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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시, 계절의 노래(74)


사계절[四時] 


  동진(東晉) 도연명(陶淵明) / 김영문 選譯評


봄에는 물이 불어

사방 못에 가득 하고


여름에는 뭉게구름에

기이한 봉우리 많네


가을에는 달님이

밝은 빛발 휘날리고


겨울에는 산 고개에

외로운 솔 수려하네


春水滿四澤, 夏雲多奇峰. 秋月揚明暉, 冬嶺秀孤松.


비발디 바이올린협주곡 「사계」가 들리시는가? 확실히 이 시는  「사계」에 가깝다. 특히  「사계」 ‘봄’ 1악장 시냇물 소리, ‘여름’ 3악장 변화무쌍한 날씨, ‘가을’ 2악장 달밤 같은 몽롱함은 이 시의 심미 스타일과도 흡사하게 맞아떨어진다. 다만 비발디 「사계」 ‘겨울’의 빠르고 절박한 리듬과는 다소 다른 느낌을 준다. 이 시가 고독하고 고고한 정신을 더 강조하기 때문이다. 한시 절구는 모두 네 구절로 이루어지는 짧은 형식이다. 하지만 짧은 형식으로도 기(起)·승(承)·전(轉)·결(結)의 완전한 구조를 지향한다. 이 시는 빙설이 녹아 생명의 물이 가득 차는 봄에서 시작한다.(起) 이어서 변화막측한 구름을 묘사하면서 세상의 염량세태를 비유한다.(承) 그리고 밝은 달빛으로 인간의 깨끗한 정신을 드러낸다.(承) 마지막 결구(結句)에서는 눈보라가 몰아치는 고개마루 서서 추운 겨울을 청청하게 견디는 외로운 소나무를 강조한다. 동아시아 지식인의 궁극적 삶을 형상화한 고결한 협주곡이라 할 만하다.



산중문답(山中問答)


  당(唐) 이백(李白) / 김영문 選譯


내게 묻기를 무슨 생각에

푸른 산에 깃들어 사나


웃으며 대답 않으니

마음 절로 여유롭네


복사꽃 뜬 계곡물

아득히 흘러가는 곳


여기가 바로 별천지

인간 세상 아니라네 




問余何意棲碧山 

笑而不答心自閑 

桃花流水窅然去 

別有天地非人間



무슨 말이 필요하겠는가? 이론의 여지가 없는 이태백 대표작이다. 도연명을 빌려와 복사꽃 핀 산중 생활을 말한다. 이태백 다른 시들을 견줄 때, 이는 안빈낙도와는 거리가 멀어 절대고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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