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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시, 계절의 노래(205)


대구 도동서원 다람재



소상팔경 일곱째 안개 속 절 저녁 종소리(瀟湘八景 其七 煙寺晚鍾)


[宋] 덕홍 스님(釋德洪) / 김영문 選譯評


담담한 안개 저녁 덮으며

황혼 속에 피어오르고


드문 종소리 은은하게

먼 마을을 건너가네


시내 걸친 외나무다리

사람 자취 고요하고


당간 깃발 펄럭이며

산발치에 꽂혀있네


輕煙罩暮上黃昏, 殷殷疏鍾度遠村. 略彴橫溪人跡靜, 幡竿縹緲插山根. 


우리나라에도 팔경(八景)이 있다. 관동팔경(關東八景), 단양팔경(丹陽八景), 계룡팔경(鷄龍八景) 등 각 지역마다 명승지 여덟 곳을 선정하여 관광 자원으로 활용한다. 팔경의 원조는 물론 중국의 「소상팔경」이다. 역대로 문인과 화가들은 중국 호남성 상강(湘江) 상류 소강(瀟江)에서 그 하류 동정호 일대에 이르는 여덟 곳을 「소상팔경」으로 꼽아왔다. 북송 심괄(沈括)은 『몽계필담(夢溪筆談)』에서 당시 화가 송적(宋迪)의 그림 여덟 폭을 언급하며 그것을 ‘팔경(八景)’이라고 불렀다. 또 북송 초기 서화비평가 곽약허(郭若虛)의 『도화견문지(圖畫見聞志)』에는 송나라 앞 시대인 오대 화가 황전(黃筌)의 「소상팔경」이 전해온다고 기록되어 있다. 하지만 황전의 「소상팔경」의 구체적인 내용이 무엇인지는 알려져 있지 않으므로 지금 우리가 알고 있는 「소상팔경」은 송적의 그림 제목(畫題)에서 온 것이다. 다음과 같다. ‘소상강의 밤비(瀟湘夜雨)’, ‘평평한 백사장에 내려앉는 기러기(平沙落雁)’, ‘안개 속 절 저녁 종소리(煙寺晩鍾)’, ‘산 속 저자의 푸른 기운(山市晴嵐)’, ‘강 하늘에 내리는 저녁 눈(江天暮雪)’, ‘먼 포구로 돌아오는 돛배(遠浦歸帆)’, ‘동정호의 가을 달(洞庭秋月)’, ‘어촌에 비낀 석양(漁村夕照)’. 말하자면 본래 그림 제목(畫題)이었던 「소상팔경」은 송대를 거치면서 시의 소재로 확대되었고, 이후 문인화의 전형으로 인식되면서 수많은 화가와 시인의 창작욕을 자극했다. 「소상팔경」의 특징을 보면 흥미롭게도 거의 저녁이나 밤경치와 관련되어 있고, 여기에 파노라마와 같은 드넓고 아득한 전경 즉 심괄이 적절하게 평가한 ‘평원산수(平遠山水)’의 경관이 바탕을 이루고 있다. 그 중에서 청각 이미지를 담고 있는 것은 ‘연사만종(煙寺晩鍾)’이 유일하다. 특히 가을 저녁 단풍 물든 산길 모퉁이에서 듣는 절집의 만종(晩鍾) 소리는 영혼의 밑바닥을 울리며 삼세의 경계를 넘나드는 듯한 느낌을 준다. 침중하고 창망하다.(그림출처: 秦国健焦墨山水的博客)

  1. 아파트담보 2018.10.18 23:04 신고

    공부하고 갑니다 ` 어려워도 계속 접하다보면 나아지겠죠 ~

  2. 한량 taeshik.kim 2018.10.18 23:05 신고

    즐기면 되는거죠

  3. 연건동거사 2018.10.21 12:29 신고

    罩 ◎ 覆盖,覆盖物体的东西

  4. 연건동거사 2018.10.21 12:29 신고

    輕煙罩暮 멋있군염

  5. 연건동거사 2018.10.21 12:31 신고

    略彴 대충 놓은 외나무 다리, 라는 뜻이겠지요?



한시, 계절의 노래(196)


소상팔경(潇湘八景) 일곱째(其七) 동정호의 가을 달(洞庭秋月)


[淸] 안념조(安念祖) / 김영문 選譯評 


바람 맑고 달빛 하얀

동정호 가을날에


만고 세월 호수 빛이

덧없이 흘러가네


묻노니 지금까지

유람 지친 나그네가


몇 번이나 술 잔 잡고

악양루에 올랐던가


風淸月白洞庭秋, 萬古湖光空自流. 爲問從來遊倦客, 幾回把酒岳陽樓.


이태백이 달을 건지러 들어갔다는 동정호(洞庭湖)는 중국의 호남(湖南)과 호북(湖北)을 가르는 거대한 호수다. 중국 사람들은 흔히 800리 동정호라 부른다. 한강(漢江)과 장강(長江) 사이 거대한 소택지 운몽택(雲夢澤) 최남단에 위치하며 평야와 산과 호수가 어우러진 독특한 경관을 자랑한다. 장강은 직접 동정호로 흘러들지는 않지만 악양시(岳陽市) 인근에서 동정호 동북쪽 출구와 만나 각자의 물길을 소통한다. 게다가 중국 호남의 큰 강 네 줄기가 직접 동정호로 흘러든다. 상강(湘江), 자강(資江), 원강(沅江), 예강(澧江)이 그것이다. 또 이보다 좀 작은 지류인 멱라강(汨羅江), 신장하(新墻河), 백련수(白蓮水), 잠수(涔水) 등도 동정호에 물을 보탠다. 실로 명실상부한 수부(水府)라 할 만하다. 한나라 건국 일등공신 장량(張良)이 은거한 장가계(張家界) 선경(仙境) 또한 예강 상류이므로 동아시아 전통 예술미의 살아 있는 경관이 모두 동정호 근처에 포진한 셈이다. 이 때문에 역대로 동정호를 중심으로 아름다운 경관 여덟 곳을 선정하여 시인묵객들의 미적 감수 대상으로 향유하는 전통이 지금까지도 이어지니, 그것이 바로 소상팔경(瀟湘八景)이다. 소위 팔경이 언제 어디에서 시작됐는지는 다소 논란이 있지만 북송 이후 팔경 붐을 일으킨 근원이 바로 소상팔경임은 부정할 수 없다. 이 시에서도 묘사하듯 모든 명승지가 권태로워질 때 찾는 곳이 바로 동정호 악양루(岳陽樓)라는 곳이다. 중국에서는 대대로 이루 다 헤아릴 수 없을 만큼 많은 유람객이 줄을 이었고, 아울러 그들에 의해 소상팔경을 소재로 한 다양한 시와 그림이 창작되었다. 한데 소상팔경에 직접 가보지 않은 우리나라 시인묵객들은 어떻게 그렇게 많은 소상팔경 시와 그림을 남겼을까? 이미 소상팔경의 미적 경지가 관념화로 치달았기 때문이다. 관념화! 현실과 동떨어진 생각의 유희다. 이른바 동아시아 전통 시와 그림의 한 패턴을 탐색하려면 소상팔경을 돌아갈 수 없지만 그 패턴에 관념화의 정도가 얼마나 심한지도 주의 깊게 살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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