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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백3

선운사 동백 타고 내린 봄 오일장이 서는 날이면 동백기름 바르고 읍내 나간 아버지는 역전 반지하다방에서 계란 노른자위 동동 띄운 쌍화차 두 잔 시켜 놓고는 미쓰김 다리를 주물러댔다. 피마자 기름 같은 풀섶에 동백이 흐트러졌다. 요소 푸대도 필요없어 죽죽 타고 내린다. 풀물 든 빤스에 엄마는 노발대발하며 부지깽이 휘둘렀지만 봄은 동백이요 기름이라 나는 외쳤다. 고창 선운사엔 언제나처럼 봄은 동백 타고 내렸다가 녹음 아래서 스멀스멀 사라져갔다. 고창 선운사(高敞禪雲寺) Seonunsa Temple, Gochang 2019. 4. 15.
강진 백련사 동백을 기약하며 강진 백련사가 나로선 처음이다. 뭔가 유명하단 소문은 일찍이 들었으되 어찌하다 지금에야 왔다. 그렇다고 기회가 없지는 아니했으니 근처를 지날 일은 여러 번이었지만 번번이 놓치고 말았다. 이 고찰을 품은 산을 만덕산萬德山이라던가? 뒤쪽 혹은 옆쪽 어딘가로 돌아가면 다산초당이란다. 하긴 그러고 보니 강진은 정약용이 오랜 기간 유배생활을 한 곳이라 해서, 그의 글과 행적이 남긴 곳은 그가 유명세를 타는 바람에 죄다 유명해졌다. 그를 두고 개혁을 꿈꾼 사람이라나 어쩐다나, 그런 개혁이 기성 보수 권력에 좌절 좌초했다나 어쩐다나 하는 논리가 야금야금 생겨나더니 요샌 너도나도 다산이란 상품 못 팔아 환장한다. 대웅전 마당에 서니 저 먼 데로 바다가 조망한다. 절 주변으론 온통 동백나무 숲이다. 유난히 따뜻한 이번 .. 2019. 1. 27.
비취 구름 두르고 비단 병풍 풀어놓은 동백 한시, 계절의 노래(239) 동백(山茶) [宋] 왕자(王鎡) / 김영문 選譯評 밀납 봉오리 녹색 꽃받침바야흐로 햇살 비쳐 학 정수리 붉은 빛을천 가지 피워내네 눈 개이기 기다려봄소식 깊이 스미니 비취 구름 에둘러서비단 병풍 펼쳐놓네 蠟包綠萼日才烘, 放出千枝鶴頂紅. 待得雪晴春信透, 翠雲圍繞錦屏風. 어느 계절인들 꽃이야 아름답지 않으랴만 무채색 겨울에 피는 동백은 진정 경이롭다는 수식어에 합당하다. 겨울 내내 짙푸른 빛을 유지하는 잎은 송백의 기상을 뛰어넘으며, 단정학(丹頂鶴)의 정수리 같은 붉은 꽃잎은 열정의 장미 빛깔에 뒤지지 않는다. 삭막한 흑백의 계절에 송백의 기상에다 장미의 열정을 더했으니 이보다 더 처연한 아름다움이 어디 있으랴? 아직은 매운 삭풍이 천지간을 휘감고 곳곳에 쌓인 눈이 혹한의 기세를.. 2019. 1.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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