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터데스크 관리자

도움말
닫기
적용하기   첫페이지 만들기

태터데스크 메시지

저장하였습니다.


한시, 계절의 노래(110)


집으로 편지를 보내며(歸信吟)


 당 맹교 / 김영문 選譯評


눈물로 먹 갈아

편지 써서


만 리 길 너머

가족에게 부친다


편지도 가고

내 혼도 가니


우두커니 육신만

남고 말았네


淚墨灑爲書, 將寄萬里親. 書去魂亦去, 兀然空一身.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향수에 관한 시를 들라면 거의 정지용의 「향수」를 꼽을 것이다. 향수에 묘사된 근대 이전의 고향 마을은 참으로 정겹고 감동적이다. 고향이 도시인 사람도 정지용의 「향수」를 읽으면 시골에 내 영혼의 고향이 따로 있는 듯 느껴진다고 한다. 하지만 나는 정지용의 「향수」보다 더 절실하게 고향과 가족을 그리워하는 작품을 들라면 주저 없이 이 시를 첫손가락에 꼽는다. 이 시를 쓴 맹교는 두 번 낙방 끝에 46세에야 겨우 진사시에 급제했다. 이 시는 그 무렵을 전후하여 쓴 작품으로 알려져 있다. “눈물로 먹을 갈아 그 먹물을 눈물처럼 뿌리며 편지를 쓴다(淚墨灑爲書)”는 첫 구절은 당시의 작시(作詩) 상황과 시인의 심정이 어우러진 명구다. 나는 맹교의 심정에 십분 공감한다. 나는 한 때 post-doc. 과정 수행을 위해 베이징대학에 머문 적이 있다. 당시에 아침 먹으러 가는 길목에서 자전거에 아이를 태우고 유치원으로 가는 아빠들을 볼 때마다 목이 메었다. 우리 큰 아이는 그 때 네 살이었고, 작은 아이는 겨우 100일이 지난 때였다. 아내는 대구에서 혼자 두 아이를 돌보느라 정신이 없었다. 나는 그 시절 처음으로 아내에게 편지를 썼다. 이 때문에 “답장을 보내며 내 혼도 보낸다(書去魂亦去)”는 맹교의 표현도 사실임을 직감한다. 마지막 구절 ‘올연(兀然: 우두커니, 동그마니)’이란 어휘에도 그의 외로움이 짙게 배어 있다. 겨우 스무 자로 이보다 더 절실하게 가족에 대한 그리움을 묘사한 작품이 있을까?



한시, 계절의 노래(61)


과거 급제 후(登科後)


   당(唐) 맹교(孟郊) / 김영문 選譯評 


지난날 비루한 삶

내세울 게 없었는데


오늘 아침 팔자 펴서

생각 또한 거침 없네


봄바람속 득의만만

말발굽 치달리며


장안 모든 꽃을

하루만에 다 보았네.


昔日齷齪不足誇, 今朝放蕩思無涯. 春風得意馬蹄疾, 一日看盡長安花.


중국 송(宋)나라 문호 소식(蘇軾)은 중당(中唐) 시인 맹교와 가도(賈島)의 시를 평하여 “맹교는 춥고 가도는 야위었다(郊寒島瘦)”라고 했다. 두 시인 모두 고통스러울 정도로 시어를 깎고 다듬는 것으로 유명했고, 처지 또한 불우했다. 하지만 이 시를 읽어보면 전혀 그런 느낌이 들지 않는다. 과거에 급제하여 기뻐 날뛰는 모습이 날 것 그대로 드러나 있다. 하긴 후세에 시성(詩聖)이라 불린 두보도 끝내 과거에 급제하지 못했음을 상기해보면 맹교의 기쁨을 이해 못 할 바도 아니다. 하물며 그가 과거에 급제한 나이가 무려 지천명(知天命)에 가까운 46세였다지 않는가? 당시에 46세라면 손자 볼 나이인데, 할아버지급 신참 진사(進士)가 과거에 급제했다고 환호작약하며 꽃구경을 다니는 모습을 상상해보라. 이 시는 차갑고 곤궁한 맹교 시 풍격에 전혀 어울리지 않지만 우리는 오히려 이런 별격 시를 통해 시인의 진솔한 모습을 엿볼 수 있다. 재미 또한 쏠쏠하다.(김영문)


과거제 유풍일까? 수능이 과거시험은 아닌데, 입격(入格)을 바라는 마음은 같아서리라. 어사화를 안치하고는 아들딸 대입을 기원하니 말이다.(김태식)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