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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시, 계절의 노래(177)


가을 밤 시 짓기에 고심하다(秋夜苦吟)


 [唐] 두순학(杜荀鶴·846~904(907?)) / 김영문 選譯評 


삼경 끝나도록 시 읊고도

제목도 짓지 못했는데


대숲 바람 솔숲 비는

모두 처연하구나


이 시각 누가 와서

시 읊는 걸 듣는다면


파촉 땅 원숭이가

울 줄 모른다 알아채리


吟盡三更未著題, 竹風松雨共凄凄. 此時若有人來聽, 始覺巴猿不解啼.


가을은 시의 계절이다. 곳곳에 시심을 자극하는 가을 경치가 펼쳐진다. 가을 경치는 시각, 청각, 후각 등 모든 감각을 동원해 시심을 자극한다. 한시를 읽어보면 가을을 읊은 시가 가장 많고 가을 중에서도 가을 밤을 읊은 시가 가장 많다. 하지만 시가 말을 하듯 줄줄 흘러나오면 얼마나 좋으랴? 우리 같은 범인(凡人)들에게만 시 짓기가 어련운 것이 아니다. 시성(詩聖)이라 불리는 두보도 “내 인성이 편벽하여 좋은 시구 탐하는데, 남들 놀라게 못하면 죽어도 안 그치리(爲人性僻耽佳句, 語不驚人死不休)”(「江上值水如海势聊短述」)라고 토로했다. 두보의 명구들이 그냥 나온 것이 아니라 좋은 시구 하나를 찾기 위해 목숨 걸고 시를 쓴 결과임을 알 수 있다. 또한 중당(中唐) 시기 고음(苦吟) 시인으로 유명한 가도(賈島)는 “두 구의 시를 삼 년 만에 얻어서, 한 번 읊어보다 두 줄기 눈물을 흘리네(兩句三年得, 一吟雙淚流)(「題詩後」)라고 감격했다. 시 한 수도 아닌 시 두 구만 얻고도 기쁨에 겨워 닭똥 같은 두 줄기 눈물을 줄줄 흘렸다. 만약 완전한 시 한 수를 지었다면 온 천하에 다 들리도록 대성통곡을 그치지 않았을 터이다. 이 시 작자도 대숲에 바람 불고 솔 숲에 비 오는 처연한 가을 밤 시를 짓는다. 떠오르는 시구를 잡기 위해 괴롭게 읊어보지만 한밤중이 지나도록 제목조차 짓지 못해 신음한다. 잘 울기로 유명한 중국 파촉(巴蜀) 땅 원숭이가 우는 걸 잊어버린 것처럼 시가 제대로 지어지지 않는다. 아무리 끙끙대도 소용없다. 이런 때는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 초심을 회복하여 자신의 자리를 돌아보는 것이 중요하다. 그렇다. 가을 밤 등불 앞에서 좋은 시를 짓기 위해 고심하는 풍경이야 말로 더 없이 아름다운 시 한 수가 아니던가? 우리 삶 자체가 시 한 수이고, 소설 한 편이다. 너무 먼 풍경만 그리워하지 말자. 


수퍼문


한시, 계절의 노래(166)


가을밤(秋夜)


 당 왕건(王建) / 김영문 選譯評 


밤 길어 나뭇잎

이슬 떨구고


가을벌레 문으로 들어

날아 다니네


눕는 일 많으니

골수가 시려


일어나 낡은 솜옷

덮어본다네


夜久葉露滴, 秋蟲入戶飛. 臥多骨髓冷, 起覆舊綿衣.


가을을 상징하는 건 뭘까? 청명한 하늘, 맑은 공기, 울긋불긋한 단풍, 황금 들판, 하얀 억새, 노란 국화, 붉은 노을, 풀벌레 소리, 찬 서리, 빨간 감, 보랏빛 들국화, 투명한 달밤, 휑한 마음 등을 들 수 있으리라. 가을 정취가 흠뻑 배어 있다. 하지만 곰곰이 들여다보면 이런 풍경은 대개 중추(中秋) 이후의 계절 변화에서 오는 이미지들이다. 그럼 우리가 소소한 일상 속에서 초가을의 정취를 몸으로 느낄 때는 언제일까? 이 시가 그런 느낌을 잘 전달한다. 위에서 열거한 가을 정취보다는 미약하지만 여름과 가을의 교차 지점을 민감하게 포착했다. 사시의 변화는 칼로 무 자르듯 명쾌하게 단절되지 않는다. 하지만 이맘 때 쯤이면 제법 밤이 길어져서 영롱한 이슬이 나뭇잎에 소복하게 맺힌다. 불빛 찾아 날아드는 풀벌레들은 형광등에 부딪치고, 여름 열기에 달궈져 있던 방구들은 차가운 한기를 사람 몸 뼈 속까지 전달한다. 가을은 그렇게 벌써 우리의 몸을 에워싼다. 영국 시인 셸리는 “겨울이 오면 봄도 멀지 않으리(If the Winter Comes, can Spring be far behind)”라고 읊었던가? 마찬가지로 여름이 가면 겨울이 멀지 않은 법이다. 창밖의 어둠이 겨울 전에 어여쁜 가을을 만드는 소리가 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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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yisabu 2018.09.09 17:37 신고

    秋虫见灯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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