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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시, 계절의 노래(90)


시로 지은 게송(詩偈) 열 번째(其十)

 당 방온(龐蘊) / 김영문 選譯評 


일념으로 마음

청정해지니


곳곳마다 연꽃

활짝 피누나


한송이 꽃 모두

하나의 정토


하나의 정토에는

한 분의 여래


一念心淸淨, 處處蓮花開. 一華一淨土, 一土一如來.


화엄(華嚴)의 세계는 찬란하다. 만발한 온갖 꽃이 광대무변한 이 세계를 장엄하게 수놓는다. 분별과 대립이 사라진 연화장세계(蓮華藏世界)다. 부처님의 지혜가 가득 차 있어 세계를 구성하는 모든 존재가 찬란한 불성을 꽃피운다. 꽃 한 송이, 풀 한 포기, 모래 한 알, 잎새 하나에도 모두 신성한 불성이 깃들어 있다. 연꽃이 우리 눈에 보이지 않는 물 속에서 뿌리를 연결하고 기맥을 잇듯이 이 모든 사물은 무한한 인과 관계에 의해 하나로 연결된다. “하나가 곧 일체이며, 일체가 곧 하나다.” 우리 모두는 한 송이 연꽃이고, 그 연꽃은 보이지 않는 뿌리로 연결된 우리다. 부처의 성품을 지닌 개인은 하나의 정토이며 그 정토를 주관하는 개인은 한 분의 여래다. 화엄의 세계는 개인과 우리가 더 할 나위 없이 아름답게 조화를 이룬 극락정토다. 만해대사는 이렇게 노래했다. "나는 향기로운 님의 말소리에 귀먹고, 꽃다운 님의 얼굴에 눈멀었습니다."



아미산에 올랐다. 이태백이 이 산을 오르면서 떠오르는 상념을 노래한 명편이 있다. 태백 특유의 뻥이 아닐까 싶었지만, 막상 올라보니, 천하의 이 뻥쟁이도 아미산을 제대로 노래하지 못했구나 하는 생각 절로 했다. 해발에 따라 수시로 풍광이 바뀌었으니, 같은 해발 같은 장소라 해도, 창창한 하늘이 펼쳐지는가 싶더니 돌아서면 다시 짙은 연무였다.(김태식)  



한시, 계절의 노래(63)


은자를 찾아갔다가 만나지 못하다(尋隱者不遇) 


  당(唐) 가도(賈島) / 김영문 選譯評


소나무 아래에서

동자에게 물으니


스승님은 약초 캐러

가셨다 하네


이 산 속에

계실 터이나


구름 깊어 계신 곳

모른다 하네


松下問童子, 言師采藥去. 只在此山中, 雲深不知處.



이보다 더 쉬운 한자로 쓴 한시가 있을까? 모든 명시가 그런 것처럼 이 시도 평범하기 짝이 없는 글자 조합 속에 만만치 않은 의미를 담고 있다. 이 시의 특징 중 하나는 방문자의 질문이 생략되고 동자의 목소리만 낭랑하게 깊은 산 구름 속을 감돈다는 점이다. 방문자는 은자가 있는 곳을 알기 위해 동자에게 몇 차례 질문을 던지지만 결국은 “구름이 깊어서 계신 곳 몰라요”라는 대답만 듣는다. 이런 막연한 일이 있을까? 우리는 명확한 답을 얻기 위해 질문을 한다. 거듭된 질문을 통해 해답을 찾아간다. 하지만 이 시는 거듭된 질문에 대한 동자의 대답을 통해 우리를 더 모호한 경지로 끌어간다. 그곳은 내 질문이 닿지 않는 속세 너머 세계다. “현지우현(玄之又玄)”의 경지다. 어떻게 그곳으로 다가갈 수 있나? 나는 오늘도 여전히 구름 깊은 산발치에서 서성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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