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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는 아니나, 지금 안동 병산서원은 이 모습에 얼추 가까우리라. 백일홍 배롱나무가 꽃을 흐드러지게 만발하는 시즌이 이 무렵이니 말이다. 



3년 전이다. 그때 무슨 인연으로 왜 이곳을 행차했는지 내가 자세한 기억은 없다. 아마 그 무렵 이를 포함한 전국 주요 서원을 엮어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재한다 하고, 그에 이 병산서원이 포함되어, 내가 그 무렵 이들 후보지 서원들을 찾기 시작할 때이니, 이 일환이 아니었던가 싶다. 



내가 배롱을 만나러 간 것은 아니로대, 마침 그 시즌이었다는 기억만 남았다. 이 배롱나무, 서원이나 향교 같은 마당에서는 비교적 드물지 않게 보는 나무지만, 이곳 병산서원의 그 만발한 모습은 무척이나 인상으로 뇌리에 각인한다.



이 병산서원은 서원 그 자체는 물론이려니와 그 앞 산과 계곡을 감돌아 흐르는 낙동강이 빚어내는 경관이 압권이라, 별천지 비인간인 듯한 곳이거니와, 이곳에다가 유독 강학당을 만든 서애의 뜻을 어찌 알리오마는, 다만 지금도 그렇거니와 이 서원 혹은 그 시원인 강학당이 처음 들어설 때도 이곳은 변변찮은 마을조차 없을 만한 곳이라, 이런 데서 공부가 되었을까마는, 그 시대는 이런 한적한 곳에다가 수신당修身堂을 만들고는 심신을 수련한다 설레발을 치곤 했으니, 그 심정으로 이해하면 될 법하다. 



내가 부동산에 그닥 욕심은 없는 편이나, 이런 데만큼은 내 것으로 삼았으면 하는 욕망은 있다. 마름 두고선 관리케 하고는 가끔 이런저런 시린 날이나, 답답한 날이나, 더운 날이나 하는 때 하루이틀 쉬는 곳으로 삼았으면 하는 욕심 정도는 있다. 그래, 유난히 무덥다는 올 여름 같은 날에는 이곳이라고 특별히 더 시원하고 그렇기야 하겠냐마는, 뭐, 에어컨 하나 갖다 놓으면 되지 않겠는가?



이 무렵이건 비교적 흔히 보는 백일홍이라, 보통은 이렇다 할 감흥은 주긴 힘드나, 유독 이 병산사원이랑, 전라도 담양 땅 어느 곳만큼은 백일홍이 때로는 얼마나 화려찬란할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한시, 계절의 노래(120)


대청 앞 자미화에 이슬이 맺혀...두 수 중(凝露堂前紫薇花兩株每自五月盛開九月乃衰二首) 둘째


 송 양만리 / 김영문 選譯評


멍하니 도취할 듯

약하고도 고운 모습


이슬 무게와 바람 힘에

심하게 기울었네


백일 붉은 꽃 없다고

그 누가 말했는가


자미화는 오래오래

반 년 동안 피어 있네


似癡如醉弱還佳, 露壓風欺分外斜. 誰道花無紅百日, 紫薇長放半年花.


배롱나무의 계절이다. 한자로는 자미화(紫薇花, 紫微花), 양양화(痒痒花), 백일홍(百日紅) 등으로 불린다. ‘자미(紫薇)’는 배롱나무의 대표적인 꽃 색깔(紫)과 자잘한(微, 薇) 꽃 모양을 형용한 이름이다. ‘양양(痒痒)’은 ‘간지럽히다’는 뜻인데 배롱나무 표피를 손으로 긁으면 잎이 움직인다고 하여 붙여진 명칭이다. 우리말로도 ‘간지럼나무’라고 한다. 또 배롱나무는 7월에서 9월에 걸쳐 100일 이상 꽃을 피우므로 백일홍이라고도 부른다. 심지어 위의 시 제목에서 양만리는 음력 5월에서 9월까지 반년 동안이나 꽃을 피운다고 했다. 중국 당 현종(玄宗) 때는 중서성(中書省)을 자미성(紫微省)이라고 불렀다. 별자리 자미원(紫微垣)을 황제의 거처에 비견했기 때문이다. 중서성은 임금의 조서를 작성하고 명령을 반포하는 조정의 중추기관이다. 이런 연유로 궁궐 자미성(중서성) 근처에 이름이 비슷한 자미화를 심었고, 중서령(中書令)을 자미령(紫薇令), 중서랑(中書郞)을 자미랑(紫薇郞)이라고 불렀다. 중서성에서는 특히 황제의 문서를 관장했기에 이후로는 자미화가 문서나 서책을 비유하게 되었다. 우리나라에서도 서원이나 유학자의 집에 자미화를 많이 심었다. 무더위 속에서도 기품 있는 자태로 여름을 아름답게 수놓는 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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