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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시, 계절의 노래(131)


대나무 부채 두 수(竹扇二首) 중 첫째


 송 왕질(王質) / 김영문 選譯評


죽순 껍질 비단 옷을

남김없이 벗고서


대 한 그루 변화하여

천 가닥 부채살 됐네


시원한 바람 일으키며

세상 더위 받지 않는데


그 누가 맑은 바람이

쉴 때가 있다 하나


脫盡龍兒錦繡衣, 一枝變化作千絲. 泠然不受人間暑, 誰道淸風有歇時.


더위를 쫓는 여름 용품 중에서는 부채가 가장 클래식하면서 가장 널리 보급된 인기 품목에 속한다. 휴대하기 편리하고, 바람 일으키기 쉽고, 예술적 품위까지 갖출 수 있다. 선풍기나 에어컨이 좋다 해도 어떻게 내 몸에 간편하게 휴대할 수 있을까? 또 최근 유행하고 있는 손풍기는 배터리로 작동하므로 배터리가 떨어지면 무용지물이 된다. 바람의 질과 양도 변변치 않고 소음도 작지 않다. 하지만 부채는 인간의 에너지가 고갈되지 않는 한 무한 동력을 공급받을 수 있다. 언제 어디서나 부채를 흔들면 내 노동에 걸맞은 시원한 바람을 얻을 수 있다. 손풍기의 디자인이 아무리 좋다 해도 고상한 서예 작품이나 수묵화로 장식된 부채의 예술적 품격에 미칠 수 없다. 이런 연유로 인간은 앞으로도 영원히 부채를 버리지 못할 것으로 확신한다. 다양한 부채 중에서도 가장 많이 보급된 것은 대나무 부채(竹扇)다. 대나무 어린 순(筍)인 죽순(竹筍)은 용아(龍兒) 또는 용손(龍孫)이라고 부른다. 보랏빛 비단에 싸인 것 같은 죽순 껍질이 마치 용의 비늘 같아서 붙은 별명이다. 『주역(周易·건괘(乾卦)』 「문언전(文言傳)」에 의하면 “구름은 용을 따른다(雲從龍)”고 한다. 그럼 대나무 부채를 부치면 구름이 일어나고 비가 내릴까? 요즘 같은 불볕더위에는 모두들 부지런히 합죽선을 부쳐볼 일이다. 그 자체로 시원한 바람을 얻을 수 있을 뿐 아니라, 혹시라도 일정한 경지에 오르면 제갈공명처럼 구름과 바람을 마음대로 부를 수 있을지 그 누가 알겠는가?

아래 시는 《옥대신영玉臺新詠》 권1에 작자를 반첩여班婕妤라 해서 수록한 작품이거니와 이 시가 논란을 거듭한다. 

시 형태로 보건대 운율을 갖춘 오언시가 되거니와, 반첩여가 활동한 전한 말기에 이런 형태가 나올 수 있니 없니 해서 작자에 대한 논란이 있는 것으로 안다. 옥대신영에는 다음과 같은 서문이 붙었거니와

옛적에 漢 成帝의 班婕妤가 총애를 싫어 長信宮에서 태후를 공양하게 되니 이 때 賦를 지어 스스로 상처받은 마음을 풀어내고 아울러 怨詩 1首를 지었다(昔漢成帝班婕妤失寵,供養於長信宮,乃作賦自傷,並為怨詩一首)

그 전문은 다음과 같다.

新裂齊紈素 제에서 난 비단 새로 자르니

鮮潔如霜雪 곱고 깨끗함 서리나 눈 같아

裁為合歡扇 마름해 합환 부채 만드니 

團團似明月 둥글기는 둥근 달만 같네 

出入君懷袖 그대 품과 소매 드나드며 

動搖微風發 움직이며 작은 바람 이네 

常恐秋節至 늘 두렵네 가을 되어 

涼風奪炎熱 서늘 바람 무더위 앗아

棄捐篋笥中 상자에 패대기 치고는 

恩情中道絕 사랑하는 맘 그새 끊어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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