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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강집(秋江集)》을 읽다가 추강(追江) 남효온(南孝溫·1454∼1492)이 병오년(1486) 섣달그믐을 공주(公州) 국선암(國仙庵)이라는 절 암자에서 보낸 시를 목도하곤 각종 검색기로 국선암을 돌리는데 어딘지 걸리지 않는다. 《승람(勝覽)》에도 안 보인다. 그 위치로 보아 마곡사(麻谷寺) 암자일 가능성이 큰데, 관련 지리지나 마곡사 사적기를 더 찾아봐야겠다.


추강이 차현(車峴), 곧 지금의 차령산맥을 넘으면서 쓴 시도 있는 것으로 보아 그럴 가능성이 있다. 추강 당시 조선 전기에는 있었던 국선암이 후대 언제인지 완전히 소실됐을 가능성도 있고, 나중에 이름을 바꿨을 가능성도 있다. 


國仙庵은 명칭으로 보아 산중 암자이며, 仙이라는 글자로 보아서는 구중심처에 있었던 듯하다. 아래 《추강집》에 수록된 일련의 시는 국선암을 공간 배경으로 삼는 듯하다.


秋江集 秋江先生文集卷之三 詩 五言絶句○六言絶句○七言絶句

丙午除日。公州國仙庵守歲。


병오년(1486·성종17) 섣달그믐 공주(公州) 국선암(國仙庵)에서 밤을 새우다


공산 섣달 그믐날 밤 한기 생기는데 

비구들 범패 소리 물리도록 듣노라

公山除日夜生寒 

倦聽比丘梵唄聲


따라온 어른 아이 모두 잠에 빠져들고 

나 홀로 선승 따라 밝은 새벽 지키노라

從我冠童皆睡着 

獨隨禪衲守天明


정미년(1487) 정월 초하루

금강 서쪽서 맞는 객지의 정월 초하루 

천리 밖 사람이 편지 한 장 가져왔네

客中元日錦江西 

千里人來一紙書


마음 씻고 부처 참배도 하기 전에 

폐와 간이 고갈하니 사마상여 신세네

未及洗心參佛祖 

肺肝枯渴馬相如


춘첩자(春帖字) 2수.

모든 일이 마음 아프게 눈앞에 펼쳐지니 

새벽까지 차가운 서재에서 잠 못 이루네

萬事傷心在目前 

寒齋徹曉祗無眠


옷 걱정 밥 걱정에 걱정이 끝이 없거늘 

다시금 병오년 새로 만나게 되었네

虞衣虞食虞無已 

更與相逢丙午年


오두막에서 봄을 맞은 머리 기른 승려 

추위 위세 아직 남아 몸이 덜덜 떨리네

圭竇逢春有髮僧 

寒威不滅冷稜稜


아이 불러 일과로 묵은 책 외게 하노라니 

나도 몰래 백발이 귀밑머리에 더해지네

呼兒日課塵編誦 

不覺霜華鬢上增


이들 시 중에서도 섣닫 그믐에 수세하면서 절에서 범패를 공연하는 이유는 이날 밤을 새야 흰눈썹이 생기지 않는다는 도교의 소위 경신 신앙에서 유래한 흔적이거니와, 추강은 선승과 더불어 밤을 샌 것으로 나온다. 이를 역자 정출헌은 이때 종친 어른들과 종들이 등장하는 점을 근거로 추강의 친척 장송 의례의 일환으로 추정하기도 했는데, 잘못 짚은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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