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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참하게 부러진 수령 500년 느티나무


어제다. 경기 수원발 연합뉴스 기사로 〈"살려야만 한다"…수원 500년 느티나무 구하기 대작전〉 제하 김인유 기자 기사가 나왔으니, 이번 장맛비에 처참히 붕괴한 느티나무 노거수(老巨樹)가 쓰러진 모습을 담은 큼지막한 사진을 곁들여 이렇게 쓰러진 나무를 살리고자 당국이 안간힘을 쓴다는 내용이었다. 보도에 의하면 지난달 26일 오후 3시쯤 수원시 영통구 느티나무 사거리 부근 단오어린이공원에 있는 수령 500년 된 느티나무가 부러졌다고 한다. 다시 보도를 훑어가면, 이 느티나무는 1790년 조선 정조대왕이 '수원화성'을 축성할 때 그 나뭇가지는 그것을 축성하는데 쓴 서까래를 공급했는가 하면, 나라에 큰 어려움이 닥칠 때면 구렁이 울음소리를 냈다는 전설도 전해진다고 한다. 


높이 33.4m, 둘레 4.8m에 달한다는 이 나무 주변에서 매년 영통 주민들은 영통청명단오제를 연다고 한다. 1982년 10월 보호수로 지정된 데 이어 2017년 5월에는 대한민국 보호수 100선에 선정되기도 했다니, 그런 나무가 이번 장맛비에 세 갈래로 둥치가 쪼개지면서 일거에 쓰러졌으니 그 안타까움이야 오죽하겠는가? 이번 장맛비에 느티나무가 세 갈래로 쪼개지듯 부러지면서 수원시민들의 안타까움이 커지고 있다.  


https://www.youtube.com/watch?v=-xkka8VrCfU&feature=youtu.be


나무가 쓰러지자 수원시는 이를 살리기 위한 긴급 처방에 나섰다고 한다. 이에 28일에는 나무병원 원장 4명과 녹지담당 공무원들이 모여 긴급대책회의를 한 데 이어 7월 2일에는 영통구청에서 시민대표와 전문가가 모여 여러가지 복원대책을 확정해 최적의 복원방법을 정하기로 했단다. 조사 결과 느티나무는 다행히 뿌리는 산 것으로 확인되고, 그 옆에는 새싹(맹아)이 올라오고 있고 기존 느티나무에서 떨어진 씨에서 나온 묘목(실생묘)도 발견됐다고 한다. 이에 수원시에서는 새싹을 활용하거나 묘목으로 후계목을 육성하는 방안을 강구한단다. 부러진 이 나무를 배양해 복원하고자 경기도산림환경연구소에서 느티나무 시료를 채취해 가기도 했단다.  


쓰러진 처참한 몰골을 사진으로만 봤지만, 나는 과연 이런 노력이 어떤 의미를 지니는지 모르겠다. 수원시가 구상하는 되살리는 방법이란 결국 그 종자를 받아 후손을 이어가겠다는 것인데, 이 나무 역시 그렇게 언제인지 모르지만 적어도 수천만 년 생명을 이어왔을 것이며, 더구나 그 생명이 물경 500년을 달한다면 우리가 알지 못하는 무수한 후손을 이미 두었을 것이다. 


영통 주민들이 아는 그 느티나무는 생명이 끝났다. 적어도 내가 보는 한은 그렇다. 그 날아가는 생명력 한 자락이라도 붙잡고 싶은 심정을 이해 못 하는 바는 아니나, 저 느티나무는 이승에서 생명을 다했다. 여기까지다. 500년 수령(樹齡)이 추정치라 해도, 적어도 수백 년에 달할 그 질긴 생명은 이에서 끝났다. 장렬한 전사라고 보며, 영웅적 죽음이라 나는 본다. 


문화재라는 관점에서 저 보호수는 비록 그리 지정되지는 않았으나 천연기념물에 해당한다. 간단히 말해 저 나무는 문화재이기도 하다. 그것이 비록 문화재라가 아니라 해도, 문화재 역시 그러하듯, 저런 노거수 역시 놓아줄 줄 알아야 한다고 본다. 저 노거수처럼 문화재 역시 죽을 자유가 있어야 한다. 아니, 그런 자유를 주어야 한다. 죽을 때가 되어 죽음을 택했는데도, 죽지 않아야 한다는 믿음에 근거한 부질없는 생명 연장은 각종 무리와 탈법을 낳는 법이다. 동물행동학자 데이비드 구달은 104세에 달한 시점에서 더는 삶을 지속할 의미와 기력을 상실했다고 판단하자 스스로 안락사를 선택하고는 베토벤 운명 교향곡을 들으면서 영원한 잠을 선택했다.  


마침 오늘 태풍이 한반도를 엄습한다고 각종 기상 예보가 따른다. 가뜩이나 장맛비 여파에 태풍까지 겹치면, 저런 노거수는 추풍낙엽처럼 쓰러져 간다. 그렇게 해서 더러 국가지정문화재 중 하나인 천연기념물 중 노거수는 적지 않은 희생을 내곤 했다. 근자에는 이에 더해 훨씬 발생 빈도가 높아진 데다 그 강도 역시 커진 지진에 따른 피해도 적지 않다.  


저번 경주를 엄습한 지진 여파에 문화재 역시 적지 않은 피해를 봤다. 그런 모습을 볼 때마다 나는 이런 일을 빌미로 교각살우를 범하고자 하는 시도가 또 준동하지 않을까 한편으로는 두렵기만 하다. 왜 또 준동이라 하는가? 


박근혜 정부 출범과 더불어 그 초대 문화재청장에 임명된 변영섭 시대 문화재 분야에 그런 일이 있었다. 그의 재임 시절에 그가 주도한 문화재 반란이 있었다. 그가 주동이 되어 썩은 문화재판을 끌어 엎겠다고 하는 소위 청풍운동이 있었다. 그 일환으로 안전진단이라는 미명 아래 전국에 산재하는 문화재에 대한 일제 구조진단이 있었다. 그 결과 D등급이 어쩌니저쩌니 하는 딱지가 개별 문화재별로 모두 붙었으니, 그에 따른 여파는 지금도 온 문화재 현장에서 썩은 냄새를 풀풀 풍기며, 가는 문화재 현장마다 비계 덩어리 천지라, 문화재 보수를 빙자한 문화재 훼손 행위가 범람한다. 탑이면 탑 모두가 해체 보수 중이며, 목조문화재면 모든 목조문화재가 해체를 하지 못해 환장한 것처럼 너도나도 덤벼들어 지붕을 뜯어내고 벽체를 갈비살 발리듯이 발려낸다. 


내가 항용 말하지만 문화재는 제발 그대로 놔둬야 한다. 썩어문드러지면 썩어문드러지는 대로, 무너질 것 같으면 무너지는 대로 제발 놔둬야 한다고 말한다. 구조공학이라는 이름으로 첨성대가 어느 방향으로 몇도 기울어졌네, 의성 탑리 오층석탑이 이젠 손을 안대면 안 되네 하는 굿판 이제는 집어쳐야 한다. 


첨성대는 북쪽으로 기운 것이 맞다. 원래 이러했을 가능성은 별로 없을 듯하니, 지금 기준으로 보면 손을 대야 하는 듯이 보이는 것도 맞다. 하지만 이는 쇠뿔 바로잡겠다고 소를 죽이는 꼴이랑 진배가 없다. 늘 말하듯이 첨성대가 그리 기울어진 까닭은 살아남고자 하는 무수한 발버둥의 결과이며, 지금의 모습이 가장 안정적이라고 스스로 판단한 까닭이다.  무너지면 무너지도록 놔둬야 한다. 


저번 지진에 또 불국사 다보탑 난간석도 타격을 본 모양이다. 왜 타격을 보았겠는가? 미안하지만 나는 그 가장 큰 원인으로 그 직전 수리보수 공사를 든다. 근자에 손을 댄 까닭에 난간석이 견디지 못했다고 본다. 수백년간 안정화stabilization를 거쳐 자신에게 가장 맞는 상태로 자리 잡은 그 모습을 우리가 해체 보수라는 이름으로 깨뜨리고 말았을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 물론 그 반대편에서는 그때 손을 보았기망정이지 그게 없었더라면 더 큰 피해를 봤을 거라는 반론이 있을 수 있다는 사실 잘 안다. 


정이품송도 죽을 자유를 이제는 허해야 한다. 언제까지 주사기 꽂을 수는 없는 노릇이다. 정이품송을 보낼 준비를 이제는 해야 한다. 


문화재도 죽을 자유를 주자. 

노거수도 쓰러질 자유를 주자. 


비바람에 쓰러진 500년 된 느티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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