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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시, 계절의 노래(188)


가을날 감흥(秋日遣興) 둘째


[宋] 손응시(孫應時) / 김영문 選譯評 


올해 더위 지독함은

다른 해와 달랐음에


이제 추풍 불어오니

마음이 상쾌하네


평생 아직 추위 더위

여러 번 겪어야 할 터


내 삶은 무슨 일로

계기를 못 따르나


今年炎毒異他年, 及此秋風意灑然. 身世還須几寒暑, 吾生何事不隨緣. 



가고 옮, 맞고 보냄, 추위와 더위, 비움과 채움, 초하루와 보름, 보름과 그믐 등등...... 『주역(周易)』이 말하는 원리가 오묘하다 해도 여기에서 벗어나지 않는다. 하지만 이처럼 자연스럽고 쉬운 이치조차 체득하기 어렵다. 사람의 생각은 늘 편벽으로 흐르기 때문이다. 예순 가까운 인생을 돌아보면 수많은 인연과 계기가 있었다. 혹독한 더위와 추위 속에서 고통을 겪기도 했고, 봄바람과 가을바람 속에서 잠시나마 안식을 얻기도 했다. 수많은 세월 동안 수많은 한서(寒暑)를 겪었으면 강력한 항체가 생길 법도 하건만 매번 혹서와 혹한이 닥칠 때마다 내 몸의 모든 면역력은 제로나 마이너스로 변한다. 고통은 아무리 여러 번 겪고 세게 겪어도 항체가 생기지 않는다. 작은 고통은 작게 큰 고통은 크게 심신을 아프게 한다. 다양한 계기와 인연이 있었지만 물처럼 바람처럼 흘러가버렸다. 지금은 투명한 가을 햇살 아래 발가벗은 내 실존의 몸뚱아리만 말갛게 말라가고 있다. 가을 물 위를 스쳐나는 저 잠자리처럼... 가을 바람에 잎 떨군 저 자작나무처럼...


*** 

2015년 가을이었다고 기억한다. 가을 단풍 흐드러졌으니, 덕수궁 중명전 은행나무는 네 쌍둥이 뱃속에 든 만삭 같아, 조금만 흔들어도 그 황금 이파리가 금박지처럼 날릴 듯했다. 그 아래 붉은빛 유난한 입사귀 몇 개 단 단풍 뒤로 차량 한 대가 섰고, 그 차량 앞유리로 그 은행나무가 비쳤다. 아, 이렇게 또 하나 가을이 간다 했더랬다. 그렇게 나는 가을 하나를 체지방에 또 한 칸 축적했다.(김태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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