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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계종단 현 권력을 적폐라 지목하며, 그 청산을 외치면서 설조 스님이 단식투쟁에 돌입한지 며칠째인지 정확한 수치를 모르겠지만 한달을 훌쩍 넘긴 것만은 확실한 25일. 그 농성장이 마침 우리 공장에서는 엎어지면 코 닿을 거리라, 오후에 머리 좀 식힐 겸해서 짬을 내어 조계사 인접 지점 우정총국 건물이 자리한 그 뒤편 좁은 우정공원 나무 사이에 마련한 농성 텐트장을 돌아보니, 스님은 이 무더위에 천막 안에서 연신 생수통을 붙잡고는 물을 들이킨다. 스님은 세수 88세라 문구가 농성장에 붙었다. 농성을 주도하는 사람들이 이런 세수를 내세운 의도야 뻔하지 않겠는가? 

한데 그런 스님과 그의 단식 투쟁을 지지하는 사람들한테는 적폐 대상자로 지목된 현 종단 측에서는 설조 스님이 군대에 가지 않으려고 호적을 바꿔 실제 나이는 76세라 하는가 하면, 불국사 주지 재임 당시 스님이 분담금 수십억원을 체납했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간단히 말해 설조 스님은 개혁을 주장할 만한 도덕성이 없다는 폄훼다.  

그의 나이와 관련해 확실한 점 한 가지는 종단 측 주장을 따른다 해도, 설조 스님은 70대 중반에 이른 노인이라는 사실이다. 88세건 76세건, 이런 노인한테 한달을 넘긴 단식은 위험하기 짝이 없다. 이러다 정말로 불상사가 나지는 않는가 하는 우려도 커지기도 한다. 그런 사태가 부를 여파는 만만치 않기에, 단식 돌입 한달이 되어갈 무렵, 종단에서는 그 타도 대상 주축 인물 중 한 명으로 지목된 설정 총무원장이 직접 천막을 찾아 설조 스님한테 단식 중단을 요청했는가 하면, 급기야 청와대까지 나서 지난 20일에는 이용선 청와대 시민사회수석이 설정 총무원장을 면담하고는 이번 사태에 대한 우려를 전달하면서 불교계 내부의 원만한 사태 해결을 당부하기도 했다. 

이런 사태 전개에 아직은 칼자루를 쥔 쪽이라 할 종단 측에서는 불교계 내부의 자체적이고 원만한 해결을 주장하는 한편, 소위 적폐 청산 세력이 외부 세력까지 끌어들여 종단 전체의 전복을 꾀한다고 비난한다. 이런 반발 혹은 대응이야 능히 예상된 수준이거니와, 이런 사태 전개가 시간이 흐를수록 현 종단 권력을 점점 궁지에 몰아넣는 반면, 소위 적폐청산 세력한테는 점점 세를 불리게 하는 모멘텀으로 작동하지 않는가 하는 인상을 준다.   


이번 종단 사태는 겉으로야 MBC 'PD수첩'에 의한 두 차례 조계종단 현 권력에 대한 부패 양상 고발 프로그램 방영이 촉발한 것이지만, 그에는 현 종단 주류에 대한 이른바 비주류의 누적한 불만이 뿌리깊게 작동한다. 현 종단 눈으로는 '반란자'들인 소위 개혁그룹 중 이 운동 주축이라 할 만한 사람 면면을 보면, 현 종단이 종단 주류 권력을 장악하면서 밀려난 인물들이라는 점에서 대체적인 공통점이 있다. 

한데 이번 사태는 거의 필연적으로 당파성을 띤다. 당파성이란 정치성이다. 그리 약속한 것인지 아닌지는 확실치 않으나, 이 운동 주축 세력은 암묵적 혹은 노골적 친여성향이다. 앞서 말한 '대체적인 공통점'과 더불어 촛불혁명에 따른 문재인 정부 출범과 더불어 조계종단의 소위 '정풍운동'을 본격화한 시점이 현 정부 출범 직후라는 점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그 뇌관을 터뜨린 MBC 혹은 PD수첩 역시 이 당파성이라는 측면에서는 그것을 벗어날 수 없는 숙명이 있다고 본다. 그렇다고 내가 이 당파성, 혹은 정치성을 누가 옳고 그르다 하는 선악의 이분법 관점에서 재단하려 한다는 생각을 하지 말아줬으면 한다. 살피면 그렇다는 뜻이다. 

그에 더불어 현 종단 주류 역시 이 당파성 논란에서 결코 자유롭지 못하다. 다만 그 당파성이 그 반대편에 견주어 상대적으로 옅다고 할 수 있다. 주류는 언제나 멜팅 폿(melting pot)과도 같아, 그것을 구성하는 스펙트럼은 다양하기 마련이다. 


세상 거의 모든 종교는 언제나 권력 혹은 정치와 거리를 두어야 한다고 역설하나, 그러면서도 언제나 그것과 야합하거나 그에 종속하거나, 혹은 그와 협치하는 모습을 보인다. 주류는 언제나 당대의 권력과 궤를 같이하려는 필연적 숙명을 지니며, 지금의 종단 주류 역시 이명박·박근혜 정권과 밀월 비슷한 관계에 있었다는 점은 부인할 수 없다. 하긴 이번 종단 주류 역시 새정부 출범과 더불어 재빨리 인사 문제 일부에도 개입을 시도했으니, 불교계와 밀접한 문화재청장에 그들이 지목한 인사를 앉히려 한 사건이 대표적이다.   

이런 점들로 볼 때 현 종단 주류는 누가 뭐라 해도 현 정치권력과는 대척점에 선 과거 보수정권과 상대적으로 더 밀접하다는 인상을 쉽사리 지울 길 없다. 지금 소위 개혁 그룹이 일단은 종단 권력 정점에 위치한 총무원장 설정을 끌어내리려 하지만, 그 종국의 목표가 설정 혹은 그 주변에 포진한 현응 등의 소위 권승(權僧) 몰아내기로 만족하리라고는 결코 보지 않는다. 

설정 체제는 많은 말이 있듯이 여전히 조계종단 주축을 차지한 자승 전임 총무원장이 내세운 허울 혹은 꼭두각시라는 인상이 짙다. 그 내막이야 그들만이 알 테지만, 총무원장은 연임을 하지 않는다는 관습을 깨고는 임기 4년 총무원장을 거푸 역임하면서 8년 조계종 제국을 구축한 자승은 본인 혹은 측근의 부인에도, 당대 정치권력과 밀접한 관계를 유지했다고 알려졌다. 물론 자승 체제 역시 그 단독의 왕국은 결코 아니었다. 연합정권이었다. 

지금의 소위 개혁연대는 내가 알기로 자승 체제가 내세운 설정을 무너뜨리는 데서 만족하지 아니하고, 그 체제를 그물망처럼 떠받치는 현재의 종단 권력 체계 전반에 대한 전복을 시도한다고 안다. 소수가 다수를 무너뜨리는 방법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같다. 쿠데타 밖에 없다. 쿠데타가 성공하려면 무엇보다 선동이 성공해야 한다. 이 선동이 다수한테서 정당성을 확보하는 순간, 쿠데타는 성공으로 기록되며, 이를 통해 새로운 권력이 탄생하는 법이다. 선동은 언제나 최고의 강점은 도덕성이었다. 도덕성보다 더 치명적인 무기는 인류가 아직 발명하지 못했다. 


이번 '정풍운동' 역시 한치 어긋남이 없다. 소위 개혁세력은 체제를 전복해야 하는 정당성으로 시종일관 기성 권력의 도덕적 타락을 내세우며, 이 점을 집중 부각한다. 설정 스님이 은처자가 있다 해서, 나아가 그가 승려한테 요구하는 금율을 어겨가며 여인을 품어 딸까지 두었다네, 거기다가 수덕사 왕국 제왕인 그가 종단 재산을 횡령했다네 하는가 하면, 이 체제를 출범케 한 자승과 그 연합정권 일원들인 불국사 종상 스님 등등이 절에다가 하우스를 차리고 노름을 했네, 조계종 교육원장 현응 스님은 해인사 돈을 쌈지돈으로 여겨 마구잡이로 썼고 그 과정에서 대구 룸싸롱을 제집 드나들듯 했네 하는 공격이 결국 이 도덕성 흠집내기 일환임은 하늘도 알고 땅도 안다. 

이런 방식으로 이들은 현재의 권력 혹은 주류가 도덕적으로 타락했다는 점을 집중 부각하기 시작했거니와, 그런 점에서 나는 이번 '쿠데타'가 결국은 성공하리라 본다. 점점 궁지에 몰리는 쪽은 현재의 권력과 주류이기 때문이다. 이는 그만큼 현 종단 권력 혹은 주류가 도덕적 흠결이 많다는 반증일 수도 있다. 그래서 지금은 저 개혁세력이 숫자가 적지만, 그 세는 급격히 불어나리라 나는 본다. 

더구나 이들 뒤에는 막강 우군이라 할 속세의 정치권력이 있지 아니한가? 설조 스님 단식이 한창 진행되는 와중에 청와대 시민사회수석이 할 일이 없어 조계종을 찾은 것이 아니다. 그것은 설정 스님을 향한 무언의 압력이다. 물러나라는 뜻이다. 나는 그리 본다. 

결국 어느 시점, 어떤 형태인가가 문제가 되겠지만, 설정 스님은 내려올 수밖에 없다. 나는 시간 문제로 본다. 며칠 전 설정 스님이 이번 사태와 관련한 긴급 기자회견을 자청했다가 취소하는 일이 있었지만, 이는 설정 체제가 연합정권이라는 단적인 보기다. 설정은 설정 혼자만의 총무원장이 아닌 것이다. 모르긴 해도 궁지에 몰린 현 권력은 설정 퇴진을 기정사실로 받아들이면서, 그 이후를 대비하는 전략으로 바꾸었다고 나는 본다. 

알려지기로는 당시 기자회견에서 설정은 백의종군하기로 했다 하거니와, 그것을 취소한 까닭은 그 이후를 현재의 권력 재편 밑그림을 미쳐 준비하기 못했기 때문이라고 나는 본다. 권력을 통째로 넘겨줄 수 없다는 전제가 깔린 것이며, 다른 인물을 내세워 권력을 연장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인 셈이다. 그런 밑그림이 완성되는 순간이 곧 설정의 퇴진 시점이라고 나는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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