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터데스크 관리자

도움말
닫기
적용하기   첫페이지 만들기

태터데스크 메시지

저장하였습니다.

계량화할 수는 없다. 문화재청에서 그들을 바라보는 시선이 하나일 수도 없고, 그 시선 역시 양극점을 형성하기도 하며, 그 어중간에 무수한 다른 시선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지금은 그런 다양한 시선 중 의외로 이 시선이 중앙과 지방을 극단으로 가르는 가장 격렬한 원인이 되는 그것을 골라서 간단히 언급하고자 한다. 그것은 무엇인가?


지자체 학예직 사람들은 지역 토호와 결합하거나 그네들 자신이 지역 토호라는 불신지옥이 그것이다. 


작금 문화재청과 지자체 학예직간 시선을 적나라히 보여주는 문구는 이 '불신지옥'이다.


상론한다. 문화재청에서 바라보는 지자체 학예직은 대체로 지역 논리 혹은 지역 이익에 매몰되어, 문화재는 안중에도 없고 오로지 지역 이익을 대변하며, 특히 그 고용주에 해당하는 지자체장이라든가 지역 실력자 혹은 유지와 한통속이 되어 각종 전횡을 저지른다는 것이다. 그리하여 이들은 자신이 지역토호가 되거나 그들의 앞잽이나 다름 없다고 한다.


단도직입으로 말하지만, 지자체 학예사를 두고 이리 말하는 문화재청 사람이 있다. 내가 직접 들었다. 그리고 이런 시선이 의외로 적지는 않아, 바로 이것이 중앙의 지방에 대한 극단적 불신을 낳는 거대한 뿌리가 된다. 


그런 사람이 실제 있을 수 있다. 오늘 현재 지자체 학예직이 전국에 걸쳐 200명이 약간 넘는다는데, 이 200명 중에 그리 분류되는 사람이 왜 없겠는가? 이런 놈 저런 사람 다 있기 마련이다. 하지만 그런 사람, 다시 말해 지역토호화해서 지역 이익만 대변하고 문화재는 안중에도 없는 것으로 치부된 사람이 있다 해서, 나아가 그런 사람이 꽤 된다 해서, 그것이 지역에 대한 중앙의 일방적 통제, 혹은 중앙에 의한 지방 소재 문화재의 직접 관리를 관철하는 논리로 작동할 수는 없다.


지금 지자체마다 아우성이다. 국가지정 문화재 관리는 아예 중앙으로 가져가라 난리다. 실제로 몇 군데는 가져왔다. 어이없는 방화에 불타 내린 숭례문이 그리해서 서울 중구청에서 넘어왔고, 옆동네에서 벌어진 이 일을 본 종로구청은 동대문도 가져가라, 문묘도 중앙정부가 가져가라 한다. 이리 해서는 결코 문화재를 보호하지 못한다. 


왜 이런 일이 빚어지는가? 한가롭게 문화재 관리에 투입할 재원이 없다는 열악한 지방 재정도 원인일 수 있고, 여타 다른 원인도 있겠지만, 중앙정부 일원인 문화재청이 그 중앙정부 전체, 더욱 구체로는 조직을 장악한 행자부라든가 돈줄을 쥔 기재부 같은 데를 향해 맨날 쏟아내는 그 논리, 다시 말해 총만 주고 총알은 주지 않는다는 그 논리가 이에서도 그대로 작동함을 본다. 


이에 의해, 문화재청은 지자체 학예직들로 하여금 그들이 제 목소리를 내면서 자기 일을 하도록 여건과 지원은 전연 해주지 않으면서, 그들에 대한 일방적 헌신을 강요하는 구조가 계속 관철되고 있다는 것이다.


내가 지켜보는 지방 학예직들은 다행히도 저에 해당하는 사람은 없다. 내가 그런 사람만 골라 만나기 때문인지, 아니면 그런 사람만 우연히 눈에 띄어서인지는 자신이 없다. 다만 그렇다고 해서 내가 지켜보는 그들을 통해 지방 학예직 전부를 일반화하고 싶은 생각은 없다. 다시 말하지만 이런 놈이 있는가 하면 저런 학예직도 있기 때문이다. 


이들이 수행하는 일을 보니 그야마로 초인이다. 뭐, 솔까 초인이라기보다는 실은 잡역부다. 미안하다 잡역부라 해서. 하지만 이보다 더 적절한 말을 찾아내기 힘들다는 점을 감안해 주기 바란다. 


문화재청이 어떤 일들을 하는지 궁금해 하는 사람들이 좀 있는데, 이들 지자체 학예직이 수행하는 일을 보면 된다. 이들이 수행하는 일 전부가 문화재청에서 하는 일이라고 보면 대과가 없다. 그래서 이들 학예직은 언제나 말한다. 지역에서는 내가 바로 문화재청장이라고 말이다. 이 말처럼 지자체 학예직을 적절히 대변하는 것은 없다고 본다. 그래, 그들은 지역 문화재 사령관이다. 


이와 유사한 문제의식을 담은 내 어떤 글(페이스북 포스팅을 말한다)에 달린 댓글을 보면 이들 지자체 학예사가 하는 잡역 중 하나가 죽은 새 줍기가 있음을 본다. 계절별로는 겨울에 새가 많이 죽는 편인데, 그렇게 죽은 새가 천연기념물 혹은 그것으로 의심되는 신고가 들어오면 학예사들이 달려나가는 모양이다. 천연기념물이 문화재이기 때문이다. 죽은 새 문제는 언제나 지자체에서는 학예직과 환경 관련 부서에서 영역을 두고 싸우는 모양이다. 


이런 신고를 받고 달려나갔더니 천연기념물이 아닌 기러기라서 허탈했다는 웃지 못할 포스팅도 있다. 이게 실제 지역에서 벌어지는 일이다. 믿기는가? 21세기 백주대낮에 죽은 새를 두고 관할권을 다투는 이런 현상이?


내가 요즘 고고학계를 향한 비판을 다시금 쏟아냈거니와, 내 요점이 이거다. 고고학계는 당연히 고고학 관련 업무, 특히 개중에서도 발굴이 문화재 비중이 크다 하겠지만, 그래서 그네들이 하는 일이 곧 문화재를 한다고 하겠지만, 천만의 말씀 만만의 콩깍지다. 이들 학예사가 수행하는 일 봐라. 이걸 보면 다시금 문화재 중에서 고고학 혹은 발굴은 정말로 일부분에 지나지 않는다는 사실이 극명하게 드러난다.


문화재는 죽은 새 줍기를 포함한 이런 일들의 거대한 집합명사다. 고고학이 그 일부에 지나지 않는다. 따라서 유독 고고학만 나서서, 그런 우리가 문화재 전문가니 하고 나서는 꼴, 솔직히 구토난다. 저들 학예사를 앞에 두고도 고고학이 문화재 전문가라고 하겠는가 말이다. 그들 중에 개차반이 있다 해서 그들을 향해 중앙이 일방으로 통제해야 한다거나, 중앙의 수하에 두어야 한다는 발상은 성립할 수 없다고 나는 본다.


솔까 같은 논리로 지방을 향한 저런 토호 혹은 토호성 세력이 문화재청이라고 없는가? 사람 사는 세상이다. 이런 놈이 있으면 저런 사람도 있기 마련이거니와, 문화재청에 일부 삐딱한 사람, 혹은 부정직이 의심되는 사람이 있다 해서 그 조직 전부가 삐딱하다거나 부패했다는 논리가 성립할 수 없음과 같다. 내 보기엔 이런 삐딱이 혹은 부정직한 사람이 문화재청에도 있다.


지자체 학예직들은 부패한 토호라 해서 그들을 믿을 수 없으므로, 그들을 중앙정부에서 강력히 통제해야 한다는 발상은 조선인은 스스로 국가를 경영할 능력이 없으므로, 대일본제국 식민지로 계속 두어야 한다는 그 발상과 무엇이 다른가? 그리스는 엘긴 마블을 수용 전시할 여건을 갖추지 못했으므로 그걸 돌려주어서는 안된다는 영국정부의 제국주의 논리와 무엇이 다른가? 


같이 가야 한다. 문화재 관리 역시 중앙정부와 지방정부가 어깨 나란히 하고 같이 가야 한다. 문화재청에서는 지방정부 통제가 불가능하다고 할지 모르나, 누가 봐도 갑을 관계로 보면 여전히 문화재청이 전자임을 말할 나위가 없다. 


*** 그제 이와 같은 내 페이스북 포스팅에 어느 지자체 학예연구사가 이런 댓글을 달았다. 음미할 만 하다. 


옛날에 별정직 아제들 중에 그런 분 많았습니다. 문화재는 안중에도 없고 문화재보호법이 악법이라고 당당하게 주장했죠. 문화재청에서 그들이 누군지 구분 못하죠ㅋ 그 인식이 그대로 남아 있는 거라고 사료됩니다. 



1961년 이래 문화재관리국 시대를 포함해 2018년 차관급 문화재청에 이르기까지 역대 문화재관리국장과 문화재청장 중 소위 전문가에 속하는 국장 청장은 내 보기에는 딱 한 명이 가장 근접한다. 고 정재훈 국장이 그 사람이다. 기타 중에는 소위 문화재 전문가로 분류하는 국장 청장이 있지만 아래와 같은 이유들로써 흔히 문화재 전문가로 분류하는 어느 누구도 전문가로 분류할 수는 없다.


초인적 문화재 행적을 보인 고 정재훈



역대 문화재 수장 중 현재까지는 아마도 가장 유명한 유홍준? 미술사나 좀 알고 답사 좀 했을 뿐이지, 무슨 '문화재' 전문가이겠는가? 

이건무? 젊은 시절 발굴 좀 해 봤고, 박물관 경영을 좀 해 봤지, 무슨 '문화재' 전문가이겠는가? 

최광식? 문헌사학자로 삼국시내 전공자로, 대학박물관장 경험한 사람이지 무슨 '문화재' 전문가이겠는가?

변영섭? 생평 대학교수로 지낸 미술사가로 반구대 암각화만 좀 신경썼지 그가 무슨 '문화재' 전문가이겠는가?

나선화? 도기나 자기 연구자로 이화여대박물관에서 생평을 보낸 인물로 그가 무슨 '문화재' 전문가이겠는가?  


이들이 해당 분야 전문가라는 사실은 인정한다 해도, 그것이 곧 그들이 문화재 전문가임을 보이는 보증수표는 아니다. 아래서 다시 상론하듯이 저들이 저런 일을 투신한 것과 '문화재를 한다'는 개념은 전연 다르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그 광범위한 문화재 행정을 두루 경험하고, 고고학과 조경, 건축학 등등에 실로 광범위한 실무 경험과 연구업적을 축적한 정재훈 국장이야말로 소위 말하는 문화재 전문가에 제일로 근접한 사람이다. 정 국장과 더불어 정기영 국장도 이에 포함할 만하다.


함에도 그 수장을 두고 틈만 나면 전문가 타령이다. 인사철만 되면, 혹은 그 경질 무렵이면, 전문가가 와야 한다는 당위가 정답처럼 군림한다. 문재인 정부 초대 문화재청장으로 정통 문화재 관료인 김종진씨가 경질되고 근자 소위 문화 전문 언론인 출신 정재숙 문화재청장이 등장하자 소위 문화재 전문가 그룹 일부에서는 몹시도 이에 불만을 품고는 그가 '전문가'가 아니라고 매도하기도 했다. 


공룡화석 발굴...고생물화석도 역시 문화재 영역이다.



그 집단을 보니, 가관인 점이 그네들 역시 문화재 전문집단이 전연 아니라는 사실이다. 문화재 전문가 집단이 아닌 사람들이 그들 자신은 자연 문화재 전문가 집단이라는 의식을 바탕에 깔고는 문화재 정책 수장은 문화재 전문가가 와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들은 착각한다. 땅 파는 고고학 하면, 불상 연구하는 미술사학자라면, 건물지 연구하고 조사하는 건축사학자라면, 문화재를 보존수리하는 보존과학도라면, 그것이 문화재 전문가임을 입증하는 보증수료라고 착각한다.


하지만 이는 커다란 착각이요 오만이다. 그런 일을 하는 행위를 고고학을 한다, 미술사를 한다, 건축사를 한다, 보존과학을 한다고 표현할 수 있을지언정 그들이 각기 하는 일이 결코 문화재를 하는 일일 수는 없다. 그 무수한 문화재를 하는 행위 중 항하의 모래알 같은 작은 부분에 지나지 않는다. 그럼에도 실로 오만방자하게 자기네가 문화재를 한다는 말을 하며, 자기네가 문화재 전문가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유감스럽게도, 


문화재와 고고학은 다르다. 

문화재와 미술사학은 다르다. 

문화재와 건축사학은 다르다. 

문화재와 보존과학은 다르다.


충주 백제시대 유적 발굴..국립중원문화재연구소. 고고학 발굴은 문화재 영역 중 일부다.



고고학을 하는 행위가, 미술사학을 하는 행위가, 건축사학을 하는 행위가, 보존과학을 하는 행위가 문화재를 하는 행위 광의에 포함될 수 있을지언정, 그것이 곧 문화재를 하는 일 전반을 커버할 수는 결코 없다. 그만큼 문화재를 한다는 행위나 개념은 더욱 포괄적이고 광의적이며 추상명사이며 집합명사다. 문화재청장은 고고학을 하는 사람이 아니다. 고고학도 출신 이건무가 문화재청장을 역임하기는 했지만, 청장이 된 이건무는 결코 고고학자일 수는 없다. 그는 무수한 문화재정책을 입안하고 그것을 결정하는 지위와 역할이 주어졌다. 


물론 역대 청장 중에 소위 전문가로 분류하는 사람들이 이런 본분을 망각하고, 해당 분야 전문가 행적을 버리지 못한 이가 있으니, 이 경우 예외없이 문화재 정책이 울트라 난맥상을 보였다는 사실은 문화재를 한다는 것과 앞에 든 저와 같은 일을 한다는 것이 얼마나 왕청난 차이가 나는지를 극명하게 보여준다. 반구대에 올인한 변영섭은 그 자신이 문화재청장이 아니었으며, 청장이 된 이후에도 여전히 반구대 운동가였을 따름이다. 그의 시대에 문화재 정책이 난맥상을 보인 까닭은 청장이 종래의 개벌 전공, 즉, 반구대를 망각하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작금 고고학계에서는 발굴행정 때문에 난리인데, 그 난맥상 뿌리를 연 시대가 공교롭게도 고고학도 출신 이건무 청장 시대였다는 점을 어찌 설명하려는가? 


덧붙여 위에 언급한 사람들이 잘 봐줘서 문화재 전문가라고 하자. 그렇다면 그들이 문화재 전문가여서 저들 시대 한국 문화재행정이 꽃을 피웠다고 할 수 있는가? 내 보기엔 행정 관료 출신, 혹은 군발이 출신 수장들에 견주어 하나도 나을 바가 없고, 외려 퇴보한 시대였다고 간주한다. 


당신들이 말하는 문화재 전문가가 과연 무엇인지, 심각히 곱씹어야 한다. 다시 말하지만 문화재와 고고학은 다르다. 

자료 확보할 일이 있어 어제(14일) 국립고궁박물관에 들렀더니, 문화재위 사적분과 회의가 마침 그곳에서 열리는 중이라, 이날 문화재위가 다루는 현안과 관련한 전국 지자체와 기관에서 속속 사람들이 몰려들었으니, 회의장 앞 복도는 흡사 국회 국정감사를 방불한다. 모든 문화재위가 이런 풍광이다.

웅성거리는 사람들을 뒤로하고, 혹은 연신 잘 부탁한다며 굽신거리는 사람들을 뒤로하고 회의장으로 들어서는 문화재위원이며, 문화재청 사람들은 어떤 생각을 할까? 이런 일도 자주하다 보면, 우쭐해지기 마련이다. 이런 풍광은 국회 국정감사장과 그리고 정부 예산과 인력을 쥔 기획재정부와 행정안전부 말고는 거의 없다. 

내가 요즘 들어 계속 말하듯이 문화재청은 이 점 하나로만 봐도 권력기관 맞다. 기다리는 사람들 초상권을 생각해서 관련 사진은 첨부하지 않는다. 이는 그만큼 역설적으로 문화재위의 비대화를 증언하는 장면이기도 하면서, 이는 그만큼 문화재 행정이 법과 제도가 아니라, 문화재위의 자의적 판단이 개입할 여지가 많다는 사실을 역설한다. 

이 틈바구니를 줄이고, 복도에서 기다리는 사람들 숫자를 줄이는 것이 행정의 요체다. 나아가 이런 결정을 하는 사람들의 인적 구조 역시 문제다. 내가 문화재위 혁파를 주장한지는 오래된다. 그 권능은 대폭 축소해야 한다. 그것은 다른 무엇보다 문화재위가 소위 말하는 지나친 전문가 중심인 까닭이다. 

그 전문가라는 사람들 내실을 따져보면, 교수가 절대다수다. 문화재를 한다는 행위의 주체는 문화재청과 문화재위가 전부가 아니며 나아가 그에서 관련 교수가 차지하는 비중은 극히 일부에 지나지 않아야 한다. 문화재위는 간단히 말해 책임을 지지 않는다. 잘못된 결정을 해도, 그들은 언제나 집합명사인 까닭에 책임을 지지 않는다. 

지금 구조에서는 문화재를 한다는 행위의 주체는 오로지 교수가 중심이 된 문화재위원회가 주체가 되어 있을 뿐이다. 이를 위해 첫째 문화재위원회가 결정하는 권한을 대폭으로 축소해야 하며, 이를 위해 두번째로 문화재위가 개입할 여지를 법과 제도로 축소 제한해야 하며, 이를 위해 세번째로 그 구성원 자체도 혁파해 행정이라고는 근처에도 가 보지 못한 채 관련 교수입네 전공자입네 하는 이유로 위원이 되는 구조를 혁파해야 한다.

이 모두가 문화재청 책임으로 귀결한다. 저 문화재위 구조가 혁파되지 않고서는 언제까지나 문화재청은 문화재위원회 시녀에 지나지 않는다. 더불어 이를 너무나 잘 아는 문화재청이기에 문화재청 역시 문화재위를 통해 소위 말하는 학계를 지배한다. 말 잘 듣는 놈은 문화재위원 시켜주고 말 안듣는 놈은 시켜보고 2년만에 바꿔버린다. 

행정 혹은 권력은 그 본능이 굽신거림을 선호하기 마련이다. 잘 났다는 교수들이 와서, 문화재위원 자리 하나 달라고 용역 하나 달라고 와서 굽신거리니 그에서 우쭐하기 마련이다. 내가 너무 단순화해서 너무 미안하나, 실제가 그러한 걸 어찌하겠는가?

문화재위는 현행 7인가 8개 분과로 구성되며 사안에 따라 합동분과가 있지만 대다수 안건은 분과별로 진행한다. 분과별로 전문위원 위원이 있지만 전문위원은 꿔다논 보릿자루다. 임명장 받을 때 한번 교육받는게 전부다. 분과별 위원 숫자는 내 기억에 세계유산분과가 7명으로 가장 적고 나머진 열 명 안팎이다. 위원 구성은 문화재청 꼴리는대로라, 성별 지역별 전공별 안배를 한다지만 내실을 보면 정치권 등에서의 낙하산이 많고, 분과 담당과 실무담당 직원이 의외로 지 맘에 드는 사람을 골라 앉히는 일도 절대 과반이다. 


그래서 "어? 저 사람이 왜 문화재위원이냐...문화재의 문자도 모르는 인간이 무슨 문화재위원이냐?" 해서 그 추천 내력을 들여다 보면, 어처구니 없는 일이 빈발한다. 문화재 경력 전무에 가까운 놈도 어느날 느닷없이 문화재위원에 진입하는 이유다. 문화재위가 다루는 안건은 문화재 행정 전부다. 거의 모든 문화재행정이 문화재위 심의를 거친다. 


한데 전국 문화재현장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은 

1. 지역성 

2. 전공성


이 두 가지를 벗어날 수가 없다. 바로 이에서 한 명이 깽판치는 문화재위 심의 구조가 탄생한다. 예컨대 A라는 지역, 고고학 현장과 관련한 심의가 이뤄진다 치다. 이 경우 A 지역과 관련있는 고고학 전공자가 실제 결정을 독식하는 구조를 이룬다. 나아가 비단 이것이 아니라 해도, 현행 문화재위 의사 결정구조는 한 명이 깽판 치면 결정을 못한다.  문화재위 심의는 아마 다수결로 하도록 했을 것이다. 

하지만 극히 일부 사안을 제외하고 다수결로 이뤄지는 일은 없다.  좋게 좋다 해서 위원들끼리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다. 한 명이 깽판치는 문화재위, 이거 원성이 자자하다. 좀 더 상세한 얘기는 시간나는대로 하기로 한다. 한데 이 한명이 깽판치는 회의.....


이 위원이라는 완장을 찬 이가 문화재 현장을 돌아다니는 꼴을 보면 구토가 난다. 나는 이런 놈들만 팬다. 

심심해서 문화재청 홈피에서 문화재위 최근 회의록을 열람했다. 사적 분과를 골랐더니 최신판이 2017년도 문화재위원회 제5차 회의록이다. 이번 문화재위가 새로 선임되고 난 뒤의 첫 회의였다. 회의는 2017. 5. 24 (수요일), 14:00~19:50 원주 한솔오크밸리 리조트 퍼시몬홀에서 열렸다 하며, 출석위원은 이재범, 박광춘, 박소현, 유재춘, 이경찬, 이승용, 이영식, 이재운, 이종욱, 임승빈, 최성락, 한필원, 홍준형의 13명이라 하니, 거의 전원 참석인 듯하다. 역시 첨이라 출석률 좋구만.

그에서 다룬 네 번째 안건이 안건번호 사적 2017-05-004이니, 제목은 '함안 말이산 고분군 내 노출전시관 건립'이다. 우선 제목이 솔깃했다. 그러면서 회의록을 죽 내리면서 그 결정 사안을 보기도 전에 나는 이런 생각했다. 

"또 보류겠구만"

한데 진짜 보류였다. 내가 왜 보류라고 생각했겠는가? 내가 지금껏 보아온 썩어빠진 문화재위원들 생각이 언제나 그랬기 때문이다. 이 썩어빠진 문화재위원들은 매양 매장문화재 보호를 구실로 해당 매장문화재에는 그 어떤 손상도 가면 아니 된다 하고, 그래서 매양 하는 짓거리라고는 흙 덮고 잔디 엎어 보존하는 것이 최고라 생각한다. 이런 생각이 말이산 고분군에도 그 내력이 관철되었는지는 나는 자신은 없다. 어떻든 그 내력을 보니, 함안군 소재 사적 제515호 「함안 말이산 고분군」 내 노출전시관 건립를 위하여 국가지정문화재 현상변경 허가 신청한 사항을 부의했으니, 그 제안 사유에 대해, 

"말이산 6호분의 1:1 재현전시로 아라가야의 특징적 고분구조와 봉토축조의 과정을 실감나게 보여줄 수 있는 노출전시관을 건립"이라 했으며, 그 주요내용을 보면 야읍 도항리 527번지 일원에 존재하는 말이산 고분군 중 이미 발굴조사가 끝난 고분 중 6호분을 그대로 노출하여 1:1 재현 전시관을 건립하겠다는 것이다. 이에 대한 의결 사항은 

"보류 - 현지조사 후 재검토"

였다. 말이산 6호분은 이미 발굴조사가 끝나 속에 있는 내장은 다 끄집어 낸 빈 깡통이다. 그걸 노출해서 보여준다는데 뭐가 문제란 말인가? 그래 저 전시관이 주변 경관과 조화를 이루니 안 이루니 한다고 치자. 그것이 문제가 된다고 생각하면, 조건부 가결을 하면 되는 것이다. 전시관을 추진하되, 주변 경관과 조화를 이루도록 관리감독을 받는다고 하면 되는 것이다. 왜 실제 고분을 노출하지 못하는가? 말이산 고분군 발굴조사 왜 했는가? 안 봐도 뻔하다. 정비학술 활용 차원에서 했을 것이다. 발굴하고 내장 다 빼내고 다시 봉분 입혀 그걸 보라고 발굴했던가? 그럴 거 같으면 왜 발굴했느냐? 보여주지도 않을 거 보물 캐기밖에 더 했느냐? 보물캐기 하려고 발굴했던가?

유적 현장에는 그 어떤 것도 손대지 못하게 하는 저 따위 사고방식 자체를 박멸해야 한다. 보여줘라. 무덤 속 보여줘라. 빈깡통을 내장 가득한 통조림통으로 만들어얄 거 아닌가? 보아 하니 말이산 고분군 중에서도 외지게 떨어진 곳이라 해서 6호분을 골랐나 본데, 이 발상도 바꿔야 한다. 가장 중심되는 공간을 차지한 가장 큰 고분을 골라서 그곳을 전시관으로 활용해야 한다.  

위태위태하게만 보이던 문화재 행정이 설악산 케이블카 사태로 초토화에 직면했다. 중앙행심위는 지난 15일 위원회를 열어 지난해 12월 문화재청이 내린 설악산 오색케이블카사업 문화재현상변경허가 불허가 처분이 부당하다며 양양군이 제기한 행정심판에 대해 인용 처분을 내렸다.

행심위는 문화재청 행청 처분이 '문화재보호법의 입법취지상 보존·관리 외에도 활용까지 고려하도록 되어있는 바, 문화재청이 이 사건 처분을 함에 있어 보존과 관리 측면에 치중한 점이 있고, 문화향유권 등의 활용적 측면을 제대로 고려하지 않았으며, 사업으로 인한 환경훼손이 크다고 단정하기 어려운 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면 문화재 현상변경허가를 거부한 이 사건 처분은 재량을 잘못행사하여 부당하다"고 결정했다. 

이 결정에 당연히 문화재청은 당혹 일색이다. 

이와 같은 행정처분을 뒤집는 행정심판이 다른 데서도 잇따르면서 국가 행정 자체가 중대한 위기를 맞고는 있지만, 이번 설악산 케이블카 설치에 대한 심판은 문화재 행정 전반을 대혼란에 빠뜨렸다. 그것은 다른 무엇보다 규제 위주인 문화재 행정이 그간 지나치게 자의적이며 임의적이라는 비판에 줄곧 시달린 데다, 이번 심판이 여타 문화재 행정 전반에도 결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 뻔하기 때문이다. 

문화재청 내부에서는 이번 사태를 문화재 현상변경에만 국한하려는 시도가 없지는 않을 줄로 안다. 하지만 이번 심판은 그뿐만 아니라 문화재 행정 전반에 핵폭탄이다. 이에 따라 문화재 행정 전반을 근간에서 뜯어고쳐야 시점을 맞은 것으로 보인다. 예컨대 춘천 중도 유적을 보자. 

이 유적은 레고랜드 부지 조성 예정지다. 하지만 발굴결과 청동기시대 유적이 쏟아지면서, 문화재청은 각종 브레이크를 걸어 이전복원하라느니, 일부 구간은 현지 보존하라느니 하는 조치를 내렸다. 하지만 그 내실을 뜯어보면, 이런 조치들은 하등 법적인 효력을 구비하지 못한다. 해당 지역이 문화재로 지정된 것도 아닌데, 더구나 그것을 새로 지정한 것도 아닌데, 오로지 매장문화재 보호라는 이유를 달아 이런 행정조치들을 취한 것이다.

이런 조치들이 앞으로는 모조리 행정심판 대상이 된다는 뜻이다. 문화재현상변경 문제만이 아니라는 뜻이다. 지금의 문화재 행정은 구시대의 산물이요 적폐의 덩어리다. 

문화재청은 문화재위원회라는 방어막을 치고는, 그 모든 행정 결정을 위원회에 미루어 버리고는 자신들은 그 방패 뒤에 숨는 짓을 해왔다. 그런 모든 행정조치는 문화재위원회 결정이라는 오로지 그 이유 하나만으로 책임을 회피하곤 했다. 그렇다면 문화재위원회는 어떤가? 

문화재위원회는 권한만 있고 책임을 지지 않는다. 그 어떤 누구도 잘못된 결정에 대한 책임을 지는 법이 없다. 집합명사이기 때문이다. 이 위원회는 그 구성을 보면 모조리 교수 중심이라 현실과 동떨어진 결정만을 일삼는다는 비판이 끊임없이 제기됐다. 이번 설악산 건만 해도, 천연기념물인 산양 보호를 구실로 내세웠지만, 케이블카 건설이 산양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어떤 전문가가 어떤 보고서를 냈으며, 그것이 정작 유효한지도 전연 검증이 되지 않았다. 질수밖에 없는 게임이었다.

문화재행정은 문화재위원회에 지나치게 비대한 권한을 부여했다. 하지만 그 권한은 아무런 법적인 효력도 없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지들 맘대로 어떤 기준도 없이 어떤 곳은 보존하라, 어떤 곳은 이전하라고 결정한다. 이 따위 국가행정이 어디에 있다는 말인가? 아무런 책임도 없는 문화재위원회는 이제 생명이 다 했다. 혁파해야 한다. 혁파해서 단순 자문위로 격하하고 규모도 대폭 축소해야 한다.

더불어 문화재위원회에 떠넘긴 권한은 청이 직접 회수하고, 그런 행정조치들을 담보하는 법적인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 내가 예로 들었듯이 발굴허가를 왜 문화재위가 심의한다는 말인가? 지들이 무슨 권한이 있다고 발굴허가까지 관장한다는 말인가? 

+ Recent posts

티스토리 툴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