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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락2

나락은 어찌 해서 퇴출되었는가? 내 고향 논에서 이제 나락 구경하긴 힘들다. 하지만 역사 거슬러 오르면 20년 전까지도 모든 논 구십구프로가 나락 농사를 지었다. 소출 혹은 소득이 가장 낮은 농산물 중 하나가 나락이다. 무엇이 변하게 했는가? 나는 시대가 그리 만들었다 본다. 나락을 심어야 했던 이유는 우선은 먹고살아야 했기 때문이다. 굶지 않아야 했다. 그러기 위해선 쌀이 있어야 했다. 그래서 나락 농살 지었다. 혹자는 나락 농사를 고집하는 농민들을 바보천치라 한다. 그들이 그걸 몰라 나락을 심은 건 아니다. 하지만 그 누구도 이젠 논에다 나락을 심지 않는다. 등신인 줄 아는 까닭이다. 하다못해 산에서 고사리를 캐다 논에다 심기도 한다. 저 고사리 논은 내 엄마 소행이다. 엄마가 말한다. "지금 누가 덩신맹키로 나락 농사 하노?" 그.. 2023. 8. 28.
알알이 황금인 벼 한시, 계절의 노래(167) 벼가 익다 세 수(禾熟三首) 중 둘째 송 공평중 / 김영문 選譯評 풍년 기상이사람 마음 위로하니 참새 짹짹 소리도아름답게 들리네 산해진미 먹는 아이이 느낌 어찌 알리 시골집 곡식 알알모두가 황금임을 豐年氣象慰人心, 鳥雀啾嘲亦好音. 玉食兒郞豈知此, 田家粒粒是黃金. 라이너 마리아 릴케의 「가을날」을 읊조리는 시절이다. “주여, 때가 왔습니다./ 지난 여름은 참으로 위대했습니다. ……//마지막 과일들이 무르익도록 명하소서/ 이틀만 더 남국의 날을 베푸시어/ 과일들의 완성을 재촉하시고, 독한 포도주에는/ 마지막 단맛이 스미게 하소서” 100여년 만에 가장 무더웠다는 올 여름도 지나가고 들판에는 벼 익는 냄새가 구수하게 번진다. 가을장마도 끝났으므로 이제는 마지막 따가운 가을 햇볕이 .. 2018. 9.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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