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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란꽃 향기(牡丹芳) 

  

   당(唐) 백거이(白居易) / 김영문 選譯 


모란꽃 향기롭네 모란꽃 향기로워

홍옥으로 만든 방에 황금 꽃술 터졌네

천 조각 붉은 꽃잎 노을처럼 찬란하고

백 가지 진홍 꽃이 등불처럼 휘황하네

땅 비추며 이제 막 비단 자수 펼칠 뿐

바람 속에 난향 사향 주머니도 차지 않았네

신선 옥나무도 창백하게 빛을 잃고

서왕모 복사꽃도 향기를 잃는다네

밤이슬 동글동글 보랏빛 펼쳐내고

아침 태양 반짝반짝 빨간빛 비춰내네

보라 빨강 두 색 사이 짙고 옅은 색조 섞여

마주보고 등지면서 온갖 모습 뒤바꾸네

고운 꽃잎 다정하게 부끄러운 얼굴 감추고

누운 꽃떨기 힘없이 취한 모습 숨기네

어여쁘게 웃는 얼굴 고운 입 가린 듯

생각 잠겨 원망하며 애간장 끊는 듯

농염하고 귀한 자태 진실로 절색이라

잡다한 화초들에 비교할 수 없어라

석죽 금잔화는 얼마나 시시한가

연꽃 작약도 진실로 평범하네

왕공귀족 경대부도 마침내 몰려나와

수레 세우고 날마다 꽃구경이네

곱고 푹신한 수레 탄 고귀한 공주와

명마 타고 향기 풍기며 부자 도령도 섞였네

위공 저택 동쪽 정원 고요하게 닫혀 있고

서명사 북쪽 회랑 깊숙하게 열려 있네

춤추는 나비 쌍쌍이 오래도록 사람 구경

쇠약한 꾀꼬리 한 번 울며 봄날을 늘리네

향기 태양 빛에 머물기 어려울까

장막 펼쳐 시원한 그늘 드리우네

모란꽃 피고 지는 스무날 

온 성이 모두들 미친 듯

하·은·주 삼대 이후 문(文)이 질(質)을 뛰어넘으니

인심도 질박함보다 화려함 중시하네

화려함 중시하여 모란 향기에 이른 건

조금씩 쌓여 왔지 오늘 생긴 일 아니라네

원화 연간 천자께서 농사 양잠 걱정하며

백성을 구휼하자 하늘이 길상 내리셨네

작년에는 가화(嘉禾)에 아홉 이삭 달렸지만

논밭에는 쓸쓸하게 아무도 가지 않았네

올해는 서맥(瑞麥)에 두 가지가 자랐지만

임금 혼자 기뻐할 뿐 아무도 모른다네

아무도 모르니, 진실로 탄식할 뿐

이 내 몸 잠시라도 조화옹 힘을 빌려

요염한 모란꽃 화려한 빛 줄이고

모란꽃 사랑하는 공경대부 마음 식혀

농사 일 걱정하는 우리 임금 닮게하리


牡丹芳, 牡丹芳,

黃金蕊綻紅玉房.

千片赤英霞爛爛,

百枝絳點燈煌煌.

照地初開錦繡段,

當風不結蘭麝囊.

仙人琪樹白無色,

王母桃花小不香.

宿露輕盈泛紫豔,

朝陽照耀生紅光.

紅紫二色間深淺,

向背萬態隨低昂.

映葉多情隱羞面,

臥叢無力含醉妝.

低嬌笑容疑掩口,

凝思怨人如斷腸.

濃姿貴彩信奇絕,

雜卉亂花無比方.

石竹金錢何細碎,

芙蓉芍藥苦尋常.

遂使王公與卿士,

遊花冠蓋日相望.

庳車軟輿貴公主,

香衫細馬豪家郞.

衛公宅靜閉東院,

西明寺深開北廊.

戲蝶雙舞看人久,

殘鶯一聲春日長.

共愁日照芳難駐,

仍張帷幕垂陰涼.

花開花落二十日,

一城之人皆若狂.

三代以還文勝質,

人心重華不重實.

重華直至牡丹芳,

其來有漸非今日.

元和天子憂農桑,

恤下動天天降祥.

去歲嘉禾生九穗,

田中寂寞無人至.

今年瑞麥分兩岐,

君心獨喜無人知.

無人知, 可歎息.

我願暫求造化力,

減卻牡丹妖豔色.

少回卿士愛花心,

同似吾君憂稼穡.


영화 《황산벌》이 말했던가? 꽃은 화려할 때 지는 기라고? 그 화려함에서 꽃 중의 꽃은 단연 모란이라, 괜시리 그를 화왕(花王)이라 일컫었겠는가. 화려함은 순식간에 발산한 에너지가 폭발한 모습이니, 이를 누설淚洩이라 이름한다. 화려하기에 꽃은 기껏해야 생명줄이 스무날 남짓했으니, 이 역시 한 송이가 스무날을 간 것이 아니요, 이 송이 저 송이 모란이 앞서거니 뒤서거니 피고지며 연장하는 시한부 인생 총합이 스무날에 지나지 아니한다.  


그 스무날이 아까워 차양을 치고는 그늘을 만들어 그 전광석화 같은 시간을 늦잡고자 했으니, 초여름 문턱 퇴약볕 드러난 모란을 유심히 살핀 적 있는가? 축 늘어진 그 꽃술은 영락없는 오뉴월 소불알이요, 그 힘 없음은 누설하고는 풀 죽은 음경에 진배없다. 싱싱함을 유지코자 태양을 막고자 차양을 쳤으니, 그리하여 단 하루라도 생명을 연장해 모란을 즐기고자 했다. 


백씨 낙천 거이가 이를 묘사하기를 "향기가 태양 빛에 머물기 어려움 근심하여 장막을 펼쳐서 시원한 그늘 드리우네"라고 했으니, 이 대목이 바로 내리쬐는 태양에서 모란을 지키고자 한 발악이다.  


그래도 모란은 피고진다. 그 "모란꽃 피고 지는 스무날 온 장안성 사람은 모두들 발광한 듯하네"라니, 그 사뭇한 풍광이 1천200년 시간 간극을 뚫고서 경복궁 아미산으로 여진으로, 전율로 전하노라. 


김영문 선생 옮김을 약간 손댔다. 

조선 정조 임금 화성 행차

                      


《악부시집樂府詩集》 卷98 신악부사新樂府辭9에 수록됐다. 백거이 신악부 50수 중 하나다. 우리 천자님이 구중궁월에만 박혀 계시니 이 얼마나 고마우신가? 라고 노래한다. 임금이 싸돌아 댕기면 백성이 피곤한 법인 까닭이다. 


임금이 한번 움직이면, 그 기본 행렬 단위는 수천 명이었다. 한데 이들을 부양하는 시스템은 전형적인 약탈형이었다. 약탈형이란 무엇인가? 그들 수행단을 먹여살리는 일을 현지 지방정부에서 했다는 뜻이다. 물론 관련 의복 같은 기초물품이야 그들이 출발전에 미리 서울에서 준비를 했겠지만, 나머지 음식물 같은 것은 그들이 지나는 지방정부 몫이었다. 


수천명이 다녀가면, 지방행정은 거덜나기 마련이다. 그들이 먹고 자고 싸는 것만 해도 버티기가 힘이 든 법이다. 화장실도 보자. 수천명이 싸댄다. 그것을 어찌 치울 것인가가 왜 문제가 되지 않겠는가? 이는 곧 불만을 부르기 마련이다. 대접이 맘에 들지 않는다며, 중앙의 힘을 빌려 해당 지방정부 관원들과 백성들을 닦달을 해 댔을 것임은 보지 않아도 눈에 선하다. 조선시대 정조 임금 행차 그림을 함 봐라. 장관이라 하겠지만, 저들을 먹여살리느라 지방관과 백성들을 등골이 휘었다. 


그래서 임금은 되도록이면 궁궐을 떠나지 말아야 했던 것이다. 


정조의 화성행차

                                       

 

이 악부시는 판본에 따라 글자의 넘나듦이 있다. 다만 이 자리에서는 원문을 교감하지는 않는다. 더불어 아래 시구 많은 대목에는 주석이 붙어야 하지만 이 또한 생략하며 추후를 기약한다.

 

여궁고(驪宮高) 

이 시에 대해 작자 백거이는 “천자가 백성의 재력을 아낌을 찬미한 것이다”(美天子重惜人之財力也)라고 註했다.


《당회요唐會要》에는 “開元 11년 10月, 여산驪山에다가 온천궁溫泉宮을 두었다”고 하고 《구당서舊唐書ㆍ제기帝紀》에 이르기를 “이 해 10월에 천자가 온천궁溫泉宮에 행차하니 이 해 이 후 여러 번 이곳을 찾았다. 천보天寶 6년 10月, 온천궁溫泉宮을 고쳐 화청궁華清宮(華淸宮)을 만들었다”고 했다. 이에서 말하는 화청궁이 바로 화청지이며, 제목에서 말하는 여궁驪宮, 곧 여산의 궁전이 바로 화청궁이다. 

 

높디높은 여산에 궁궐 있으니 

붉은 누대 자색 궁전 서너 겹 

길고긴 봄날엔 

옥벽돌 따스하고 온천물 넘쳐나네 

솔솔부는 가을 바람 

산매미 울어대고 궁궐나무 단풍드네 

비취 깃발 안 오신지 오래되니 

담장엔 옷을 입고 기와엔 풀이 났네 

우리 임금 재위하신지 이미 5년 

어찌 그곳엔 행차 한번 않으시나 

서쪽으로 도성문 얼마인지 

우리 임금 노닐지 않음 깊은 뜻 있으리 

한 분 행차 쉽지 않으니 

육궁이 따르고 백관이 차비 갖추네 

여든한대 수레에 천만 기병 

아침엔 성대한 연회 저녁엔 하사품 

웬만한 백성 수 백집 합친대도 

임금님 하루 비용 충당하기 부족하네 

우리 임금 자기 수양 남들은 모르네 

방일하지 않으시고 환락 모르시니 

우리 임금 남모르는 백성 사랑 

재물 공력 함부로 낭비 않으시네 

여궁 높이 솟아 구름으로 들어가고 

임금님 오심은 한 몸 때문이나 

임금님 오지 않으심은 만인을 위함이네 


高高驪山上有宮

硃樓紫殿三四重

遲遲兮春日

玉甃暖兮溫泉溢

嫋嫋兮秋風

山蟬鳴兮宮樹紅

翠華不來歲月久

牆有衣兮瓦有松

吾君在位已五載

何不一幸乎其中

西去都門幾多地

吾君不游有深意

一人出兮不容易

六宮從兮百司備

八十一車千萬騎

朝有宴飫暮有賜

中人之頻數百家

未足充君一日費

吾君修己人不知

不自逸兮不自嬉

吾君愛人人不識

不傷財兮不傷力

驪宮高兮高入雲

君之來兮爲一身

君之不來兮爲萬人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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