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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시, 계절의 노래(152)


태풍(大風)


 송 범성대 / 김영문 選譯評 


태풍 앞서 이는 구름

해신 집에서 불어와


하늘과 대지에도

갑자기 모래 날리네


수고롭게 남은 더위

깡그리 쓸어가도


미친 듯 불어대며

벼꽃은 해치지 말길


颶母從來海若家, 靑天白地忽飛沙. 煩將殘暑驅除盡, 只莫顚狂損稻花.


올해 일본과 중국으로만 향하던 태풍이 드디어 한반도를 향해 질주해오고 있다. 100여 년 만의 기록적인 폭염에 시달린 사람들은 올해는 왜 태풍조차 우리나라를 외면하느냐고 원망을 품기도 했다. 재난의 상징인 태풍을 기다리다니…….그만큼 올 여름 더위가 극심했음을 반증하는 현상이다. 더러는 더위를 식혀주고 가뭄을 해소해주면서 바람은 약한 태풍, 즉 착한 태풍이 오기도 한다. 그러나 대부분의 태풍은 강풍과 폭우를 몰고 와서 인간에게 엄청난 재난을 야기한다. 이 시에서도 더위는 쓸어가고 벼꽃은 해치지 말라면서 착한 태풍을 소망하고 있다. 한창 벼가 팰 때 그 위로 강력한 태풍이 휩쓸고 지나가면 벼가 눕거나 물에 잠기게 되어 농사에 아주 큰 피해가 발생한다. 물론 중요한 점은 다가오는 태풍에 무슨 요행수를 바라지 말고, 미리미리 대비하여 가능한 한 재난을 줄이는 일이다. 하지만 지진과 마찬가지로 태풍도 인간이 막을 방법은 없다. 그저 겸허한 마음과 신중한 자세로 최선의 대비를 할 수밖에 없다. 이럴 때 인간의 힘이란 얼마나 보잘 것 없는 것인가? 그럼에도 인간들은 더 무더운 여름과 더 강력한 태풍을 초래하는 지구 온난화 요인을 계속 제공하고 있다. 아무 대책도 없이 뜨거운 바다를 바라보며 착한 태풍만 소망하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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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시, 계절의 노래(117)


강가에서(江上)


 송 범성대(范成大) / 김영문 選譯評 


하늘 빛 무정하게

담담하고


강물 소리 끝도 없이

흘러가네


옛 사람은 근심을 다

풀지 못해


후인에게 근심을

남겨줬네


天色無情淡, 江聲不斷流. 古人愁不盡, 留與後人愁.


무정하게 그리고 끝도 없이 흐르는 것은 강물이다. 아니 덧없는 세월과 인생이다. 아니 천추만대로 이어지는 근심이다. 나는 한 때 ‘불사재(不舍齋)’란 서재 이름을 쓴 적이 있다. 『논어(論語)』 「자한(子罕)」에서 따왔다. “선생님께서 냇가에서 말씀하셨다. ‘흘러가는 것은 이와 같구나, 밤낮을 쉬지 않나니!’(子在川上曰, ‘逝者如斯夫, 不舍晝夜!’)” 이게 무슨 말인가? 처음에는 아무 의미도 떠오르지 않았다. 정자(程子)가 이 구절을 그럴 듯하게 풀이했다. “쉼 없이 흘러가는 강물처럼 자강불식(自强不息)하라” 하지만 너무 교과서 같은 풀이라 선뜻 수긍할 수 없었다. 그후 나는 『논어』 전체를 읽고 또 공자의 생애를 살펴보면서 이 구절이 “열심히 공부하라”는 의미에 그치지 않는다는 확신을 가지게 되었다. 자신의 이상을 펼쳐보지 못한 채 고통스럽게 천하를 주유하던 공자가 흘러가는 강물을 바라보며 “그래 열심히 계속 공부해야지”라고 생각했을까? 오히려 자신은 어쩔 수 없는 상황에서 ‘도도하게 흘러가는 불의한 세월’을 한탄하지 않았을까? 혹은 강물처럼 무상하게 흘러가는 청춘을 슬퍼했을 수도 있으리라. 물론 끊임없이 새로워지는 강물에서 나름의 사상적 깨달음도 얻었을 터이다. 나는 이 모든 의미가 ‘쉬지 않는다(不舍)’라는 말에 집약되어 있다고 느꼈다. ‘불사재(不舍齋)’란 서재 이름은 그렇게 탄생했다. 그렇다. 인생은 무상하고 근심은 늘 이어진다. 하지만 살아가지 않을 수 없다. 「고시십구수(古詩十九首)」에서도 이렇게 읊었다. “인생은 100년도 채우지 못하는데, 언제나 천 년의 근심을 품고 사네(生年不滿百, 常懷千歲憂)” 




여름 시골 온갖 느낌(夏日田園雜興) 일곱째(其七)

 

 송(宋) 범성대(范成大) / 김영문 選譯 


낮엔 나가 김을 매고

밤에는 베를 짜고


시골에선 아이조차

한 몫하는 일꾼이네


어린 손주 아직은

밭 갈거나 길쌈 못해


뽕나무 그늘에서

오이 심기 배우네.


晝出耘田夜績麻 

村莊兒女各當家 

童孫未解供耕織 

也傍桑陰學種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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