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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시, 계절의 노래(108)


봉모가(鳳艒歌)


 수(隋) 양제(煬帝) / 김영문 選譯評 


삼월 삼일 삼짇날

강머리에 당도하여


잉어가 상류로

오르는 걸 보았네


낚싯대 잡고 다가가

낚아채려 하면서도


돌아와 쉬는 교룡일까

두려운 마음 들었네 


三月三日到江頭, 正見鯉魚波上遊. 意欲持釣往撩取, 恐是蛟龍還復休.


1960년대 후반에 활동한 가수 배호는 탄식이 섞인 듯한 저음으로 당시에 최고의 인기를 누렸다. 하지만 만 29세에 세상을 떠나 팬들의 마음을 안타깝게 했다. 호사가들은 「안개 속으로 가버린 사람」이나 「마지막 잎새」를 들먹이며 그가 이미 노래로 자신의 운명을 드러냈다고 숙덕이곤 했다. 조선시대 가장 뛰어난 천재에 속하는 이율곡은 「화석정(花石亭)」 시 마지막 구절에서 “기러기 소리 저녁 구름 속에 끊긴다(聲斷暮雲中)”라고 읊었다. 이 또한 그의 생이 길지 않음을 드러낸 구절로 식자들의 입에 오르내리곤 한다. 이처럼 자신의 노래나 시에 은연중 자신의 운명이 담긴다는 괴담은 오랜 연원을 갖고 있다. 그것을 전문 용어로 시참(詩讖)이라 한다. 위의 시를 지은 작자는 고구려를 침략했다가 을지문덕 장군에게 일패도지하여 결국 망국의 군주가 된 수 양제다. 그는 대운하를 완공한 후 걸핏하면 화려한 배(鳳艒)를 타고 강도(江都: 揚州)로 순행을 갔다. 위의 시는 그런 과정에서 지은 작품이다. 시는 천박하기 짝이 없지만 시참의 실례로 자주 거론되면서 유명세를 탔다. 즉 둘째 구에 나오는 ‘리어(鯉魚)’는 잉어이지만 기실 ‘리(鯉)’가 ‘리(李)’와 발음이 같기 때문에 당 고조 이연(李淵)을 가리키고, 마지막 구에서 그를 또 교룡(蛟龍)에 비유함으로써 결국 그가 왕이 되는 운명을 드러냈다는 것이다. 그럴 듯하면서도 다소 의아하다. 그럼 글 쓰는 사람들이 좋은 말만 가려 쓰면 평생 좋은 운명을 유지할 수 있을까? 시참의 논리에 의하면 그럴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좋은 말과 좋은 운명만으로 좋은 작품을 쓸 수 없음은 확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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