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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마총과 황남대총이 정좌한 경주 대릉원이다. 전면 정중앙 뒤편에 마치 낙타 등 모양을 한 저 무덤이 한반도 무덤 중에서는 규모가 가장 크다는 황남대총이다. 마립간시대 어느 신라왕과 그 왕비를 각기 다른 봉분에다가 매장하되, 그 봉분을 남북쪽에다가 각각 이어붙여 마치 쌍둥이를 방불한다 해서 쌍분(雙墳)으로 분류한다. 고신라시대에는 흔한 봉분 만들기 패턴 중 하나다. 


요즘처럼 목련과 사쿠라가 만발하는 이맘쯤이면 이 구역에서 매양 이런 풍광이 빚어진다. 공교하게도 이 방향에서 바라보면 저 쌍분 전면 좌우에 나란한 각기 다른 봉분 사이로 목련 한 그루가 만발한다. 한데 그 모양이 아주 묘하다. 어제 경주에서 내가 포착한 이 장면에서는 무수한 사진기와 무수한 사진작가들이 병풍처럼 늘어친 까닭에 그런 면모가 잘 드러나지 않으나, 참말로 그 풍경이 에로틱해서 여성 음부, 혹은 자궁 같은 느낌을 준다. 


대릉원에서 이런 풍광은 2010년 이전에는 없었다. 저 장면을 사진으로 포착하겠다고 사람이 저리 몰리는 현상은 없었다. 그렇다고 저들 무덤이 그 이전에는 달랐던 것도 아니요, 그렇다고 저 목련 한 그루가 그때라고 없었던 것도 아니며, 그렇다고 그 이전 저 목련이 지금과 같은 꽃을 피우지 아니한 것도 아니니, 2010년 이전에도 저 목련과 저 황남대총과 다른 두 봉분은 거의 매양 해마다 봄이면 저와 같은 풍광을 연출했다. 


그렇다면 하필 2010년 이후인가? 그해 국립중앙박물관과 국립경주박물관에서 연이어 황남대총 특별전을 개최했다. 1970년대 황남대총 발굴성과를 재음미하기 위한 문화재 특별 기획전이었으니, 황남대총은 두 봉분을 합친 남북길이가 자그마치 120m요, 높이가 각기 23m에 달하는 그 엄청난 덩치에 어울리게 어울리리만치, 나아가 한국의 투탕카멘묘라는 별칭답게 실로 엄청한 유물을 쏟아냈다. 그것이 토해낸 압도적인 유물이 상당수, 혹은 대부분 저들 특별전을 통해 선보인 것이다. 


이 특별전을 상징하는 사진 한 장이 있다. 이 사진은 특히 국립중앙박물관 특별전에서는 메인 포토였으니, 초대형으로 뽑은 그 사진이 전시장 입구를 장식한 것이다. 뿐만 아니라 그 사진은 이 특별전 성과를 정리한 관련 도록 표지 디자인이기도 했다. 그 사진이 바로 이 무렵 저 지점에서 목련이 만발한 장면을 포착한 것이었다. 그것을 포착한 작가는 경주 지역을 주무대로 활동하는 문화재 전문 오세윤이었다. 


이 사진이 얼마나 강렬한 인상을 주었는지, 그 이듬해에 바로 올해 우리가 저 지점에서 보는 광경이 연출되기 시작했다. 목련이 만발하는 계절, 이른바 사진작가 혹은 사진 동호회 회원이 물밀듯이 몰려들면서, 돗때기 시장을 방불했다. 새벽부터 밤늦게까지 저 장면을 포착하겠다고 종일 죽을 치는 이들이 우후죽순마냥 생겨나기 시작했다. 


전업적 사진 작가 혹은 사진 동호인은 물론이고, 이곳을 찾아 기념 사진을 남기고자 하는 일반인도 입소문을 타고는 급속도로 몰려들기 시작해 현장 통제가 불가능한 시대가 되고 말았다. 이는 해가 갈수록 도를 더해 지난해인가부터는 나름대로 자율성을 가장한 현장 통제룰이 생겼으니, 전업적 사진작가 혹은 사진 동호인은 각기 삼각대를 장착한 사진기를 안치하고, 저곳에서 기념사진을 남기고자 하는 일반인은 줄을 이루어 기다리다가 그네들 순서가 되면, 대체로 남녀 한 쌍, 혹은 한 가족씩 일정한 시간씩 기념활영을 한다. 



내가 이번에 보니, 저기서 기념사진 몇 장 남기겠다고 물경 1시간을 더 기다리더라. 

  

이제 이곳은 더는 특별한 곳이 아니다. 소위 포토존이라 해서, 그것이 기념사진을 남기고자 하는 사람들에게는 여전히 포토존일지 모르나, 전업작가들에게는 더는 특별한 곳이 되니 아니한다. 저기서 제아무리 좋은 사진을 담는다한 들, 그 사진은 언제나 오세윤 따라지 사진밖에 되지 아니한다. 배병우가 등장하면서 그의 전매특허가 된 소나무 사진이 일대 광풍이 불었다. 하지만 제아무리 좋은 소나무 혹은 소나무 숲 사진을 찍는다한들, 그런 사진은 영원히 배병우 따라지 신세를 면치 못한다. 이것이 지적재산권인 까닭이다. 


이번에 나도 직접 겪은 일이지만, 저 대릉원에서 볼썽 사나운 장면이 난무한다. 우리가 확실히 해야 할 점은 저곳은 누구에게나 열린 공간이라는 사실이다. 저곳은 개방된 공간이요, 공공의 장소다. 그런 곳에 누구나, 언제건 들어가고 싶은 사람은 들어갈 수 있고, 그런 일을 했다 해서, 그것을 어느 누구도 비난할 수 없다. 하지만 실상은 딴판이라, 혹 저곳에 누군가 들어서기만 하면 비키라 소리치는가 하면, 갖은 욕지거리를 해댄다. 그네들이 세낸 곳도 아닌데, 마치 이곳은 우리만이 독점해야 하는 특권의식이 당연한 듯이 통용한다. 


물론 나름의 혼란을 수습하고자 하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자리잡은 현장질서랄까 하는 것들을 나는 깡그리 무시해도 된다고 말하고 싶지는 않다. 하지만, 그런 현장질서가 있는지도 모르는 사람이 대부분이다. 이곳을 관리하는 경주사적관리사무소라든가 그 감독관청인 문화재청에서 무슨 가이드라인을 정한 것도 아니니, 그것은 어디까지나 임시의 방편에 지나지 않는다. 누구나 들어가도 되는 곳을 누구나 들어가는데, 그것이 어찌 비난을 받거나, 욕지거리를 얻어먹어도 된다는 당위가 된다는 말인가? 


욕지거리를 하기 전에, 그런 사진에 누군가가 방해가 된다고 하면, 그곳을 사진에 담고자 하는 사람들은 그런 방해된다고 하는 사람들에게 외려 양해를 부탁해야 한다. "실은 제가 사진을 좀 찍었으면 하는데, 잠깐만 참아주시면 안될까요?" 라는 식으로 정중하게 부탁을 해야 한다. 들어주지 않으면, 그만이다. 그런데도 마치 이곳이 자기네 사유재산이나 되는양, 그곳을 지나는 사람들을 무단 침입자 취급을 하고는 욕지거리를 해댄다. 그러기는커녕 그런 욕지거리를 당연히 받아들인다. 


이런 현상이 일부 사진 애호가들 사이에서 더 두드러지는 듯하다. 사진이 보편화하면서, 그런 사진을 일상으로 즐기며, 배우고자 하는 그 자체를 누가 탓하겠는가? 나 역시 그런 애호가 중 한 사람으로서, 그런 흐름 자체는 많은 긍정으로 바라보고자 한다. 그런 점에서 각종 사진 동호회가 생겨나고, 그런 애호가들이 이런저런 좋은 곳들을 찾아다닌다. 


하지만 이런 일부 동호인이 패거리가 되는 모습도 적지않게 목도한다. 저 대릉원만 해도, 그런 욕지거리를 해대는 사람은 예외없이 그런 동호회 소속이다. 패거리를 믿고는, 그런 패거리 정신에 기대어 함부로 욕지거리를 해댄다. 혼자 오면 찍소리도 못하면서, 개떼처럼 몰려와서 개떼처럼 짖어댄다. 


사진보다 사진도덕을 먼저 체득해야 할 것이 아닌가? 듣자니 이런 사나운 풍광이 청송 주산지에서도 거의 매일 벌어진다고 한다. 좋은 자리랍시고 세낸 듯이 떡하니 차지하고는, 그것을 침범하기라도 하면 욕지거리를 해댄다고 한다. 주산지가 자기네 것인가? 내가 알기로 그곳은 대릉원이나 마찬가지로 공공의 자산이며, 그에 합당한 절차, 입장료를 낸 사람이면 누구나 즐길 자격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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