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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촌8

실록 4천964만6천667자보다 중요한 98자 어느 궁핍한 마을 [궁촌사 窮村詞〕 성현成俔(1439~1504), 《허백당집虛白堂集》 제2권 시詩 검은 구름 하늘 걸려 북풍은 거세고 / 玄雲承空朔風怒 딱따구리 시냇가 나무를 딱딱 쪼네 / 彩鴷啄啄溪邊樹 산 아래 띠집 달팽이 집마냥 작은데 / 山下茅廬小縮蝸 세 아들 두 늙은이랑 한 집에 사네 / 三男兩老同家住 한 아들 도끼 메고 땔나무 하러 가고 / 一男荷斧撏薪蒸 다른 아들 토끼 쫓아 산을 넘어갔네 / 一男跡兔踰丘陵 가장 어린 아들 밥 달라고 울어대고 / 最少一男啼索飯 어미는 버선 깁고 애비는 새끼 꼬네 / 姑坐補襪翁陶繩 불 넉넉히 지피니 흙 온돌 따뜻해지네 / 土榻微溫煙火足 질솥엔 뜨끈뜨끈 팥죽 설설 끓어대네 / 瓦釜瀜瀜泣豆粥 소는 음매하며 콩깍지 먹고 닭은 횃대 앉았지만 / 牛鳴齕萁鷄在榤 사람 가축 .. 2022. 12. 24.
주인없는 담벼락엔 탱자들만 저라고 무슨 수가 있겠는가? 친구들이 다 익어가는 마당에 아무리 탱자기로선 홀로 청청할 순 없는 법이다. 남들 따라 수구리며 남들 따라 노랑물 들인다. 빈집 누가 다녀간다고 담벼락 기대서 홀로 폈다 홀로 열리고 홀로 염색한다. 탱자 담장 갈라놓은 두 집 세 집 모두가 빈집이라 마당엔 잡풀만 그득그득이라 이렇게 이태만 지나면 묵정밭이라 하지 않겠는가? 그렇게 다들 떠났다. 남은 엄마들은 혼차 죽어갔고 자식들은 엄마 시체 치우고선 다시 떠났다. 2020. 10. 3.
오지 콧물에서 창안하는 순진무구 주로 오지 혹은 저개발국가로 여행하는 사람들에게서 노골적으로 드러나는 성향 중 하나는 꼬질꼬질하고 콧물 질질 흘리는 어린이들에게서 순진무구를 창안한다는 점이다. 구질구질 농촌에서 도시문명과 견주어 때묻지 않았다고 칭송하곤 한다. 이르노라 꼬질꼬질에 순진무구는 없다. 그것은 낙후이며 가난이며 질병이고 고통이다. 그것은 박멸해야 할 과오요 퇴출해야 할 미개다. 배때지 부른 소리 걷어치워라. (2014. 9. 2) *** 개중에 순진무구 혹은 등신 같은 사람이 있을 순 있으나 개중엔 개차반 오입쟁이 약삭빠른 놈 다 있다. 그들이라고 욕망과 색욕이 없겠는가? 어린아이를 두고 순진무구하다지만 그놈들 하는 말을 들어보면 90프로가 거짓말이더라. 저들이 순진무구한 까닭은 나한테 총칼을 휘두르지 못하기 때문이지 착해서.. 2020. 9. 2.
못자리 조우하며 격발한다 내 고향에 국한하니 다른 데서는 어떤지 모르겠지만 벼농사가 사라졌다. 벼농사가 사라지니 제비가 사라졌다. 제비는 진흙으로 집을 짓는데 그 진흙은 벼논에서 조달했으니 물을 대는 농사가 사라지니 제비가 무엇으로써 건축을 한단 말인가? 나락이 사라진 논엔 온통 다마네기 마늘 파 차지요 아예 끌어엎고 과수원으로 변한 곳 천지다. 이젠 아무도 벼농사를 짓지 아니한다. 왜 그런가? 투자 대비 이문이 남지 않기 때문이다. 이문은커녕 손해만 막심하니 누가 벼농사 하겠는가? 쌀은 사다 먹는 게 남는 장사다. 그때야 먹는 게 급했다. 이문은 고사하고 입에 풀칠을 해야 했다. 굶어죽지 않으려 벼농사를 했으니 그래도 언제나 쌀은 모자라 언제나 보릿고개는 어김없었다. 그땐 또 대가족이라 딸린 새끼가 기본 다섯이요 열인 곳도 드.. 2020. 5. 10.
온갖 인간군상이 용트림하는 농촌 내가 자주 하는 말이다. 농촌을 낭만 혹은 순진무구로 보지 마라. 그곳에도 욕망이 불타고, 정념이 타오르며, 환멸이 일고, 분노가 치솟으며, 치정이 펄떡인다. 이랬더니 누군가 이런 말을 했다. "그게 낭만 아녜요?" 맞는 말이다. 농민이 순진무구? 이는 농민들을 등신으로 규정하는 말이다. 개중에는 온갖 군상이 있기 마련이라, 착한 사람도 있고 등쳐 먹는 놈이 있으며, 난봉꾼도 있다. 나는 민중을 믿지 않는다. 2020. 1. 27.
이런 농촌은 어디에도 없다 난 농촌을 이렇게 바라보는 시각...느무느무 싫다.나한테 농촌은 고통이었다. "봄바람에 몸을 맡긴 풀잎과 괭이자루를 들고 땅을 파는 농부들의 몸짓을 보라. 자연의 질서와 순리와 순환을 따르는 농부들이 창조해내는 새로운 생명의 질서와 연대와 조화를 이룬 논과 밭을 보라. 모두 한몸이다. 구분이 없다. 경계가 없다. 작품이다." 어느 시인의 근작 산문집에서.. Taeshik KimJanuary 29, 2014 at 10:50 AM 2019. 1.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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