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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성룡13

징비록懲毖錄, 통절한 반성을 표방했지만 그 어디에서도 회개는 없는 희유한 책 "백성들이 떠돌고 정치가 어지러워진 때를 만나 나처럼 못난 사람이 나라의 중책을 맡아 위기를 바로잡지 못하고 무너짐을 떠받치지 못했으니 그 죄는 죽어도 용서받지 못할 것이로대 그럼에도 외려 시골에 눈끄고 살면서 구차하게 삶을 이어가고 있으니 어찌 나라의 관대한 은혜가 아니겠는가? 근심과 두려움이 조금 진정되어 지난 일을 생각할 때마다 황송하고 부끄러워 얼굴을 들 수 없으니 이에 한가한 때에 임진년에서 무술년(1598)에 이르는 사이에 보고 들은 일을 대강 적어 모으니....어리석은 신하가 나라의 은혜에 보답하려 했지만 공을 세우지 못한 죄를 드러내고자 했다." 류성룡柳成龍(1542~1607)은 징비록 서문에서 이렇게 적었으니, 이를 보면 자신의 지난날 잘못이 많았음을 참회하는 심정으로 점철한 책인 듯하다.. 2023. 8. 19.
죽을 죄를 지었다며 자기 반성은 눈꼽만큼도 없는 징비록 국립중앙박물관 조선시대 임란 코너엔 어김없이 그 처절한 증언이라면서 당시 재상으로 봉직한 퇴계학파 동인 서애 류성룡 저술 징비록을 실물 전시하며 제목에 이르기를 류성룡, 임진왜란과 자기반성을 기록하다 라 하고 그 서문 두 대목을 인용하기를 《징비록》이란 무엇인가? 임진왜란 후의 일을 기록 한 것이다. 한편, 임진왜란 전의 일도 가끔 기록한 것은 임진왜란이 그로부터 비롯되었기 때문이다. …(중략)··· 백성들이 떠돌고 정치가 어지러워진 때에 나 같은 못난 사람이 나라의 중책을 맡아 위기를 바로잡지 못하고 나라가 무너지는 것을 떠받치지 못하였으니 그 죄는 죽어도 용서받지 못할 것이다. …(중략)… 비록 볼만 한 것은 없지만 이 또한 그때의 일이니 버리지 못한다. 《시경》에 이르기를 "나는 지난 일을 징계하여.. 2023. 4. 15.
홍수라는 고고학도, 하회마을 언덕에 숭녕통보를 선물하다 서애선생문집西厓先生文集 제16권 / 잡저雜著 옛 돈을 기록함[記古錢] 갑진년(甲辰年) 6월 12일, 비가 와서 강물이 불어나 양쪽 언덕과 평평하였다. 7월 6일, 천둥이 치면서 비가 왔다. 큰아이가 강 언덕 위에서 옛날 돈[古錢] 하나를 주워왔다. 글자가 반은 마멸되었는데, 자세히 보니 숭녕통보崇寧通寶란 넉 자가 있었다. 그것은 곧 송宋 나라 휘종徽宗 때의 물건이니 지금으로부터 5백여 년 전의 것으로, 당시에 있었던 일만 가지 일들은 구름처럼 사라지고 연기처럼 없어져 버렸는데 이 물건이 여전히 있을 줄은 생각지도 않았다. 사람을 시켜서 닦고 손질하게 한 뒤에 보니, 마치 석고石鼓 같은 느낌이 들었다. ⓒ 한국고전번역원 | 권호기 박희창 은정희 조복연 최순희 (공역) | 1977 甲辰六月十二日雨。河漲平岸。.. 2023. 2. 18.
국왕이 죽었는데도 비상계엄령도 발동하지 않은 조선왕조 서애선생문집西厓先生文集 제15권 잡저雜著 이 정승의 정묘년 일을 쓰다[記李相丁卯年事]의 한 대목 이날 새벽에 나는 성동城東의 집에 있어서 대궐과의 거리가 꽤 멀었는데, 변變을 듣고 급히 달려가 경복궁 광화문 밖에 이르니, 문이 환하게 열려 있고 안에는 한 사람도 없었다. 곧바로 들어가 근정전에 이르자, 백관 및 하인들이 뜰 가운데 모두 모여 시끄럽게 떠들어 어지러운데도 금지하는 사람이 없었으니, 아마 창졸간에 사람들이 할 바를 잃게 되는 모양이다. 금위禁衛들은 경계하여 지키는 차비를 다른 날보다 배나 세밀히 하여야 할 터인데, 소홀함이 이와 같았다. ⓒ 한국고전번역원 | 권호기 박희창 은정희 조복연 최순희 (공역) | 1977 是日曉。余在城東家。距闕頗遠。聞變急。赴至景福宮。光化門外門洞開。內無一人。直入至勤政.. 2023. 2. 18.
육구연이 불학임을 알고는 배신했다는 류성룡 서애선생문집西厓先生文集 제15권 잡저雜著 상산학象山學은 불학佛學과 동일함[象山學與佛一樣] 경오년(1570, 선조3)과 신미년(1571, 선조4) 연간에 나는 수찬修撰으로 옥당玉堂에 있으면서 상산象山(육구연陸九淵)의 이론을 좋아하여, 경계될 만한 말을 베껴서 한 책을 만들어 출입하는데 가지고 다녔다. 그리고 매양 주자가 상산을 공격한 것이 너무 지나쳤다고 생각하였다. 비록 입으로는 감히 이를 말하지 못하였으나, 마음속으로는 오히려 의심하였다. 그 뒤 내가 상을 당하여 금계산金溪山에서 상주 노릇 할 때에, 한 노승이 불경佛經, 《대혜어록大慧語錄》, 《증도가證道歌》 등의 책을 보여 주기에 한가한 틈에 거의 다 보았더니, 기축機軸과 운용運用은 다 상산의 학술과 서로 비슷하였다. 다만 상산은 개두환면改頭換面하여 .. 2023. 2. 18.
서애가 얻은 송나라 동전 서애 류성룡(1542-1607)의 문집 을 보면, 벼슬을 다 관두고 하회로 내려와 을 짓던 1604년 어느 비 오는 날에 그가 겪은 일이 하나 기록되어 있다. 어떤 내용인지 한 번 살펴보자. 갑진년甲辰年 6월 12일, 비가 와서 강물이 불어나 양쪽 언덕과 엇비슷할 정도였다. 7월 6일에도 천둥이 치면서 비가 왔는데, 큰아이가 강 언덕 위에서 옛날 돈[古錢] 하나를 주워왔다. 글자가 반은 마멸되었는데, 자세히 보니 숭녕통보崇寧通寶란 넉 자가 있었다. 그것은 곧 송宋 나라 휘종徽宗 때의 물건이니 지금으로부터 500여 년 전의 것으로, 당시에 있었던 일만 가지 일들은 구름처럼 사라지고 연기처럼 없어져 버렸는데 뜻밖에 이 물건이 아직 남아있을 줄이야. 사람을 시켜서 닦고 손질하게 한 뒤에 보니, 마치 주나라 석.. 2021. 4.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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