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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산역사문화도시(竹山歷史文化都市)’ 조성(造成) 제안(提案)을 환영하며 


                                                                      김태식 연합뉴스 


이번 학술대회 주인공인 봉업사지奉業寺址를 토론자는 서너 번 답사 형식을 빌려 찾은 적 있다. 개중 한때는 낙조落照였다고 기억하거니와, 이곳 우람한 오층석탑 너머로 떨어지는 일몰日沒은 장관이었다는 기억이 생생하다. 이 봉업사지가 한때는 번영을 구가謳歌한 巨刹이었음은 석탑石塔 말고도 그 전면 당간지주幢竿支柱가 우뚝이 증언하거니와, 또 한때는 이곳에 대한 발굴조사에서 동종銅鐘을 주조鑄造하던 흔적까지 고스란히 나왔다는 기억도 생생하다. 



안성 죽산 봉업사지 일대 전경



이번 학술대회에 즈음해 양윤식 박사 발표문을 접하면서 토론자로서 의외인 점이 봉업사지가 아직 사적事跡이 아니라는 사실의 ‘발견’이었다. 봉업사지는 발굴조사 성과를 토대로 2003년 경기도기념물로 지정되었을 뿐, 기타 더 강력한 절터 보존정책은 구비되지 않은 상태가 계속 중이다. 이런 사실이 왜 의외였을까? 토론자는 당연히 봉업사지가 사적인 줄로 알았기 때문이다. 왜 그렇게 알았는가? 이런 곳이 사적이지 않으면 어디가 사적이란 말인가?


이 점이 양윤식 박사도 기이한 모양이다. 발표문 ‘맺음말’을 보면, 사적이 아닌 봉업사지의 현실을 2016년 사적으로 지정된 경주 인왕동 사지(仁旺洞寺址)의 처지와 비교한다. 토론자는 이 대목이 매우 중대하게 다가온다. 인왕동 사지는 절터 이름도 모른 채, 다만 중심 번영 연대가 통일신라시대라는 사실과 더불어 그 주축 구역이 발굴되었다는 점을 근거로 다소간 논란이 있었지만, 경북도문화재자료에서 사적으로 신분이 바뀌었다. 봉업사지는 인왕동 사지에 견주어 그 이름이 명확히 드러났고, 더구나 이곳에 고려 태조太祖 왕건王建의 진영眞影을 봉안奉安한 곳이었고, 인왕동 사지에서는 결코 볼 수 없는 완벽한 석탑과 온전한 당간지주를 구비했다. 그럼에도 왜 봉업사지는 사적이 아닐까? 이 점이 새삼 의아스럽기만 하다. 



봉업사지 오층석탑



물론 그것이 사적이 되지 못한 이유로 짐작되는 요인이 없지는 않다. 이럴 때 항용 문화재 당국에서는 사역寺域 범위가 확인되지 않았음을 흔히 들곤 하는데, 봉업사지 역시 틀림없이 이런 이유가 걸림돌이 될 것으로 본다. 왜냐 하면, 이와 비슷한 처지에 있는 다른 유서 깊은 절터가 같은 이유로써 계속 사적 지정이 보류되는 까닭이다. 


그 추정이 정확하다고 가정하고서 토론자는 그런 이유를 흔히 내세우는 문화재 당국에 반론을 제기함과 더불어, 그것이 내세우는 문화재 보존정책의 근간에 의구심을 표하고자 한다. 첫째, 사역! 사역! 이라 하는데, 사역寺域이 왜 그리 중요한가 묻지 않을 수 없다. 사역은 시대에 따라 언제나 넘나듦이 있을 수밖에 없어 그 범위를 확정할 수 없다. 누가 사역을 확정한단 말인가? 둘째, 전체 사역이 드러나지 않는다는 것이 도대체 그곳이 사적이 될 수 없는 근거는 하늘에 있는가 땅에 있는가? 전체 사역을 확인해서 무얼 할 것이며, 아니라 한들, 예컨대 봉업사지의 경우 석탑과 당간지주 있는 구역이 사역이 아니라 할 것인가? 오층석탑이 있는 곳이 사역 중심구역임은 그것이 옮겨진 증거가 없는 한 명명백백하거늘, 현재까지 드러난 사역만이라도 당연히 그 역사성을 고려해 당연히 사적으로 지정해야 하지 않겠는가?


셋째, 사역을 절대 잣대로 삼는 저 논거는 필연적으로 책임지지 못할 마구잡이 발굴조사를 양산하는 지름길이 된다. 전체 사역을 확인하기 위해서는 거의 필연적으로 사역으로 추정되는 거의 모든 대상지를 발굴할 수밖에 없다. 그렇게 발굴한 곳들이 한두 곳이 아니다. 그렇게 발굴된 곳 사정은 어떠한가? 제대로 경관까지 고려할 이상적인 정비가 이뤄진 곳은 국내를 통틀어 단 한 곳도 없다 해도 틀린 말이 아니다. 무분별한 발굴을 부르는 사역 중심 문화재 지정 방침은 철회되거나, 시급히 교정되어야 한다. 넷째, 그런 까닭에 사역 중시 국가지정문화재 지정 방침은 필연적으로 정작 보호받아야 할 역사가 무분별한 주변 개발에 노출되는 역효과를 빚고 있다는 사실이다. 정작 보호받아야 할 core area가 전체 area가 확인되지 않거나 불확실하다는 이유로 상대적으로 경시되는 역설을 이제는 청산해야 한다. 


양 박사 이번 발표는 오늘 학술대회 core라 할 만하다. 무엇이 봉업사지인가를 뛰어넘어 그것을 어떤 관점에서 어떤 그림으로 보존하고 활용해야 하는지 그 핵심을 짚은 까닭이다. 토론자가 양 박사 발표에서 특히 주시하는 대목은 첫째, ‘죽산역사문화도시’ 조성이라는 큰 그림에서 접근하려 했다는 점이고, 둘째, 이를 위한 기반으로 안성시 도시계획을 구상 수립해야 한다는 점을 역설한 점 두 가지다. 





봉업사지가 주축을 형상하는 죽산 지역은 안성시 동쪽 지역이다. 기초자치 단체 중심으로 십수년째 전국 문화재 현장을 답사 중인 토론자한테 안성은 실로 묘해서, 이 분야 종사자들이 그런 말을 많이 하는데, 실제 내가 봐도 ‘경기도의 경주’가 맞다. 그만큼 이상하리만치 역사유적이 밀집한다. 왜 이런 현상이 빚어지는지는 차치하고, 그런 안성에서도 코어가 바로 죽산이다. 발표자도 정리했듯이 죽산竹山에는 봉업사지가 한창 번성할 무렵과 같은 고려시대에 속하는 흔적이 주변에 산재한다. 왜 죽산인가는 아마도 이번 대회 공동주최자인 한백문화재연구원 서영일 원장이 대답할 문제인 듯하지만, 아마도 교통로라는 관점에서 그만큼 중요한 곳이었기에 이런 현상이 빚어지지 않았을까 상상해 본다. 


천만다행으로 이런 죽산에는 아직 개발의 광풍이 비켜난 것으로 안다. 고즈넉한 농촌사회 풍광을 유지하는 이 일대는 역으로 이 지역 역사유산에는 그것을 재가공하기엔 장애물이 그만큼 적다하는 것을 의미한다. 발표자가 힘주어 강조했듯이, 이 일대 문화유산이 포진한 양상을 보건대, 이들을 봉업사지를 중심으로 역사문화벨트로 엮어야 하며, 그래야만 봉업사가 지닌 위상도 제대로 드러나리라 본다. 이 역사문화벨트를 양 박사는 ‘죽산역사문화도시’라 하는데, 토론자 역시 발표자 제안에 전적으로 찬동한다. 


이때 중요한 대목이 이를 위한 도시계획 구비 완비와 ‘경관景觀’이니, 고고학 현장에서 고고학도가 중심이 되는 유산 정비와 관련해 이 두 대목은 간과되기 쉬운 ‘덕목’이다. 아무래도 고고학이 도시계획과는 아직은 동떨어진 느낌이 짙다. 더불어 ‘경관’을 ‘조경造景’과 혼동하기도 하며, 그래서 나무 심고 화단 가꾸며 잔디 심는 일이라 생각하기 쉬우나, 경관은 그 유적을 빛내게 하는 교향곡이며, 그 지휘자다. 건축학도 출신답게 양 박사는 이 두 가지 덕목을 예리하게 지적한다. 부디 발표자가 지적한 이런 덕목들을 앞세운 죽산역사문화도시가 조성되었으면 하는 마음 간절하다.  





*** 이상은 안성시(시장 우석제)와 재단법인 한백문화재연구원(원장 서영일)이 2018년 11월 22일 안성시 죽산면 소재 동안성시민복지센터에서 개최한 '안성 봉업사지 활용과 보존' 학술대회의 양윤식 박사 '봉업사지 보존관리'에 대한 토론문이다. 이에서 내가 특히 강조 혹은 비판하고 싶었던 대목은 파란 색깔 부분이다. 


문화재청과 문화재위원회가 요새 하는 꼴이 저렇다. 사적지정이 그들의 고유영역이고 중요한 업무 중의 하나임은 부인할 수 없다. 한데 지금 하는 꼴이 한심하기 짝이 없어, 전국에서 밀려드는 사적 지정 요구에 대응 혹은 조절할 명분이랍시면서, 저 따위 말도 되지 않는 '사역'이라는 논리를 내세우기 시작했다. 


이 일이 한심한 까닭, 혹은 그것이 빚어내는 부작용은 저에서 그런대로 네 가지로 나누어 지적했거니와, 저 논리를 양산하는 구조가 더욱 한심하기 짝이 없어, 문화재청 담당 직원 한두 명이 전문가랍시며 한두 명 대동하고 현장에 나타나 쑥 둘러보고는 그 보고서랍시며 문화재위원회에다가 제출하면서 "사역이 불확실하므로 사적 지정을 보류함이 타당하다고 사료됨" 이 따위 한 줄 붙여 제출하는 것이 전부다. 문화재위원회 역시 거수기라, 찍소리 못하고, 문화재청 하자는대로 따라간다. 


그 중요한 문화재행정 중 하나가 이리도 쓱딱 진행되어 버린다. 사역? 밀려드는 사적지정 신청 요구에 아우성이라는 그 고충은 내가 이해하지 못하는 바 아니나, 말이 되는 논리를 내세워야 할 게 아닌가? 


이런 현상이 비단 절터에만 보이는 것이 아니라 전국 문화재 현장에서 다 보인다는 점에서 새로운 사회현상으로 대두한다는 점에서 심각성이 있다. 그것이 이제는 새로운 문화재 현장의 새로운 민원양상이다. 종래엔 문화재 지정을 반대한다고 난리였지만, 이제는 문화재 지정을 안해준다고 난리다. 


그렇다면 우리네 문화재 행정은 어떤 수준인가? 단언커니와 전자에 사로잡혀 단 한 발짝 진전이 없다. 시대는 변했는데, 그 시대 추세를 따르지 아니하고, 문화재행정은 여전히 전근대적 발상에 머물며, 말도 안되는 논리, 다시 말해 전체 사역이 확인되지 않았느니 하는 논리를 내세운다. 뭐, 사역을 다 밝혀야 문화재 지정을 하니 이 등신들아? 


결국 이것이 문화재를 또 다른 공공의 적으로 만드는 일임을 문화재청을 필두로 하는 문화재 당국은 알아야 한다. 지금 필요한 것은 전국에서 우후죽순으로 벌어지는 사적 지정 신청을 위한 학술대회가 아니라, 저런 사회욕구에 대응하는 문화재 당국의 고급지고 그럴 듯한 문화재 행정의 논리 개발이다. 어디 되먹지도 않은 사역 운운하는 반대 논리를 내세운단 말인가?


너희들 공청회 좋아하잖아? 공청회 붙여라. 전국적인 사적 지정 신청 현황에 대응하는 새로운 문화재 행정 방안..뭐 이런 주제로 말이다.뭐 문화재로 못살겠다 후달리다 이젠 지정해달라 전국에서 매달리니 어깨 힘들어가니? 뭐 사적 지정 불가 혹은 보류 꽝꽝 때리니 괜히 우쭐해지고 그렇지? 아서라 망한다. 그러다 또 망한다. 시대 흐름을 못읽는 자 도태하기 마련이다.


저걸 빌미로 몇몇 문화재위원 놈이 어깨 힘준 채 전국을 활보한다. 각종 민원이란 민원은 다 만들어내는 지경이다. 


한마디 더 덧붙인다. 저 학술대회가 진행되는 그 시각. 봉업사지 현장에서는 트렌치 발굴조사가 이뤄지고 있었다. 무슨 트렌치 조사냐 했더니 그 조사단 관계자가 이르는 "전체 사역 확인을 위해서"라고 한다. 이게 무슨 꼴인가? 사역 분포 범위가 확실치 않다는 이유로 문화재청과 문화재위원회가 사적 지정을 요리조리 피해가니 이 꼴이 벌어진다. 이게 당신들 원하는 거냐? 

가짜황자총통 사건을 보도한 1996년 6월20일자 조선일보 스크랩


*** 작년 오늘인 2017년 9월 21일 내 페이스북 포스팅을 손질해서 전재한다. 

이 사건이 터진 때가 1996년 6월이니, 이 무렵 나는 체육부  근무중이었다. 천하대사건이라 해도 내 분야 일이 아니면 소 닭쳐다보듯 하니, 그리하여 이 사건 역시 당시의 나한테는 특별한 일로 나한테 각인하지 않는다. 나와 동시대에 일어난 일이지만, 그것과는 직접 연이 없는 이런 일에 매사 다 알아야 하는 사관입네 하는 오지랍대마왕주의를 발동하곤 하는 나로서는 한국문화재사에서는 그리 큰 사건이라는 이 가짜총통사건을 다루기가 무척이나 곤혹스럽다. 

정기영 국장을 만나기로 하고, 문화재관리국 재직 시절을 증언하는 사진 자료 몇 점을 부탁했더니 느닷없이 이 스크랩을 들고 나타났다. 이 황자총통 조작 사건은 단군 이래 희대의 문화재 사기극이다. 이때 그는 문화재관리국장이었다. 발굴에서 국보 지정은 정재훈 국장 재직 시절이었고, 그것이 사기극이 밝혀진 때가 그의 재직시절이다. 

정기영 국장에 의하면, 이 사건이 이상했던 점 중 하나는 발굴과 더불어 국보지정까지 그야말로 전광석화처럼 진행됐다는 사실이다. 사건 전개를 둘러싼 본기를 작성해야겠지만 발견에서 국보까지 한달이 안걸렸다고 안다. 도대체 이런 일이 어찌 가능했을까.

이 가짜 총통을 국보 지정하는 문화재위가 열린 바로 그날, 이 가짜 총통은 청와대로 가서 대통령을 알현했다. 대통령을 만난 총통은 곧바로 문화재위 회의실로 실려왔다. 

진짜냐? 

믿을 만 하냐?

는 간단한 구두시험을 거치고는 곧바로 문화재위 만장일치로 총통은 국보로 지정되었다. 당시 문화재위원장이 임창순. 이 사건 책임을 지고 나중에 임창순이 물러났지만 다른 어느 문화재위원도 책임을 지지 않았다. 왜? 문화재위는 집합명사이므로 개인이 책임을 지는 일이 없기 때문이다. 

정기국 전 문화재관리국장


문화재위는 일괄사퇴해야 했고 나아가 이를 거울 삼아 모든 회의는 속기록을 남기고 녹취를 해야 했지만 그 어떤 놈도 이리할 마음이 없었다. 그리하면 누구도 소신 발언을 하지 못한다는 미명 아래 밀실 문화재 행정이 현재까지도 계속하는 중이다. 참고로 나 역시 현직 (무형)문화재위원이다. 

그런 가운데서도 이 황자총통 사건을 계기로, 제도 개선을 한다며, 첫째 문화재 지정 예고제가 도입되고, 둘째 국보 지정을 전담하는 국보분과가 문화재위에 생겼다. 이 중에서도 지정예고제는 지정을 둘러싼 논란을 차단 혹은 거르는 효과를 낳았으니 썩 의미 있는 문화재 행정 진전이라 할 만하다. 반면 국보 분과는 그때나 없어질 무렵이나 내내 할 일이 없어 문화재계 원로들 사랑방 기로소로 겨우 명맥만 유지하다 일이 없다 해서 유홍준 청장 시절에 영영 자취를 감추고 만다. 

사기 사건이 터지자 국장에서 밀려나 박물관 사무국장으로 좌천된 상태로 실의의 나날을 보내던 정재훈은 그나마 그 자리도 지키지 못하고 결국 사표를 내는 일로 마무리되었다. 이리하여 박정희 시대 문화재계를 군림한 거목이 쓸쓸히, 그것도 비참히 퇴장했다. 단국대 상과 출신으로 삼십대 새파란 사무관 정재훈은 경주관광개발계획으로 화려하기 짝이 없는 모습으로 등장했으나, 그 퇴장은 서글프기 짝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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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재위 운영 문제는 내가 입이 아프도록 지적했고, 또 그 회의록 문제점도 여러 번 했거니와, 이 회의록 볼수록 분통만 터진다. 요새는 그나마 좀 개선이라도 되었지만 몇년전 이상으로 거슬러 올라가는 회의록은 기가 찬다. 그 중요한 국가정책을 정하면서, 그 토대가 된 근거, 그 결정에 이르는 과정에 대한 모든 기록이 인멸되곤 덜렁 결정 내용만 나온다. 이는 지금 올리는 문화재위 회의록이라 해서 별반 다를 것도 없다. 종래에 비해서 제공하는 정보가 좀 늘었을 뿐, 그에서 토의된 내용은 단 하나도 없다. 


어떤 사람이 어떤 발언을 했는지 알 수가 없다. 설악산 케블카 관련 문화재위 회의록 봐라. 처참하기 짝이 없어 어떤 사람이 어떤 말을 했는지 알 수도 없고, 관련 보고서 자료 별도 첨부라 했지만 지들끼리만 공유한 까닭에 도대체 무엇을 근거로 불허결정을 내렸는지 알 수도 없다. 당해도 싸다. 저리 행정하니 당할수밖에 없다.


모든 관련자료. 모든 발언록은 다 공개되어야 한다. 언제까지 익명성 뒤에 숨어 있을 수는 없다. 문화재청은 관련 자료 다 공개하라.

유홍준이 문화재청장에 임명되고서 얼마 뒤의 일이다. 그러니 아마 2005년 하반기 무렵이었을 것이다. 

내가 이 문화재위 회의록 문제를 거론하면서 그 개선을 촉구한 적이 있다. 

내가 그에게 말한 요지는 이랬다.


"지금과 같은 시스템, 곧 결정 내용만 덩그러니 게재하는 일은 말도 안 된다. 문화재위 심의 의결은 국가 정책을 결정한다. 이처럼 중요한 결정을 내리는데, 그 결정을 내리는 과정에서 오고간 발언론이 기록되지도 않고, 공개도 안되는 것은 역사의 죄악이다.

국회가 왜 모든 발언록을 공개하는가?

시의회 구의회도 모든 발언록 기록하고 공개하며, 하다 못해 일선 학교에서도 학급 회의 같은 것은 발언록을 남긴다. 

국가정책을 결정하는 문화재위가 왜 이 따위로 하는가?

모든 국민은 알아야 한다. 

왜 그런 결정을 내렸는지, 그것을 결정하기까지 무슨 얘기가 오고 갔는지 그것을 알아야 한다."


이런 뜻을 당시 유홍준만이 아니라, 나는 당시 문화재위원들한테도 틈만 나면 요구했다.

한데 그것을 반대하는 논거가 우스꽝스럽기 짝이 없었다. 

모든 문화재위원이 벌떼처럼 반대하고 나섰다. 

왜 반대했을까?

그렇게 되면 아무도 소신없는 발언을 못하기 때문이란다. 

발언 내용이 알려지면 협박에 견뎌낼 수가 없기 때문이란다.

젠장...이런 정신자세로 무슨 문화재위원을 한다는 말인가?


이런 요청이 있은지 얼마 뒤 유홍준을 다시 만났더니 이런 말을 했다.

"김 기자가 한 말, 내가 알아봤거든. 근데 모든 사람이 다 반대하네? 청에서도 반대하고 문화재위원들도 반대하고...." 


뭐 청장이 하고 싶지 않다는데 나라고 용뺄 재주는 없다.

그러다가 몇년 전부터 문화재위가 녹취를 하기 시작했다. 

그 녹취 자료 중 일부가 국정감사에서 공개되어 곤욕을 치루기도 했다. 

대표 인물이 문화재위 전체위원장이자 천연기념물분과위원장인 이인규 선생이었다.

이 양반, 천연기념물 관련 무슨 안건 심의를 한 문화재위 회의가 있었는데, 그때 중간에 "밥 먹고 합시다" 이런 말이 있었다. 

이걸로 곤욕을 치렀다.

하지만 이런 일이 있다 해서 문화재위 모든 발언은 녹취하며 그것을 정서해 제공해야 한다는 당위성을 반박할 수 있는가?

없다.

2016년도 문화재위원회 제8차 천연기념물분과위원회가 2016. 8. 24.(수), 14:00~18:00 국립고궁박물관에서 열렸다. 이에는 위원으로 김학범 전영우 안계복 이상석 김용준 이두표 황재하 우경식 강환종(돈관) 9명이 참석했다. 


이 자리에서는 ‘안건번호 천기 2016-08-04’로 ‘「설악산천연보호구역」내외 설악산 오색삭도 설치’에 관한 논의가 있었다.


그 제안사항을 보면 ‘「설악산천연보호구역」내외 설악산 오색삭도 설치를 위해 국가지정문화재현상변경등 허가 신청한 사항을 부의하오니 심의하여 주시기 바랍니다.’였으니, 그 골자를 보면 「설악산천연보호구역」 내외에 설악산 오색삭도를 설치하고자 한다는 것이었다.


이 안건은 2016년 제7차 천연기념물분과 문화재위원회 심의(‘16.7.27)에서 ‘현지조사 후 재검토’ 사유로 보류된 사항이었다. 


그 회의록을 보면


라. 검토의견 (******)이라 해서, 도대체 누구의 의견인지도 알 수 없으니, 어떻든 그 의견에 의하면


“ㅇ신청 사업은 설악산천연보호구역 내외 오색삭도를 설치하고자 신청한 사항으로, 천연보호구역 내 삭도 설치 시 문화재 경관 및 동·식물 등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문화재위원회의 심도 있는 검토가 필요할 것으로 판단됨”


이라 했으니, 누구인지도 모르는데 이것이 무슨 법적 효력을 갖춘다는 말인가?

나아가 회의록을 보면


마. 참고자료(현지조사 서면검토 의견 및 관리단체, 관계자 의견) ( ***·***·***·***·***·*** 문화재위원 현지조사 의견 / 2016.8.10.∼8.11)


이라고 해서, 이 역시 누가 현지조사를 했는지도 알 수가 없다.


어떻든 그 의견은 다음과 같다.


ㅇ오색삭도 설치는 설악산천연보호구역 남설악 오색지구에서 끝청 하단을 잇는 3.5km(문화재구역 3.1km) 노선에 중간지주 설치와 상부정류장 신축 등을 계획하고 있음

ㅇ 이에 따라, 사업시행에 따른 문화재에 미치는 영향 요소를 감안하여 각 분야별(동물, 지질, 식물, 경관) 문화재위원 등 관계전문가로 검토위원회를 구성하여 현지조사 및 각종 자료 분석 등을 통해 심도 있게 검토할 필요가 있을 것으로 판단됨

ㅇ 지난 7월 설악산국립공원지키기국민행동(약칭 국민행동)이 문화재위원회 시 설악산 케이블카 설치 관련 의견을 제출한 바 있고, 설악산(오색지구) 내 자체 산양조사를 실시한 국민행동 관계자를 문화재위원회에 참석시켜 산양 조사 결과 등에 대한 의견을 청취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사료됨

ㅇ 경관조사 분석에 관한 자료가 부족하여 이에 대한 보완이 필요함


그러면서 참고자료로 회의록에는 아래는 열거했지만, 그것들이 구체적으로 어떤 것인지는 지들 말고는 알 수조차 없다.


(한국천주교 주교회의 생태환경위원회 제출의견/‘16.8.12)

ㅇ 별첨

(불교환경연대 제출의견/‘16.8.16)

ㅇ 별첨

(설악산국립공원지키기국민행동 제출의견/‘16.8.19)

ㅇ 별첨

어떻든 이것들을 토대로 이날 회의는 다음을 결정했다.

ㅇ 보류

- 천연기념물과 분야별 소위원회 구성·운영

- 설악산 오색삭도 설치 지역 경관분야 보완 필요

- 독주골 상부지역 산양 추가 조사 필요

ㅇ 의결정족사항

- 출석 9명/ 보류 9명


이 회의에는 대한불교 조계종 승려인 '강환종(돈관)'이 참석한 것으로 되어 있는데, 저 구간에 설악산 신흥사 땅이 있는지 나는 모르겠다. 만약 있다면 이는 명백한 이해당사자가 심의에 참여한 것이므로 심의 결과 자체가 원천 무효다.


이 따위 회의록이 있을 수 있는가?


그에 대한 행정심판에서 문화재청이 진 것은 그 심판이 무식해서도 아니요, 전문성이 없어서도 아니며 오로지 바보 같은 문화재청의 패배일 뿐이다. 


그네들은 전문성을 가장했지만, 그 전문성이 합리성을 전연 담보하지 못했다. 

더구나 그 회의는 밀실에서 이뤄진 야합에 지나지 않는다. 


나는 그리 본다

문화재청 행정시스템은 볼수록 구석기시대인지라. 도대체 무슨 썩어빠진 정신자세인지 문화재위 안건이 뭔지도 알 수 있는 방법이 없으니 공지를 안하기 때문이다. 무슨 안건이 언제 다뤄지는지도 알 수 없다. 그에서 다룰 사안으로 사회적 관심사가 집중한 사안이 있기 마련이다. 이런 건 언론보도 예상 사안이라 해서 적어도 출입기자들한테는 사전에 공지해야 한다. 이런 시스템 현재 문화재청에는 눈꼽만큼도 없다.


현재 청에선 그 전주 금욜에 담주 주요 일정을 언론사에 배포하는데 청장 일정과 문화재위 예정 개최 사항이 포함된다. 이 두가지, 참다참다 못해 내가 윽박질러 만든 시스템이다. 하지만 어떤 안건이 논의되는지는 전연 없다. 이게 행정부처인가?

자료 확보할 일이 있어 어제(14일) 국립고궁박물관에 들렀더니, 문화재위 사적분과 회의가 마침 그곳에서 열리는 중이라, 이날 문화재위가 다루는 현안과 관련한 전국 지자체와 기관에서 속속 사람들이 몰려들었으니, 회의장 앞 복도는 흡사 국회 국정감사를 방불한다. 모든 문화재위가 이런 풍광이다.

웅성거리는 사람들을 뒤로하고, 혹은 연신 잘 부탁한다며 굽신거리는 사람들을 뒤로하고 회의장으로 들어서는 문화재위원이며, 문화재청 사람들은 어떤 생각을 할까? 이런 일도 자주하다 보면, 우쭐해지기 마련이다. 이런 풍광은 국회 국정감사장과 그리고 정부 예산과 인력을 쥔 기획재정부와 행정안전부 말고는 거의 없다. 

내가 요즘 들어 계속 말하듯이 문화재청은 이 점 하나로만 봐도 권력기관 맞다. 기다리는 사람들 초상권을 생각해서 관련 사진은 첨부하지 않는다. 이는 그만큼 역설적으로 문화재위의 비대화를 증언하는 장면이기도 하면서, 이는 그만큼 문화재 행정이 법과 제도가 아니라, 문화재위의 자의적 판단이 개입할 여지가 많다는 사실을 역설한다. 

이 틈바구니를 줄이고, 복도에서 기다리는 사람들 숫자를 줄이는 것이 행정의 요체다. 나아가 이런 결정을 하는 사람들의 인적 구조 역시 문제다. 내가 문화재위 혁파를 주장한지는 오래된다. 그 권능은 대폭 축소해야 한다. 그것은 다른 무엇보다 문화재위가 소위 말하는 지나친 전문가 중심인 까닭이다. 

그 전문가라는 사람들 내실을 따져보면, 교수가 절대다수다. 문화재를 한다는 행위의 주체는 문화재청과 문화재위가 전부가 아니며 나아가 그에서 관련 교수가 차지하는 비중은 극히 일부에 지나지 않아야 한다. 문화재위는 간단히 말해 책임을 지지 않는다. 잘못된 결정을 해도, 그들은 언제나 집합명사인 까닭에 책임을 지지 않는다. 

지금 구조에서는 문화재를 한다는 행위의 주체는 오로지 교수가 중심이 된 문화재위원회가 주체가 되어 있을 뿐이다. 이를 위해 첫째 문화재위원회가 결정하는 권한을 대폭으로 축소해야 하며, 이를 위해 두번째로 문화재위가 개입할 여지를 법과 제도로 축소 제한해야 하며, 이를 위해 세번째로 그 구성원 자체도 혁파해 행정이라고는 근처에도 가 보지 못한 채 관련 교수입네 전공자입네 하는 이유로 위원이 되는 구조를 혁파해야 한다.

이 모두가 문화재청 책임으로 귀결한다. 저 문화재위 구조가 혁파되지 않고서는 언제까지나 문화재청은 문화재위원회 시녀에 지나지 않는다. 더불어 이를 너무나 잘 아는 문화재청이기에 문화재청 역시 문화재위를 통해 소위 말하는 학계를 지배한다. 말 잘 듣는 놈은 문화재위원 시켜주고 말 안듣는 놈은 시켜보고 2년만에 바꿔버린다. 

행정 혹은 권력은 그 본능이 굽신거림을 선호하기 마련이다. 잘 났다는 교수들이 와서, 문화재위원 자리 하나 달라고 용역 하나 달라고 와서 굽신거리니 그에서 우쭐하기 마련이다. 내가 너무 단순화해서 너무 미안하나, 실제가 그러한 걸 어찌하겠는가?

문화재위는 현행 7인가 8개 분과로 구성되며 사안에 따라 합동분과가 있지만 대다수 안건은 분과별로 진행한다. 분과별로 전문위원 위원이 있지만 전문위원은 꿔다논 보릿자루다. 임명장 받을 때 한번 교육받는게 전부다. 분과별 위원 숫자는 내 기억에 세계유산분과가 7명으로 가장 적고 나머진 열 명 안팎이다. 위원 구성은 문화재청 꼴리는대로라, 성별 지역별 전공별 안배를 한다지만 내실을 보면 정치권 등에서의 낙하산이 많고, 분과 담당과 실무담당 직원이 의외로 지 맘에 드는 사람을 골라 앉히는 일도 절대 과반이다. 


그래서 "어? 저 사람이 왜 문화재위원이냐...문화재의 문자도 모르는 인간이 무슨 문화재위원이냐?" 해서 그 추천 내력을 들여다 보면, 어처구니 없는 일이 빈발한다. 문화재 경력 전무에 가까운 놈도 어느날 느닷없이 문화재위원에 진입하는 이유다. 문화재위가 다루는 안건은 문화재 행정 전부다. 거의 모든 문화재행정이 문화재위 심의를 거친다. 


한데 전국 문화재현장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은 

1. 지역성 

2. 전공성


이 두 가지를 벗어날 수가 없다. 바로 이에서 한 명이 깽판치는 문화재위 심의 구조가 탄생한다. 예컨대 A라는 지역, 고고학 현장과 관련한 심의가 이뤄진다 치다. 이 경우 A 지역과 관련있는 고고학 전공자가 실제 결정을 독식하는 구조를 이룬다. 나아가 비단 이것이 아니라 해도, 현행 문화재위 의사 결정구조는 한 명이 깽판 치면 결정을 못한다.  문화재위 심의는 아마 다수결로 하도록 했을 것이다. 

하지만 극히 일부 사안을 제외하고 다수결로 이뤄지는 일은 없다.  좋게 좋다 해서 위원들끼리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다. 한 명이 깽판치는 문화재위, 이거 원성이 자자하다. 좀 더 상세한 얘기는 시간나는대로 하기로 한다. 한데 이 한명이 깽판치는 회의.....


이 위원이라는 완장을 찬 이가 문화재 현장을 돌아다니는 꼴을 보면 구토가 난다. 나는 이런 놈들만 팬다. 

심심해서 문화재청 홈피에서 문화재위 최근 회의록을 열람했다. 사적 분과를 골랐더니 최신판이 2017년도 문화재위원회 제5차 회의록이다. 이번 문화재위가 새로 선임되고 난 뒤의 첫 회의였다. 회의는 2017. 5. 24 (수요일), 14:00~19:50 원주 한솔오크밸리 리조트 퍼시몬홀에서 열렸다 하며, 출석위원은 이재범, 박광춘, 박소현, 유재춘, 이경찬, 이승용, 이영식, 이재운, 이종욱, 임승빈, 최성락, 한필원, 홍준형의 13명이라 하니, 거의 전원 참석인 듯하다. 역시 첨이라 출석률 좋구만.

그에서 다룬 네 번째 안건이 안건번호 사적 2017-05-004이니, 제목은 '함안 말이산 고분군 내 노출전시관 건립'이다. 우선 제목이 솔깃했다. 그러면서 회의록을 죽 내리면서 그 결정 사안을 보기도 전에 나는 이런 생각했다. 

"또 보류겠구만"

한데 진짜 보류였다. 내가 왜 보류라고 생각했겠는가? 내가 지금껏 보아온 썩어빠진 문화재위원들 생각이 언제나 그랬기 때문이다. 이 썩어빠진 문화재위원들은 매양 매장문화재 보호를 구실로 해당 매장문화재에는 그 어떤 손상도 가면 아니 된다 하고, 그래서 매양 하는 짓거리라고는 흙 덮고 잔디 엎어 보존하는 것이 최고라 생각한다. 이런 생각이 말이산 고분군에도 그 내력이 관철되었는지는 나는 자신은 없다. 어떻든 그 내력을 보니, 함안군 소재 사적 제515호 「함안 말이산 고분군」 내 노출전시관 건립를 위하여 국가지정문화재 현상변경 허가 신청한 사항을 부의했으니, 그 제안 사유에 대해, 

"말이산 6호분의 1:1 재현전시로 아라가야의 특징적 고분구조와 봉토축조의 과정을 실감나게 보여줄 수 있는 노출전시관을 건립"이라 했으며, 그 주요내용을 보면 야읍 도항리 527번지 일원에 존재하는 말이산 고분군 중 이미 발굴조사가 끝난 고분 중 6호분을 그대로 노출하여 1:1 재현 전시관을 건립하겠다는 것이다. 이에 대한 의결 사항은 

"보류 - 현지조사 후 재검토"

였다. 말이산 6호분은 이미 발굴조사가 끝나 속에 있는 내장은 다 끄집어 낸 빈 깡통이다. 그걸 노출해서 보여준다는데 뭐가 문제란 말인가? 그래 저 전시관이 주변 경관과 조화를 이루니 안 이루니 한다고 치자. 그것이 문제가 된다고 생각하면, 조건부 가결을 하면 되는 것이다. 전시관을 추진하되, 주변 경관과 조화를 이루도록 관리감독을 받는다고 하면 되는 것이다. 왜 실제 고분을 노출하지 못하는가? 말이산 고분군 발굴조사 왜 했는가? 안 봐도 뻔하다. 정비학술 활용 차원에서 했을 것이다. 발굴하고 내장 다 빼내고 다시 봉분 입혀 그걸 보라고 발굴했던가? 그럴 거 같으면 왜 발굴했느냐? 보여주지도 않을 거 보물 캐기밖에 더 했느냐? 보물캐기 하려고 발굴했던가?

유적 현장에는 그 어떤 것도 손대지 못하게 하는 저 따위 사고방식 자체를 박멸해야 한다. 보여줘라. 무덤 속 보여줘라. 빈깡통을 내장 가득한 통조림통으로 만들어얄 거 아닌가? 보아 하니 말이산 고분군 중에서도 외지게 떨어진 곳이라 해서 6호분을 골랐나 본데, 이 발상도 바꿔야 한다. 가장 중심되는 공간을 차지한 가장 큰 고분을 골라서 그곳을 전시관으로 활용해야 한다.  

이 중요한 국가위원회가 설립 반세기가 넘도록 회의록이 없다. 

요새는 녹취를 하지만, 공개되지는 않는다. 

언제까지 익명성 뒤에 숨어 있으려는가?

실명을 밝히면 소신 있는 발언을 못한다는 이유로 회의록 공개를 막는다. 

어떤 시대인데 이따위 구닥다리 논리를 내세우는가?

위원별 발언록 쏵 공개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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