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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실4

잃어버렸지만 결코 돌아가고 싶진 않아 '잃어버린'이라는 말에는 여러 함의가 있다. 개중 하나가 돌아가야 할 본향이라는 뜻이다. 급격한 산업화 도시화가 부각할 수록 농어촌과 초가가 아파트에 견주어 더욱 부각한다. 10여년 전, 나는 국립민속박물관 소식지를 통해 이런 감성에 찬물을 끼얹었다. "초가로 다시 돌아가라 부르짖지 마라. 이가 드글거리는 그 초가 쳐다보기도 싫다. 니들에겐 낭만일지 모르나 나에겐 고통이었노라" 뭐 이런 식으로 쓴 기억이 있다. 나는 초가에서 나고, 초가에서 자랐다. 그 초가 생활이 가끔 그립기는 하나 돌아가고 싶지는 않다. (2014. 12. 1) 2020. 12. 1.
"네 이웃의 아내를 탐하지 말라"는 명을 거역한 에릭 클랩튼 '전설'이 된 기타리스트 에릭 클랩튼, 그의 음악과 삶송고시간 | 2020-01-20 17:17 흉노와의 전쟁에서 패전한 장군을 좀 봐 줍시다 라고 했다가, 노여움을 사서 느닷없이 불알이 짤리고서는 한여름에도 찜질방에서 지져야 하는 신세가 된 사마천司馬遷은 그런 처사, 혹은 그런 신세를 절규하며 아버지가 쓰다 만 역사서를 완성하니 이를 후세는 《사기史記》라 한다. 이 불후의 역사서를 쓰는 심정을 그는 발분發憤으로 꼽았거니와, 이 발분이야말로 창작의 원천이라 했다. 걸출한 기타리스트 에릭 파트릭 클랩튼 Eric Patrick Clapton 이 있다. 1945년 3월 30일 생이니, 조만간 만 74세 할배라, 데뷔가 내가 태어나기도 전인 1962년으로 나보다 한 세대가량이나 빠른 인물이지만, 내 세대에 그의.. 2020. 1. 21.
아무도 미워하지 않는 자의 죽음 한때 그런 시절이 있었다. 누구나 읽는 듯 하기에 나 역시 그 대열에서 이탈해 낙오하는 듯 하고, 그래서 나 역시 무턱대고 읽어야겠단 윽박 하나로 꾸역꾸역 손을 대고선 기어이 독파는 했지만, 그때나, 또, 30여 년이 지난 지금이나 그에서 격발한 단 한 구절도 남지 않은 그런 책이 있다. 광대 공연 뒷줄에 섰다가 그 광대 무슨 공연하는 줄로 모른 채, 앞줄에 늘어서 가린 군중이 왁자지껄 박수치니깐 나도 따라 무턱대고 박수치며 장단 맞춘 그런 시절이 있었다. 나는 광대였다. 우리 시대엔 그냥 아미자라 했다. 《아무도 미워하지 않는 자의 죽음》을 찾는 이 있을까? 아무도 찾지 않는 책이 되어 소리소문없이, 나는 간단 말도 없이 그리 퇴장하고 말았다. 고골리의 시대가 있었다. 그땐 그랬다. 고골리를 알아야 하.. 2019. 1. 5.
그대 떠난 이곳 강산은 텅 비어 맹호연의 죽음을 곡한다[哭孟浩然] [唐] 왕유(王維) 죽은 친구 다시 볼 수 없는데한수는 오늘도 동쪽으로 흐르네 묻노니 양양 땅 늙은이여 채주엔 강산이 텅 비었는가 故人不可見 漢水日東流 借問襄陽老 江山空蔡州 맹호연은 당대 중기 저명한 시인으로, 동시대를 살다간 왕유와는 절친이었으니, 둘은 소위 전원시라 해서 전원을 소재로 하는 시들로 일세를 풍미했거니와, 그런 까닭에 이 둘은 항용 왕맹(王孟)이라 병칭되었다. 양양 땅 늙은이란 맹호연이 지금은 호북성에 속하는 양양(襄陽) 출신임을 빗댄 말이거니와, 그가 죽어 허무 허탈하기 짝이 없는데 하염없이 동쪽으로 흘러가는 한수(漢水)란 장강 지류 중 하나로 섬서성 남부 미창산(米倉山)에서 발원해 호북성을 통과해 무한(武漢)에서 장강에 유입한다. 채주(蔡州)란 일명 .. 2018. 10.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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