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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일전에 이 블로그에 '문화재청의 지방청 움직에 대하여'라는 글을 게재하고, 그를 통해 문화재청이 추진하는 조직 확대 차원의 지방청 설립 움직임을 시종 비판적으로 보면서, 그 대안으로써 지방청 설립보다는 지차제의 관련 조직 인력 확대를 주창한 바 있다. 다음은 그런 생각이 표출한 2013년 11월 25일자, 내 페이스북 내 포스팅이다. 페이스북 '과거의 오늘'에 이 글이 걸려 다시금 전재한다.  



아기 황조롱이. 2013. 6, 3 백옥련 선생 페이스북 포스팅. 길을 잃고 도로 한가운데서 로드킬 위험 있다해서 광주 광산구청에서 구조하고 천연기념물 동물병원으로 보냈다. 이 일 역시 지자체 학예연구사 업무 중 하나다.




문화재청 조직 확대가 능사는 아니다


지방청 설립을 통한 국가지정 문화재의 국가에 의한 직접 관리를 주창하는 목소리가 문화재청 주변에서 나오기는 비단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얼마 전에 경질된 청장(변영섭을 말한다-인용자 주)과 그 주변 외부 인사 몇몇도 아예 맞대놓고 이를 주창하기도 했다. 하지만 그것이 능사인가? 그리고 그것이 모든 문제 해결의 만능열쇄인가? 이르노니 시대 흐름에도 역행하고 가능성이 매우 희박하다. 그렇다면 어찌해야 하는가?


나는 지방화 시대에 발맞추고 중앙 권력의 지방 이양이라는 시대 흐름에 맞추어 해당 지자체의 문화재 관리 인력 조직 강화를 제안한다. 다시 말해 조직을 확대하고 예산을 확충해야 하는 곳이 중앙정부 기관인 문화채청이 아니라 해당 지자체다. 광역자치단체와 기초자치단체에 이 역할의 상당함이 넘어가야 하며 주어져야 한다. 이것도 세부로 들어가면 복잡다단하기 짝이 없지만, 유홍준 시대에 추진하기 시작한 지차체의 학예직 인력 갖추기는 법적 구속력을 가져야 한다. 실제 이런 흐름에서 꽤 많은 지차체가 기초자치단체에 이르기까지 전문 학예직을 고용하기 이르렀다. 


하지만 그 내실을 보면 처참하기 짝이 없어 

1. 조직이 부재한 데가 대부분이고 

2. 인력의 부실이 대부분이다. 


경주시 같은 특수 지역에서는 문화재과가 있는 걸로 알지만(이것도 정확치 않다) 적어도 고도古都로 분류할 수 있거나, 그에 버금가는 기초자치단체는 적어도 문화재계 이상을 갖추어야 하며, 어쩌면 문화재과가 법적으로 있어야 한다. 그리고 학예직 인력 상당수는 파리 목숨이라 이들은 정규직이 아닌 까닭에 툭하면 짤려버리는가 하면, 계약을 연장한다 해도 몇년 단위로 재계약에 대한 불확실성으로 소신있는 행정은 할 수가 없다. 그나마 정규직으로 있다고 해도 그 숫자는 한두명에 지나지 않아 그들의 소신을 펼 구조가 전연 없으며, 이런 그들이 살아남는 길은 그만 두거나, 아니면 해당 지차체의 요구에 순응하는 길밖에 없다. 


이 이야기는 하도 길고, 매개 변수가 많아 일단 이 정도로 가늠하기로 한다.


이에 대해 당시 이 글에 댓글 형태로 여러 의견이 피력되었거니와, 개중 의미 있는 것으로써 다음과 같은 것이 있었음을 밝혀둔다. 


김란기(건축학자) : 맞습니다. 지자체에 전문공무원을 법률적으로 두도록 하고 또 시민들이 많은 부분(현장 관리, 관찰, 감시 등)을 담당하도록 하는 방안이 좋을 것입니다.


강경환(문화재청 국장) : 미국의 문화재보호법(national historic preservation act of 1966)에는 주정부문화재담당관(SHPO), 부족문화재담당관(THPO/인디언 등), 심지어 일부 연방정부기관에도 문화재담당관(FPO)을 두도록 하고있습니다 우리도 중앙정부의 정책기능 강화와 함께 지방정부의 현장관리가 균형있게 조화되는 문화재관리체계의 재설계가 필요합니다 턱없이 부족한 지방의 문화재 전문인력의 보강이 시급합니다. 이상과 현실은 다르겠지요. 일단 공무원이 되면 관료화되어 버려 비효율이 상례화될 수 있는 폐단이 생기겠지요. 그렇지만 지금처럼 지방의 학예직이나 기술직이 과장이 되기도 어려운 구조적인 문제는 개선해서 제도적으로 전문가들이 문화재 정책을 결정하는 시스템으로 가야하지 않을까요?


김현식(고고학도) : 지방으로 갈수록 문화재부서 학예사들의 여건은 심각합니다. 정말 상상도 못할 비상식적인 일이 많아요. 관건은 지방정부의 인사권에서 얼마나 독립이 되느냐인데, 지방청 이야기가 나온것도 결국은 그 문제 아닌가요? 지금의 체제에서는 거의 불가능하다고 봅니다. 계약직에다가 인사권까지 시장이 쥐락펴락하는데......


김재홍(건축학도/문화재활용사업) : 제가 이곳에 한가지만 올리고 싶습니다.... 지방 학예사제도에도 수정할 부분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현장조사한 결과 문화재청은 학예사 제도에 건축사 전공도 별도로 뽑고 있지만 지방은 아직도 문화재분야에서 한국건축역사 파트를 제외시키고 있습니다. 그러나 지방학예사들의 대부분의 업무가 민원과 행정 그리고 현장관리인데, 이 중 대부분이 건조물문화재 현장감독을 하는경우가 많습니다.. 학예직 파트에 건축역사를 전공한 사람도 함께 포함하여 공고해서 경쟁으로 시험볼수있도록 해서 서지학, 고고학, 사학, 미술사학, 국문학, 민속학, 박물관학 , 건축역사학 등등 다양한 파트의 문화재 인력이 구성되고, 서로 전문성을 교류하며 발전할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구본용(거창군 학예사) : 공감...........일정 규모 이상은 의무적으로 매장문화재 사전 협의를 마지못해 하지만 그외는 그냥 공사 시행합니다. 공사현장마다 확인할 수도 없고...................


이채경(당시 경주시 학예연구관, 현 동 문화재과장) : 지지체의 인력은 인구수에 비례하여 전체 공무원의 정원이 정해집니다. 여기에 문화재분야 공무원 한두명은 추가(그것도 마지 못하여)할 수 있을지는 모르지만 체계적인 관리인력을 구축할 수는 없습니다. 그래서 문화재청 지방청설립을 요구하는 것입니다. 지자체의 학예직은 안팎으로 싸워야 하는, 사면팔방이 적군으로 둘러싸인 사면초가의 처지입니다. 끊임없이 싸우면서 공공의 적이 되거나 아니면 학예직이기를 포기하거나 둘 중의 하나가 될 수 밖에 없는 현실입니다. 어떨 때 곰곰히 생각해보면 이건 도대체 기능직보다도 못하다는 자괴감이 들 때가 한두번이 아닐 때가 많습니다.


이화종(퍼블릭 아키올로지 전공 고고학도) : 한국에 이런 이야기가 나오고 있었군요... 전부터 생각 해봤던 이야기였는데..지자체 문화재 담당부서가 제 역할을 하지 못한 것은 오랜 일이고, 이걸 문화재청 지방청을 만들어 관리하겠다는 건 좀 전 근대적이네요... '국보, 사적 국가지정문화재 = 문화재청 관리'라는 등식은 한국적인 관리형태가 아닌가 함니다. 흔이 영국의 문화재청이라 많이 인식되는 English Heritage는 실제로 문화재를 관리하는 권한이 전혀 없습니다...관리와 관련된 조언을 문화체육 관광부에 하고, 실제적인 관리와 그 책임은 문화재를 소유한 지자체가 가지고 있습니다.. 우리도 참고 할 만 하지 않을가 합니다...



문화재 관리에도 돈과 인력과 조직이 필요하다. 이 자리에서는 돈, 다시 말해 고급진 말로 예산 문제는 간단히 언급하고 사람, 곧 인력과 조직에만 집중해서 이야기를 전개하고자 한다. 문화재 관리를 위한 조직을 논할 적에 항용 그 중앙사령탑인 문화재청을 이야기한다. 문화재 관리 주무 정부 조직이 문화재청인 까닭이다. 


2009년도 정부예산안



올해보다 무려 9.7%나 껑충 뛴 470조5천억원이라는 슈퍼예산으로 편성됐다는 내년도 정부예산안에서 차관급 꼬바리 청에 속하는 문화재청은 여전히 1조원도 확보하지 못했다. 정부가 9월 28일 발표한 2019년 예산 및 기금운용계획(안)을 보면 내년도 문화재청 예산은 8천693억원이 편셩됐다. 올해 8천17억원보다 8.4%가 증가한 수치다. 


8.4%가 여느 때라면 문화재청에는 슈퍼 증액이 되겠지만, 정부 전체예산안 증가치가 9.7%이니 청 예산은 외려 감소했다고 봐도 된다. 물론 예년 문화재청 예산 확정 추세를 보면, 국회 심의 단계에서 대체로 300억원 안팎이 늘어나니, 이른바 문화재 예산은 대표적인 쪽지 예산으로 분류되는 까닭에, 국회의원들이 지역구 예산을 중심으로 관심 사업 예산을 추가로 확보하는 일이 많은 까닭이다. 이렇게 보면 문화재청 내년 예산은 아마도 지금 정부예산안 증가치인 9.7% 어간에서 평균치 증가율을 기록할 것으로 나는 본다. 


하지만 이리 생각할 수도 있다. 8천억원대가 전체 정부예산에서는 아무 것도 아니라 할 테지만, 이것이 어디 적은 돈인가 하고 말이다. 그렇지만 그 내역을 뒤져 보면, 사적을 비롯한 문화재 지정 구역 부동산 매입에 거의 절대적인 비중이 가 있어, 여타 사업을 펼치기가 여간 곤란하지 않다. 이런 문화재청이 전국에 산재한 무수한 문화재를 다 직접 관리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그런 까닭에 항용 문화재를 다 관리하고 싶어도 돈도, 사람도 없다는 볼맨소리가 터져나오기 마련이다. 


그런 읍소 혹은 호소에 언론 역시 적절히 보조를 맞추기도 한다. 조직 문제에 천착하기로 했으므로, 이 점에 주목하면 그래 조직이 없다. 조직을 확대해야 한다고 목청을 높이기 시작하는 것이다. 


2007년 문경 고모산성 발굴


관리할 문화재는 산더미인데 그것을 관리할 조직과 인원이 태부족인 이런 상황을 문화재청에서는 흔히 총에 비유한다. 총만 주고 총알은 안 준 꼴이랑 같다고 말이다. 문화재 관리를 왜 방치하느냐 하는 문제 제기가 있을 적마다 문화재청은 곤혹스럽기 짝이 없다는 모습을 보인다. 우리도 어쩔 수 없다는 말을 한다. 총만 주고 총알은 안 주는데 우리더러 어쩌란 소리냐고 외치는 것이다.


이런 모습, 그 진실성이라는 측면에서 내가 볼 적에는 절반만 믿을 만하고, 절반은 연출이다. 내가 본 공무원이라는 조직이 그리 간단치는 않아, 위기를 기회로 전환하는 데는 귀신이 곡할 재주를 발휘하곤 한다. 문화재청 역시 이런 곤혹에 처할 때마다 그것을 조직 확대할 절호의 기회로 돌려세운다. 


물론 조직 확대가 정부 운용 정책 전체와 맞물리니 결코 쉽지는 않다. 생똥 싸도록 노력해도 고작 정원 몇 명 늘리거나, 부서 한두 개 추가할 뿐이니, 이런 식으로 하세월이다. 물론 이런 잰걸음을 통해 그나마 지금의 문화재청이라는 어쩌면 공룡이라고 일컬을 만한 조직을 탄생시켰을 것이다.


원하는 조직을 대폭 늘려주지 않으니, 얼마 전부터 문화재청은 다른 방식으로 이 욕구를 타개하려 한다. 기존 조직의 재편과 다른 조직의 흡수 움직임이 그것이다. 이 자리에서는 국립박물관 흡수 움직임으로 대표하는 후자는 별도 자리를 마련해 살피고자 한다. 


조직 확대 개편에 무엇이 문제인가 진단에 들어간 문화재청은 다른 정부조직과 비교하고는 언제나 지방청이 없다는 특징을 집중 부각하기 시작한다. 차관급 다른 청은 거의 다 지방청이 있어 분신처럼 움직이면서 해당 지역 업무를 직접 관장하는데, 문화재청은 없단 말이지? 옳거니, 가뜩이나 각 지자체서는 문화재청 더러 적어도 국가지정 문화재 직접 관리권을 다 가져가라 하고, 이구동성으로 못하겠다고 난리니, 이 참에 우리가 이를 다 관리하자. 그럴러면 전국에다가 그물망을 만들어야 한다. 그것이 바로 지방청이다. 지방청 설립 움직임은 이렇게 해서 나왔다.



내 기억에 문화재청이 지방청 설립 움직임을 본격화하기는 대략 10년전쯤부터인데, 갈수록 이쪽으로 조직 개편 방향을 선회하는 느낌이다. 그렇다면 지방청은 하늘에서 뚝 떨어지는가? 안 된다. 조직, 다시 말해 공무원 정원을 틀어쥔 행자부에서 요지부동이다. 지방분권화시대에 무슨 지방청이냐 불호령이다. 조직에는 항용 돈이 따르기 마련이니, 조직이 통과한다 해서 또 기재부에서는 돈을 대준다는 보장도 없다. 산 넘어 산이다. 


이에 곰곰 돌아 생각하니, 어? 국립문화재연구소라는 직할 기관이 있고, 그 산하 곳곳에 지방연구소가 있네? 이거네? 그래 이 지방연구소를 지방청으로 확대하는 거야. 국립경주문화재연구소는 경북문화재지방청을 맹글고 가야문화재연구소는 경남문화재청으로 개편하며, 부여연구소는 국립충남문화재청으로 확대하며 하는 안을 세우기 시작한다. 이리 방침을 정하고 보니 그럴 듯 하기도 하다. 기존 조직을 재활용한다는데, 이것이 훨씬 부담이 적으니 상대적으로 현실성이 있는 것이다.


하지만 단언커니와 이는 중앙집권제의 욕망이라 지방분권화라는 시대 추세에 맞지도 않을 뿐더러, 이런 방식으로 제 아무리 조직과 인원을 늘인대도 지금 제기된 문제들은 결코 해결할 수 없다. 해결된다면 내 손에 장을 지진다. 그많은 문화재를 어떻게 문화재청이 직접 관리한단 말인가?


이런 지방청 설립 움직임은 무엇보다 가뜩이나 틈만 나면 문화재 관리 업무를 중앙으로 가져가라는 지방정부로서는 문화재 업무를 더욱 왜소화하는 결과를 초래하고 만다. 중앙정부에서 문화재를 관리하기 위한 지방청을 세운다는데 어느 지자체가 관내 문화재에 신경을 기울이겠는가? 그런 점에서 지방문화재청 설립은 재앙이 되고 만다고 나는 본다. 


문화재청에서는 흔히 지방청 설립 근거로 산림청 같은 데를 비교한다. 하지만 유의할 점은 각 지자체에 산림과 혹은 그 비스무리한 조직이 있다는 점이다. 따라서 이 시점에서 문화재 조직 개편은 어떠해야 하는지 자명하다. 


첫째도 둘째도 셋째도, 알파요 오메가가 문화재는 현지에서 관리해야 한다는 사실이다. 지방정부와 그 지역코뮤너티가 초지일관 관리해야 한다. 이것 말고는 대안이 없다. 이를 위해서는 당연히 지자체에 그 업무를 관장하는 전문 조직이 있어야 한다. 작은 지자체에서는 문화재계 같은 것이 생겨야 하며, 큰 지자체에는 문화재과 혹은 문화재국 같은 조직이 있어야 한다. 이런 전담 조직이 있는 지자체가 더러 있다. 


수종사에서 내려다 본 두물머리


따라서 조직이라는 측면에서 문화재가 어찌해야 하는지는 자명하게 답이 나온다? 중앙정부 조직을 공룡처럼 늘려야하겠는가? 지방정부에서 그 전담 조직을 키워야 하겠는가? 당연히 후자다. 후자를 지향하는 지방청 움직이라면 나는 언제건 작금 문화재청이 추진하는 지방청 설립을 위한 움직임을 지지한다. 하지만 그 움직임 어디에도 지자체 관련 조직 신설 혹은 증설이 보이지 않는다. 오로지 이 기회를 빌려 문화재청 몸집을 불리기에만 집중했을 뿐이니, 그래서 내가 이 움직임을 반대한다. 


문화재가 많은 일부 지자체에서 그런 조직이 있기는 하나, 아직은 태부족이라, 문화재청은 자기네 몸집을 키우는데 혈안이 될 것이 아니라, 이들 지자체에서 문화재 담당 부서와 직원들이 지닌 힘을 키우는 방향으로 정책의 일대 전환을 꾀해야 한다는 뜻이다. 단순히 조직만 만들어 놓으면 그 결과는 눈에 선하다. 문화재와는 전연 관련 없는 행정직 기술직 등등이 자리를 장악할 것이다. 그 조직 전부가 반드시 문화재 관리 전문이어야야 한다는 법을 강제할 수는 없겠지만, 적어도 계장 과장 국장 정도는 이를 위한 전문인력으로 뽑은 학예직이 해야 한다고 나는 본다. 물론 이런 전문가라 해서, 그 일을 더 잘한다는 보장이 없거니와, 실제 행정직 등등이 훨씬 업무능력이 뛰어날 수도 있다. 따라서, 그 대안으로 어떤 강제화보다 관습을 통해 이런 문화재 전담 조직에는 그 전문 인력이 팀장을 하고 조직원을 구성하는 시스템으로 정착시키려 해야 하며, 그 점에서 나는 문화재청이 할 일이 막대하다고 본다. 


포항 출토 나무화석. 대전 천연기념물센터


문화재청은 지역 곳곳에서 활동하는 문화재 전담 인력들의 힘을 키워야 하며, 그들이 제 능력을 발휘하고 제 목소리를 낼 수 있도록 극 지원해야 한다고 본다. 이에 대해 문화재청이 그럴 힘이 있느냐 항변한다.


없을까? 문화재 없는 지자체 없다. 그 예산 누가 책정하고 누가 배정하는가? 예산 배정권이 문화재청에 있는 힘이 없을 수는 없다. 단군조선 이래, 아니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돈줄 쥔 놈이 장땡인 법이다. 


지금 이 순간도 각 지자체 학예직이나 문화재 전담부서는 문화재청을 향해 울분을 토로한다. 툭하면 공문만 내려보내서는 감내놔라 배내놔라 하면서 열라 부려먹기나 하면, 일만 터지면 지역에다가 책임을 떠넘긴다는 볼멘소리가 이곳저곳에서 터져나온다. 그런 항변과 울분 적어도 80%는 나는 정당하다고 본다. 문화재청이 후원군이 되지 못한다고 생각하니 이들은 이미 모조리 반문화재청주의자들로 돌아섰다. 우군이 되어, 문화재 최일선에서 그 업무를 해야 할 사람들이 모조리 문화재청을 향해 총구를 겨누고 있는 것이다. 


이들을 문화재청 우군으로 끌어들여야 할 것 아닌가? 그들의 도움없이 무슨 문화재를 관리하겠다는 것인가? 설혹 문화재청이 지방청을 설립한다 해도, 나는 저와 같은 지자체 인력과 조직 충원없는 그것은 반대한다. 



Museo Civico Archeologico..무제오 치비코 아르케올로지코라고 읽는다. 옮기면 시립고고학박물관이다. 그렇다면 어느 시가 운영하는 곳인가? 그 명판 아래에 보면 Comune di Bologna 코뮤네 디 볼로냐라고 했으니, 볼로냐 자치시라는 뜻이거니와, 이탈리아 볼로냐 시립 고고학 박물관이다. 이곳을 정하고 찾지는 아니했다. 이런저런 곳 둘러보고는 이제 볼로냐가 물릴 무렵, 다음 행선지로 옮기는 길에 시간이 좀 남아 어슬렁거리다간 우연히 저 간판 마주하고서는 들어갔다. 



마침 내부 공사 중이라고 미안해 하면서, 이집트 콜렉션을 보겠느냐 한다. 유서 깊은 유럽 웬만한 박물관이라면, 이런 이집트 콜렉션은 거개 다 있다. 이들에게 이집트 컬렉션은 그 역사 전통의 유구함을 증언하는 필수품 같아, 없으면 왠지 모르게 와꼬 죽는 그런 코너이거니와, 다행인지 이 박물관엔 그런대로 고르게 구색을 갖춘 이집트 컬렉션이 있으니, 자세히 확인하지는 못했으나, 어느 독지가가 생평 모은 것들을 몽땅 기증한 것이라 한 듯하다. 개중에는 악어 미라도 있다. 





보니 컬렉션 규모가 상당하다. 이것만으로도 이집트 고대사를 개괄할 만한 수준이다. 리모델링 중인 까닭에 둘러본 공간은 일부에 지나지 않았으니, 이집트 컬렉션 외에도 이탈리아, 특히 볼로냐 지역에 초점을 맞춘 이탈리아 고고학사를 이 지역을 대표하는 고고학도들을 중심으로 내세우면서, 그들이 어떤 유적을 발굴해 어떤 성과를 얻었는지를 작은 섹션별로 구분한 코너가 있었다. 나로서는 이 코너가 심히 마음에 들었지만, 찬찬이 돌아볼 여유는 없었다. 그래도 죽 훑은 바, 이것만으로도 이탈리아 근현대 고고학 흐름이 한눈으로 감지되는 그런 교육효과는 다대한 공간이었다. 




이처럼 이 코너는 해당 고고학자별로 그들이 남긴 육필 원고와 그들이 실제로 발굴한 성과를 그 유물과 유적 중심으로 적절히 안배해 정리했다. 이 박물관에 대해서는 차후 자세한 소개를 꾀하기로 하고, 오늘 내가 정작으로 하고 싶은 말은 박물관 전시기법이다. 


유럽 지역 역사가 웬만큼 되는 박물관 미술관이면 누구나 느끼겠지만, 박물관 미술관이라면 왠지 모르게 삐까번쩍한 최신 현대식 건물일 법한 데는 단언하지만 단 한군데도 없다고 보아도 좋다. 내가 싸질러 다닌 세계가 그리 많지는 않지만, 이 현대식 시설의 완비라는 관점에서 지금을 기준으로 평가하면, 그 현대성과 규모에서 중국을 따라갈 데가 없다. 중국의 박물관 미술관은 2008년 베이징 올림픽을 기점으로 드라마틱한 변화를 겪게 되거니와, 적어도 성급 박물관 이상을 기준으로 할 때, 중국의 박물관 미술관은 그 규모가 압도하고, 나아가 그 현대적 설비 역시 이를 따를 만한 곳이 없다. 그래서 이들 중국 박물관은 그곳을 찾은 사람들의 눈과 귀를 압도한다. 


그 뒤를 한국이 따른다. 한국 역시 용산 국립중앙박물관을 필두로 그 산하 지방국립박물관과 공립박물관, 미술관 등등은 세계 어디에 내놓아도 전시시설과 전시기법이 뒤질 데가 없다. 


하지만 유럽으로 가면 사정이 딴판이다. 제아무리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박물관 미술관이라 해도, 그 박물관 미술관 건물 자체가 대부분 문화재인 까닭에 전시기법이 훌륭한 것도 아니요, 설비 또한 여전히 전근대에 머무르는 곳이 대부분이다. 브리티시 뮤지엄이라 해서 별다른 구석이 없다. 루브르박물관이라 해서 삐까번쩍할 것이라 생각해서도 안 된다. 우리 기준으로 보면 저들은 유물을 흩어뿌리기한 데 지나지 않으며, 전시기법이라 해서 별 본받을 만한 구석은 눈꼽만큼도 없다. 그렇다고 전시 설비가 현대적인가? 총괄하면 개판이거나 개판 일보전이다. 진열장은 더 개판이라, 유리엔 먼지 투성이요 손때 덕지덕지하고, 조명시설 역시 개판을 넘어 아수라장이기 일쑤다. 그렇다고 저들이 자상하기나 한가? 유럽 상당수 미술관 박물관은 작품 설명이 없는 곳이 허다하다. 



보다시피 이 볼로냐시립고고학박물관은 저 많은 석물에 해당 유물 안내판이 전연 없다. 알아서 보라 한다. 뿐이랴?



수장고 시설을 제대로 구비하지 못한 까닭일 것이로되, 유물을 갖다 놓을 곳이 없어 화장실 앞에다가 쳐박아 놓았다. 우리 같으면 저리 전시했다가는 관장 모가지가 열 개라도 성하지 못하다. 소중한 문화재를 이리 대하느냐 불호령이 떨어지고, 시민단체가 벌떼처럼 들고 일어나 들쑤시고 난리일 것이다. 저들이 문화수준이 우리보다 훨씬 낮아 저리하지는 않을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저들이 몹쓸 짓을 한다고 아무도 말하지 아니한다. 


나는 언제나 문화재 숭엄주의가 주는 패악을 말하곤 한다. 이 숭엄주의가 지나치게 강고하게 작동하는 바람에 그 숭엄주의가 문화재 보호라는 명분과는 전연 동떨어지게, 문화재를 질식케 하는 역설이 곳곳에서 벌어진다. 뭐 저기서도 Do not touch라는 경고문이 곳곳에 보이기는 한다만, 좀 만지면 어떻고, 손때를 좀 타면 또 어떤가? 또 좀 깨져 나가면 또 어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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