그날 동제가 있는 날이라 잔치판 벌어지고 풍악이 울리더라. 


원망遠望하니 주변, 특히 산과 조화한 랜스케입 압도적이라 왜 이 나무를 첫손 둘째손 셋째손에 꼽는지 알겠더라. 다가서니 바닥에 노랑물 흥건 쓰나미라, 하마터면 놓칠 뻔했으니 때맞추어 왔음에 적이 안심이다. 살피니 둥치 서너 갈래라 , 서 살피니 크게 둘로 짜개졌으니 한 가지에서 갈라졌는지, 아닌지는 모르겠지만 하나가 세포분열한 느낌이다. 못 살겠다, 갈라서자, 그랬지만, 멀리 도망가진 못하고 연리지마냥 붙었더라. 


나무 나이야 연예인 나이만큼 나이롱 뽕이라, 이곳 고을 사람들이야 팔백살을 주장하며, 왜 그런 내용을 안내판에 담지 않느냐 관계 당국 닥달하는 모양이나, 내 보기엔 택도 없어 그보단 훨씬 젊다. 저같이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은행나무 한두 그루 아니어니, 용문사인가 그쪽 은행나무 800살인가 주장한단 말은 들은 듯하나, 기타 좀 솔직한 데는 대략 500년을 내세우는 일 많으니, 그 500살이라는 그들 나무 견주어도 이쪽은 한참이나 동생 느낌 난다. 수체樹體 아름답고 넓은 까닭이야 현장에서 보니 입지조건과 짜개짐에 따름이다. 여타 은행이 공중으로, 공중으로, 더 높이, 저 멀리를 향해 달려가는 공중부양을 선택했을 적에, 이 반계리 은행은 땅으로 향해 펑퍼짐을 택했으니, 그것이 묘한 대비를 이루어 장관을 빚어난다. 


처자들 이런저런 바람이 들어 노랑물 떠가느라 여념없다. 이곳 관장하는 원주시청 공무원 박종수 선생 전언을 빌리자니, 이 나무를 둘러싸고 골치아픈 민원 두 가지가 있어, 하나는 왜 나이 800살을 안내판에 적지 않느냐이며, 다른 하나가 저 보호막 넘어 왜 사람들이 들어가냐라 한다. 

팔백은 천부당만부당이니, 다만, 그런 욕망을 그런대로 담고자 한다면야, 안내판에 고을 주민들은 팔백살이라 말한다는 대목 하나만 넣으면 될 것이요, 두번째 보호막과 관련해서는 저것이 낮아 사람들이 들어간다 하는데, 고을 사람들아, 역발상을 왜 하지 아니하나? 

첫째, 보호막은 누가 어떤 생각에서 쳤는지 모르나, 하등 씨잘데기 없는 거치물이니 저거 뽑아 고물상에 넘겨 그 돈으로 마을 잔치하면 될 것이요, 둘째, 사람들 들어간다 해서 높이쳐서 막으면 누가 저 나무 보러 가겠는가? 나아가 저걸 보호막이라 하지만 왜 보호막을 설치해야 하는지 근간에서 의뭉스럼 일거니와, 언제 저 나무가 사람과 유리하고자 했겠는가? 넷째, 무엇보다 저 나무 곂에 다가서는 아니 된다는 그 어떤 법률적 제재 근거도 존재하지 않는다. 다시 말해 보호막 넘어 들어가도 하등 법범 행위가 되지 않는다는 뜻이다. 

박종수 관장한테 이르노니, 당장 저 보호막인지 뭔지 다 주워뽑아버려라. 

저 보호막이 눈쌀을 찌푸리게 한다. 뭐 생각이야, 시작이야 그럴 듯 했겠지만, 내가 저곳에 닿는 순간 저 보호막 보고는 뒷골이 땡겼다. 한데도 저 보호막이 고을에서는 저 나무를 범접해서는 아니되는 그런 신수神樹로 만들기도 하니, 뭐 그렇다면야 내가 그 의지를 찬동하겠지만, 괜한 긁어부스럼 왜 만들었단 말인가? 

꼭 가야 한다는 윽박은 없었다. 그래도 이맘쯤 본 그곳이 하도 강렬해 그저 보고싶었노라 말해둔다. 다만 그때랑 조금은 다른 코스를 골랐으되 여전히 대청호변이란 사실은 변함이 없다.


청주 시내에서 대청호를 향해 달리다 왼편으로 다리 건너 대통령 별장인지 뭔지 있다는 청남대 방향으로 튼다. 햇볕 은어처럼 튀기는 호수 오른쪽으로 끼고 달리나니 숲 터널이다. 그 위상 녹록치 않은듯 해 차 세울 만한 곳에 잠시 똥차 주차하곤 내가 갈 길, 내가 지난 길 번갈아 본다. 노랑 물결이다.


비슷한 패턴이 반복한다. 이 무렵 저 빛깔은 물림 질림이 없다. 권태 나른과도 거리가 멀고, 무엇보다 근자 나를 옥죈 그 어떤 휴밀리에이션 humiliation도 없다. 


호수 역시 말이 없다. 빛 등진 수면은 그 멋대로, 그 반대편은 또 제멋대로 맛이 난다. 아래선 폭풍우 치는지 모르겠으나 저 고요 한없이 부러워 침이 흐른다.


청남대다. 불이 탄다.
들끓는다.
태우다태우다 태울 것 없어 창자벽 파내다 피가 흥건한 어느 중늙은이 같다.


昌德宮, Seou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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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산 두 수(秋山二首) 중 둘째


[宋] 양만리(楊萬里·1127~1206) / 김영문 選譯評 


창덕궁 속 가을



오구나무는 평소에

노련한 염색공이라


서둘러 검푸른 색을

선홍빛으로 바꿔놓네


어린 단풍 하루 밤새

하늘 술을 훔쳐 먹고


취한 모습 가려 달라고

고송(孤松)에 간청하네


烏桕平生老染工, 錯將鐵皂作猩紅. 小楓一夜偷天酒, 却倩孤松掩醉容.


어릴 적 가을 시골 앞산 뒷산에서 가장 붉게 물드는 나무는 뿔나무와 옻나무였다. 뿔나무의 표준말은 붉나무인데 나무 이름 그대로 가을 산을 붉게 장식하는 대표적인 가을나무다. 옻나무 단풍도 뿔나무에 못지 않다. 이 두 나무는 생긴 모양도 비슷해서 초보자는 구분하기 힘들 정도다. 선홍빛에서 검붉은색으로 물드는 옻나무와 뿔나무 단풍은 가을산을 불태우는 주인공이지만 단풍나무나 고로쇠나무처럼 크고 높게 자라지 않아 사람들의 눈길을 강하게 끌지 않는다. 우리나라 전라도나 제주도 등 남부 지역에서 잘 자라는 오구나무(조구나무)도 가을 빛이 붉고 예쁜 나무다. 오구나무의 수액은 양초와 비누 원료로 쓰인다. 물론 당단풍, 홍단풍, 꽃단풍, 신나무, 고로쇠나무 등 단풍나무가 붉은 가을 산을 대표하는 수목임을 부정할 수 없다. 이 시는 이런 다양한 가을나무 중에서도 오구나무와 어린 단풍나무를 불러왔다. 동시의 분위기가 매우 강하다. 시골에서 자란 분들은 아버지 심부름으로 술도가에서 술을 받아오다가 주전자 꼭지에 입을 대고 막걸리를 마셔본 경험들이 있으시리라. 처음 맛본 들쩍지근하면서도 씁쓸한 막걸리의 미묘한 맛을 지금도 잊을 수 없다. 심지어 집에 와서 대접에 막걸리를 붓고 사까리(사카린)를 타서 마시기도 했다. 이 시의 어린 단풍나무도 하늘의 술을 훔쳐 마시고 얼굴이 붉게 물들었다고 했다. 지금 온 산천은 천주(天酒)를 마신 단풍나무의 술주정판이 벌어지는 현장인 셈이다. 얼마나 많이 마셨으면 날이 새도 깨지 않고 저 붉은 얼굴을 부끄럼 없이 자랑하고 있을까? 그 옆의 푸른 소나무는 그런 어린 단풍을 보듬어주고 쓰다듬어주는 우리 어릴 적 아버지와 같다. 아니 푸른 소나무조차 가을 산을 오색으로 물들이는 작은 구성원일 뿐이다. 천주(天酒)의 술기운이 온 거리의 가로수까지 물들이고 있다.

아침에 시신을 봤다. 아마 우리 공장 유리벽에 돌진해 반열반하셨나 보다. 아님 마누라한테 볶이다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는지도 모른다. 아무튼 아미타 극락왕생 기원할 겸 정화하러 나선다.


어디로 잡을 것인가? 찬바람 쌩쌩하니 이쯤이면 창덕궁 단풍 제철이리란 경험믿고 무턱대고 나선다.


난 품계가 없으니 인정전 뜰 문턱에서 임금한테 안부인사 간단히 하려는데, 문지기 하는 말이 이곳 쥔장도 뒤안으로 비빈 잔뜩 대동하고는 단풍 구경 갔다더라. 쫓는다. 


숲길 청단풍 무성하다. 단풍이 덜 들었다 투덜대는 사람도 있어 청단풍이라 그렇다며 실망하긴 이르다 달래며 숲길 통과한다.


주합루로 들어서니 별유천지 비인간이라 글쎄 기다려 보라 하지 않았던가 핀잔한다. 이구동성 왜 비원인가 적이 동의하는 듯 하니 내 어깨 괜히 들썩인다.


불로문不老門이다. 예 통과하면 늙지 않는다니 백발 다시 검어질까? 수면 아래도 단풍이요 소나무는 대가리부터 아래로 곤두박질쳤다.


어느 하나 버릴 것이 없다. 무삼 말이 필요하리오?


깊이깊이 들어간다. 코딱지만한 바위에 비류직하 삼백척이라 뻥을 친 숙종도 오늘은 용서하리라.




불탄다. 오늘에야 비로소 만산홍엽滿山紅葉이다.  

너흰 붉어서 좋고 노래서 좋겠다. 나는 속이 불타고 하늘이 노랗다.



  1. 아파트담보 2018.10.29 20:06 신고

    오우 예스! 구깅 한번 잘 했습니다. 품계도 없이 막 들어갔군여. 캄사해여.

  2. esstory 2018.10.29 22:49 신고

    창덕궁 단풍 덕분에 잘 구경 했습니다 이번 주말에 좀 남아있을래나요

가을 탓 많은 거 안다. 그런가 하면 가을이 무슨 죄냐는 반문도 만만치는 않다. 저야 때가 되어 돌아왔을 뿐이요 내년 이맘쯤이면 또 어김없이 올 터인데, 그런 가을이 무슨 잘못이 있기에 애수 상념 고통을 가을 탓으로 돌리느냐 한다.


맞는 말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가을이면 왠지 센티멘탈해야 하며 죽어가는 것도 이맘쯤이면 그것이 주는 상실의 아픔이 다른 계절보단 배가 삼가 사가해야 한다는 무언, 혹은 묵시의 동의가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니 가을이면 더 슬퍼하라. 


단풍 만발하는 이맘쯤 저런 애수의 통념에 꼭 산통 깨는 일이 생기더라. 거센 바람 한바탕 휘몰아치거나 가을비 한번쯤 쌔리 부어 그런 폼내기용 무드에 찬물을 끼얹는 일이 꼭 한번은 생기더라. 


아침부터 비가 쌔리 붓더니만 화살나무 밑이, 꽃잎 반열반한 자목련 밑처럼 선홍빛 흥건하다. 이 일이 아니었대도 이미 추풍 낙엽 신세로 접어든 담쟁이 덩쿨은 쳐다보니 더욱 가지만 앙상하다.


이러고 보니, 좀 억울하다. 아니, 많이 억울하다. 이럴 줄 알았더래면, 좀 더 슬퍼하고, 좀 더 우수에 젖어보고, 좀 더 아픈 척 할 걸 그랬다는 후회가 막급하다. 

멜랑콜리에 젖을 새도 없이, 그렇게 매정하게 낙엽은 지고 말았으니 말이다. 

가을은 가을 같아야 한다. 


  1. 아파트담보 2018.10.27 17:20 신고

    안톤 시나크의 "우리를 슬프게 하는 것들"과 같은 건가요.

  2. 한량 taeshik.kim 2018.10.27 17:46 신고

    하도 오래된 글이라..

한시, 계절의 노래(208)


덕수궁 중명전 은행나무



낙엽(落葉)


[明] 주초(朱樵) / 김영문 選譯評 


초록 잎새 그림자

겹겹이더니


가을 오니 쑥덤불 따라

굴러가누나


나무에 기댈 힘

없는 탓이니


함부로 서풍을

원망치 말라


綠葉影重重, 秋來逐轉蓬. 自無依樹力, 莫謾怨西風.


가을은 뭐라 해도 낙엽의 계절이다. 전국시대 초나라 시인 송옥(宋玉)은 「구변(九辯)」이란 초사 작품에서 “슬프다! 가을 기운이여! 쓸쓸하다! 나뭇잎 떨어져 스러짐이여!(悲哉秋之爲氣也, 蕭瑟兮草木搖落而變衰)”라고 탄식했다. 지금까지 전해오는 한시 작품 중에서 ‘슬픈 가을(悲秋)’의 원조라 할만하다. 당나라 두보는 「높은 누대에 올라(登高)」라는 칠언율시에서 “가 없는 낙엽은 우수수 떨어지고, 끝 없는 장강은 콸콸콸 흘러오네(無邊落木蕭蕭下, 不盡長江滾滾來)”라고 읊었다. ‘우수수(蕭蕭)’와 ‘콸콸콸(滾滾)’이라는 자연의 소리를 견뎌낼 인간은 없다. 두보는 이 두 마디의 의성어로 세월의 무정함과 시간의 폭력성을 드러냈다. 의성어의 절실함을 이보다 더 심도 있게 드러낸 시는 드물지 않을까 한다. 인간은 저 ‘우수수’와 ‘콸콸콸’ 사이에서 ‘슬프다!’란 한탄만 내뱉다가 덧없이 사라지는 낙엽일 뿐이다. 심지어 위의 시에서는 가을 잎이 스스로 나무에 기댈 힘조차 없어서 떨어진다고 했다. 그렇다. 나뭇잎이 떨어지는 것은 가을바람 탓이 아니다. 끝내는 나무에 의지할 기력조차 없어서 때마침 불어오는 가을바람에 몸을 싣는다. 나무에 기댈 힘조차 없다니... 온 산천 온 거리에 낙엽이 흩날린다.

마뜩한 까닭은 없다.
그냥 연노랑 보고파 올랐노라 해둔다.
에스프레소 한 잔 때린다.
저 아래로 눈을 깐다.


푸르름 채 가시지 않아 마누라한테 야구 빠따로 얻어터져 생긴 멍이라 해둔다.


그래서
물감 뿌린 덕수궁은 가을이 멍이다.
쉬 자국 가시지 않는 그 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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