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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06.09 19:51:12


아래 노래는 곽무천(郭茂倩)이란 송(宋)나라 사람이 주로 한대(漢代) 이래 위진남북조시대에 이르기까지 민간에 불렸다는 악부(樂府)라는 민간 유행가를 잔뜩 긁어다가 모아놓은 시문 엔쏠로지인 악부시집(樂府詩集) 전 100권 중 권 제38 '상화가사 13'(相和歌辭十三) 중 '비조곡3'(瑟調曲三)에 정리된 전체 9곡 중 4번째로 수록된 '상류전행'(上留田行)이라는 유행가.

 

곽무천은 그 작자에 대해 삼국시대 최강자 위(魏)의 건국주인 문제(文帝) 조비(曺丕. 187~226)를 거론하니, 조비란 승상 조조의 아들내미. 하지만 한대(漢代) 민요로 보아야 할 듯싶다. (김학주, <<개정 중국문학서설>>, 신아사, 1992. 130쪽)

 


세상살이 어째 이리도 다른가? 상류전.

居世一何不同, 上留田.

 

부자는 쌀과 기장 처먹는데, 상류전.

富人食稻與梁, 上留田.

 

가난뱅이는 지게미나 겨를 먹을 뿐. 상류전

貧子食糟與糠, 上留田.


가난하고 천하다 해서 어찌 슬퍼하리오. 상류전

貧賤亦何傷, 上留田.

 

벼슬과 목숨은 푸른 하늘에 달렸으니, 상류전

祿命懸在蒼天, 上留田.


지금 그대 탄식한들 누굴 원망하리오. 상류전.

今爾歎息將欲誰怨? 上留田.

 

한데 각 句 끄터리마다 매양 등장하는 상류전(上留田)은 도대체 무엇인가? 최표(崔豹)라는 자가 썼다는 《고금주(古今注>》에 이르기를 “상류전이란 지명이다(上留田 地名也)”라 했다 하나, 영 석연치 않다. 


다만, 후렴구임은 분명한 이상, 그 정확한 의미는 모를지라도 그 기능은 알 만하다. 김학주는 이 상류전에 대해 “별 뜻도 없는 후렴이다”(위책 131쪽)이라 단칼에 내리쳤으나 과연 ‘별뜻’은 없는가? 

 

나는 그리 보지 않는다. 그렇다면 뭐나? 


나는 ‘니기미’로 본다. 그래서 각 上留田을 ‘니기미’로 대치해 보자꾸나. 


세상살이 어째 이리도 다른가? 니기미.

부자는 쌀과 기장 쳐먹는데 니기미.

가난뱅이는 찌게미나 겨를 먹을 뿐. 니기미

가난하고 천하다 해서 어찌 슬퍼하리오. 니기미

벼슬과 목숨은 푸른 하늘에 달려있으니, 니기미

지금 그대 탄식한들 누굴 원망하리오. 니기미.

 

저 상류전, 곧, 니기미의 어감을 더욱 절절히 살리고 싶거들랑 두 마디 말을 더 붙여도 좋다.

그래서 나는 2천년전 ‘상류전’을 ‘니기미’로 간주한다.

2005.06.13 09:59:40

 

전쟁이란 그때나 지금이나 기댈 곳 없는 이른바 서민이나 민중에게는 더욱 고통스런 일. 있는 놈은 장교로 가거나 빠지고 없는 놈들만 졸따구로 끌려가 고생 열라게 하는 법이다. 있는 놈들이며 장교들이야 전쟁은 출세를 위한 절호의 찬스지만, 힘없고 백 없는 서민들은 그럴 기회도 거의 없을뿐더러, 설혹 그런 기회를 발휘한다고 해서 그것이 눈에 쉽게 뛸 리 만무했다. 


중국사에서도 한국사에서도 대체로 군대 징집 기간은 3년이었다. 하지만 말이 3년이지 이게 제대로 지켜진 경우는 없다.

 

고대 중국, 특히 한대(漢代)는 북방 오랑캐 흉노(匈奴)에 내내 골머리를 앓았다. 강온 양면 전략을 끊임없이 구사했으나, 늘 흉노에 시달렸다. 호로(胡虜) 새끼라는 말은 이미 전한(前漢) 시대에 등장하는데 흉노를 경멸하는 말이었다. 얼마나 흉노가 두려웠으면 이런 말이 생겼겠는가?

 

후한대가 되면 흉노가 쇠퇴하는 대신에 그 자리를 동호(東胡) 한 갈래로 추정되는 선비(鮮卑)라는 강력한 또 다른 북방 호로가 등장해 중국을 위협한다. 결국 선비로 대표되는 이민족들은 급기야 서기 313년에는 서진(西晉) 왕조를 멸하고 황하 유역 중국 북방 지역을 완전히 장악하는 위진남북조시대를 개막한다.

 

사정이 이러니 3년 기한으로 징집된 이들은 기한 내 제대는커녕 아예 평생을 군대에 묶이기도 했다. 아래에 소개하는 시는 그런 서민 신세를 절탄하는 노래다. 열다섯에 군대에 끌려갔다가 80세에 겨우 징집이 해제되어 고향에 돌아왔더니만 집은 쫄딱 망하고 토끼새끼, 꿩들 차지가 되고, 폐허가 된 옛 집터에 무성하게 난 잡초와 들곡식으로 밥과 국을 지으니 눈물이 흐른다는 저 절망. 물론 이는 과장일 수도 있다. 하지만 그 과장에서 서민의 애환을 본다. 

 

열다섯에 군대 끌려갔다         十五從軍征

여든 되어 집에 돌아와           八十始得歸

길에서 고향사람 만나            道逢鄕里人

집엔 누가 있나 했더니           家中有阿誰

저-쪽이 자네 집이라네           遙看是君家

송백은 무덤처럼 빼곡하고      松栢冢纍纍

토끼는 개구멍 드나들고         兎從狗竇入

꿩은 들보에서 날아오르는데   雉從梁上飛

뜰에는 들곡식만                    中庭生旅穀

우물 위엔 돌아욱 자랐네        井上生旅葵

곡식 찧어 밥 짓고                  舂穀持作飯

아욱 뜯어 국 끓이니               採葵持作羹

국과 밥은 한꺼번에 되는데     羹飯一時熟

누구에게 줘야 할지 모르겠네  不知飴阿誰

문을 나서 동쪽을 바라보니     出門東向看

눈물 흘러 옷깃만 적시네        淚落沾我衣

 

송대(宋代) 곽무천(郭茂)이 집(輯)한 악부시집(樂府詩集. 전100권) 중 권(卷) 25 횡취곡사(橫吹曲辭) 중 하나로 수록된 고시(古詩)로 ‘열다섯에 군대에 끌려갔다가’(十五從軍征)라는 제목으로 실린 노래다. 이 시에 대해 악부잡록은 고금악록(古今樂?)이라는 문헌을 인용해 “十五從軍征 이하는 고시(古詩)이다”(古今樂?曰十五從軍征以下是古詩)라고 한다.


저자와 정확한 편찬시기는 알 수 없다. 다만, 한대(漢代)라는 심증을 강하게 주는데 정중호(丁仲祜. 874∼1952)가 집록(輯錄)한 ≪전한시(全漢詩)≫에서는 이를 한대 작품으로 보아 이곳 권제3에 수록했다. 한데 이 전한시에 수록된 다음 시는 일부 구절에서 악부시집의 그것과 약간 다르다. 

 

十五從軍征

八十始得歸

道逢鄕里人

家中有阿誰

遙望是君家

松栢冢纍纍

兎從狗竇入

雉從梁上飛

中庭生旅穀

井上生旅葵

烹穀持作飯

採葵持作?

羹飯一時熟

不知餌阿誰

出門東向看

淚落沾我衣

악부시집(樂府詩集·전 100권) 권 제16 고취곡사(鼓吹曲辭)에 수록된 노래다. 작자는 알 수 없고, 제작 연대는 한대(漢代)라는 사실만 확실하다.


한데 말이다. 이 노랫가락 들으면서 어디서 많이 듣던 노래 같다는 생각이 들 것이다.  


아, 전쟁 같은 사랑이라 하는데, 이같은 사랑이면 전쟁이 아니요 大戰이라 할지니, 실제 아래에 노래하는 사랑을 갈라놓은 한나라 시대 제1 주범은 전쟁이었으니, 걸핏하면 사랑하는 이를 북방 흉노와의 전쟁터로 보내야 했던 우리의 애인들은 이리도 처절하게 노래했다.


물론 이런 大戰 같은 사랑이 있었냐 하면, 고무신 바꿔 신는 사랑도 있었다. 심지어 남편이 있는 데도 개가해 버린 여인도 부지기였으니, 아, 그래서 역사는 과거와 현재의 대화라 했던가?


하늘이여                            上邪!

나 님과 서로 사랑하니           我欲與君相知

이 목숨 다하도록 변치말지니  長命無絶衰

산에 언덕이 닳아 없어진대도  山無陵

강물이 말라 없어진대도         江水爲竭

한겨울에 천둥이 친대도         冬雷震震

한여름에 눈이 내린대도         夏雨雪

하늘과 땅이 합쳐진대도         天地合

어찌 님과 헤어질 수 있으리    乃敢與君絶


2005.06.15 00:04:27


다음은 漢代 ‘고시십구수古詩十九首’ 중에 그 열 세 번째이니 이와 같은 民歌 성격이 짙은 시편은 원래 제목이 없는 일이 허다하니, 이것 역시 그런 신세지만 그 첫 줄을 제목으로 삼아 ‘구거상동문행驅車上東門行’이라 한다. 중국 고대 시가 제목 끝에 흔히 붙는 ‘行’은 노래 정도로 이해하면 된다. 모르겠다. 이것이 바로 ‘流行歌’의 ‘行’ 아니겠는가?

아래 시는 그 전체 맥락이 carpe diem에 가깝지만 그 이면은 무척이나 씁쓸하다. 불교의 無常을 떠올리며 짙은 니힐리즘이 있는가 하면, 그리하여 그런 자각에서 마치 마이클 잭슨의 thriller 뮤직 비디오를 보는 듯한 인상이다. 번역은 다듬어야 할 곳이 적지 않다.

더불어 먼 훗날 이태백의 춘아연도리원서春夜宴桃李園序를 연상케 한다.



 

驅車上東門 구루마 몰아 동문으로 오르니

遙望郭北墓 멀리 성곽 북쪽에 묘지 보이네

白楊何蕭蕭 백양나무 쏴쏴 살랑대고

松柏夾廣路 소나무 잣나무 넓은길 늘어섰네

下有陳死人 아래엔 죽은 지 오래된 사람들

杳杳即長暮 아득아득 길이 잠들었네

潛寐黃泉下 황천 아래 깃들어 잠든 채

千載永不寤 천년 지나 깨어나질 않네

浩浩陰陽移 끊임없이 시간은 흘러흘렀네

年命如朝露 목숨이란 아침 이슬 같고

人生忽如寄 인생이란 잠깐 맡기고 갈뿐

壽無金石固 목숨은 금석만큼 단단하지 않으니

萬歲更相送 만년이 흐르고 흘렀네

賢聖莫能度 성현조차 죽음 건너지 못하고

服食求神仙 약을 먹고 신선되고자 했지만

多為藥所誤 외려 그 약에 잘못된 일 많았네

不如飲美酒 차라리 좋은 술 마시고

被服紈與素 비단 옷 걸치고 놀아나 보네

《악부시집樂府詩集》에는 梁朝 武帝 소연蕭衍 撰으로 《河中之水歌》라는 이름으로 수록됐다. 《옥대신영玉臺新詠》에는 ‘歌辭’라는 두 편 연작시 중 제2편으로 실렸다. 그 전문과 옮김은 다음과 같다.



河中之水向東流 황하는 동쪽으로 흐르는데
洛陽女兒名莫愁 낙양 아가씨는 이름이 막수 
莫愁十三能織綺 막수는 열셋에 비단 짤 줄 알고
十四采桑南陌頭 열넷엔 남쪽 밭두렁서 뽕을 따다 
十五嫁與盧家婦 열다섯엔 노씨 집안 며느리 되어 
十六生兒字阿侯 열여섯엔 아들 낳아 이름이 아후 
盧家蘭室桂為梁 노씨집 규방은 계수로 들보 얹고
中有鬱金蘇合香 방에선 울금소합 향기 가득하네 
頭上金釵十二行 머리엔 금비녀 열두 줄로 꽂고
足下絲履五文章 발밑에선 비단 신발 오색 광채 
珊瑚挂鏡爛生光 거울 얹은 산호는 찬란하기만 하고
平頭奴子提履箱 하녀들은 신발 상자 들이미네 
人生富貴何所望 인생 부귀 바라서 무엇하리오
恨不嫁與東家王 옆집 총각 왕가랑 결혼했더라면


註釋:
(1) 蘭室:古代女子居室的美稱
(2) 鬱金蘇合香:兩種名貴的植物香料
(3) 五文章:縱橫交錯的美麗花紋
(4) 爛:光亮鮮麗.
(5) 平頭奴子:指戴平頭巾的僮僕
(6) 東家王:指王昌,為東平相散騎,早卒,婦為任城王曹子文女。


초중경처(焦仲卿妻) 공작동남비(孔雀東南飛)

출전 : 《악부시집》(樂府詩集) 卷 73 雜曲歌辭 13 

《焦仲卿妻》, 不知誰氏之所作也. 其序曰:“漢末建安中, 廬江府小吏焦仲卿妻劉氏, 爲仲卿母所遣, 自誓不嫁. 其家逼之, 乃沒水而死. 仲卿聞之, 亦自縊於庭樹. 時人傷之而爲此辭也.”

《焦仲卿妻》는 누가 지었는지 알 수 없다. 그 序에 이르기를 “漢末 建安 연간에 노강부廬江府 소리小吏인 초중경焦仲卿의 妻 유씨劉氏가 仲卿의 어머니에게 버림을 받아 스스로 맹세하기를 다시 시집가지 않겠다고 했다. 그 집안에서 그를 핍박하니 물에 빠져 죽었다. 仲卿이 이 소식을 듣고는 그 역시 뜰 앞 나무에다 목을 매 죽으니 당시 사람들이 이를 슬프게 여겨 이 노래를 지었다”고 했다.


孔雀東南飛 공작이 동남쪽에 날아가다 

五里一徘徊 5리마다 한 번씩 돌고도네 

十三能織素 13살에 흰 비단 짤 줄 알고

十四學裁衣 14살엔 옷 만들기 배웠네 

十五彈箜篌 15살엔 공후를 타고 

十六誦詩書 16살엔 시와 서를 외웠지요 

十七爲君婦 17살엔 당신 부인 되었으나 

心中常苦悲 마음엔 항상 슬픔 있었다오 

君旣爲府吏 당신은 관아 관리 되었지만 

守節情不移 절조 지켜 마음 딴 데 두지 않았지요 

賤妾留空房 천한 저는 빈방 지키며 

相見常日稀 보는 날 날마다 줄었지요 

雞鳴入機織 닭이 울면 베틀 올라 

夜夜不得息 밤마다 쉬지 못했지요 

三日斷五疋 사흘만에 다섯 필 짜도 

大人故嫌遲 시어머닌 더디다 꾸중하나 

非爲織作遲 베 짜는 일 더디지 않고

君家婦難爲 당신집 며느리일 어렵답니다 

妾不堪驅使 저는 그 닦달 견디지 못하여 

徒留無所施 공연히 머문들 소용없으니 

便可白公姥 바로 시어머니께 말씀드리니 

及時相遣歸 당장 네 집으로 가라 하더군요 

府吏得聞之 그 관리가 이 말 듣고는 

堂上啓阿母 방에 가서 어머니께 아뢰기를 

兒已薄祿相 저는 박복한 팔자라 했지만 

幸複得此婦 다행히도 이 사람 얻어 

結髮同枕席 결혼하고 잠자리 같이하며 

黃泉共爲友 황천과 함께하자 했습니다 

共事二三年 함께한지 두어해

始爾未爲久 결혼한지 얼마 되지 않으나 

女行無偏斜 저 사람에게 큰 잘못 없으니 

何意致不厚 왜 이리 야박하게 구십니까? 

阿母謂府吏 어머니가 아들에게 이르기를 

何乃太區區 왜 그리 바보 같이 구느냐 

此婦無禮節 이 얘는 버릇도 없고 

擧動自專由 모든 거동 제멋대로라 

吾意久懷忿 내가 오래 전에 분이 났으니 

汝豈得自由 넌 어찌하여 제멋대로인가? 

東家有賢女 동쪽 집에 똑똑한 딸이 있어 

自名秦羅敷 이름은 진나부라 하는데 

可憐體無比 사랑스럽기 비길 데 없다구나 

阿母爲汝求 어미가 그 아이 들일테니 

便可速遣之 어서 저 아이 쫓아내야 하니 

遣去愼莫留 보내곤 맘에 담아두지 마라

府吏長跪告 관리인 아들 꿇어 아뢰기를 

伏惟啓阿母 엎드려 어머니께 말씀드립니다 

今若遣此婦 지금 이 사람 쫓아버리시면 

終老不復取 평생 장가갈일 없습니다

阿母得聞之 어미가 그 말을 듣고는 

槌床便大怒 상을 치며 크게 노하기를 

小子無所畏 네 놈이 무서운 게 없느냐 

何敢助婦語 어찌 마누라를 두둔하누? 

吾已失恩義 내 이미 은의를 잃었으니 

會不相從許 네 말 따를 수 없느니라

府吏默無聲 관리는 묵묵히 아무말 못하고 

再拜還入戶 재배하고는 방으로 들어가 

擧言謂新婦 모든 사정 아내한테 얘기하니 

哽咽不能語 목이 메어 더 할 말 없네 

我自不驅卿 내가 당신 쫓을 생각 없지만 

逼迫有阿母 어머니가 저리도 핍박하시니 

卿但暫還家 잠깐 친정으로 가 있으면 

吾今且報府 나는 지금 관아에 가 있으리다 

不久當歸還 오래지 않아 돌아와 

還必相迎取 돌아가 기필코 맞아들이리다

以此下心意 이러니 마음 누르고 

愼勿違吾語 부디 내 말대로 해주어

新婦謂府吏 아내가 관아 관리에게 말하네 

勿複重紛紜 제발 복잡하게 만들지 마셔요

往昔初陽歲 지난날 겨울이 끝나던 초봄 

謝家來貴門 친정 떠나 귀한 가문에 와서 

奉事循公姥 받들어 시어머니 따랐으니 

進止敢自專 어찌 제 맘대로 했겠습니까 

晝夜勤作息 밤낮으로 부지런히 일하면서 

伶俜縈苦辛 혼자서 궂은 일 다 했지요 

謂言無罪過 아무리 생각해도 허물없고 

供養卒大恩 공양하며 큰은혜 갚자 했지요 

仍更被驅遣 하지만 갑자기 내쫓기니 

何言複來還 무슨 말로 다시 부르겠어요 

妾有繡腰襦 저한테 수놓은 저고리 있는데 

葳蕤自生光 무성한 꽃무늬 절로 빛나지요 

紅羅複頭帳 붉은 비단으로 휘장 만들고 

四角垂香囊 네 귀퉁이 향주머니 달았지요 

箱簾六七十 향갑과 상자 육칠십 개 

綠碧靑絲繩 녹색 청색 줄로 싸매니 

物物各自異 물건마다 각기 달라 

種種在其中 각종 물건 그 속에 있어요 

人賤物亦鄙 사람 천하고 물건 또한 천하니 

不足迎後人 뒷사람 들이기엔 모자라겠지만 

留待作遣施 두었다가 드리세요 

於今無會因 이제야 만날 인연 없을 테니 

時時爲安慰 가끔씩 이걸로 위안 삼으시고 

久久莫相忘 오래오래 절 잊지 마세요 

雞鳴外欲曙 닭이 울고 바깥이 밝으려매 

新婦起嚴妝 아내가 일어나 곱게 단장하네 

著我繡裌裙 자기가 수놓은 겹치마 걸치고 

事事四五通 단장하기를 너댓 번 

足下躡絲履 발에는 실로 짠 신발 신고 

頭上玳瑁光 머리엔 대모 비녀 빛나네 

腰若流紈素 허리엔 물결 같은 비단 걸치고 

耳著明月璫 귀에는 명월 귀걸이 걸었네 

指如削蔥根 손가락 매끈하기 파 줄기 같고 

口如含硃丹 입엔 붉은 구슬 머금은 듯 

纖纖作細步 사뿐사뿐한 걸음걸이 

精妙世無雙 정묘한 자태 비할 데 없네 

上堂謝阿母 방에 올라 시어머니 하직하니 

母聽去不止 시어미 가라 하고 말리지 않네 

昔作女兒時 옛날에 제가 어렸을 적에 

生小出野里 촌구석에서 태어났습니다 

本自無敎訓 본래 배운 바가 없어 

兼愧貴家子 귀한 가문 자식에 부끄럽고 

受母錢帛多 어머니께 물품 많이 받았지만 

不堪母驅使 어머니 구박 견딜 수 없어요 

今日還家去 오늘 다시 본가로 돌아가니 

念母勞家里 어머니 집안일 고생하실까 걱정입니다 

卻與小姑別 물러나 시누이와 이별하니 

淚落連珠子 흐르는 눈물 실 꿴 구슬 같네 

新婦初來時 제가 처음 왔을 땐 

小姑如我長 아기씬 나와 같은 나이 

勤心養公姥 부지런히 시부모 공양하면서 

好自相扶將 잘 지내며 돕고 끌어주었으니 

初七及下九 칠석과 하구에 

嬉戲莫相忘 즐겁게 놀때면 부디 잊지마오

出門登車去 문을 나서 수레 올라 떠나니 

涕落百餘行 눈물 흘러 백여 줄기가 되었네 

府吏馬在前 아들이 말 타고 앞서고 

新婦車在後 아낸 수레에 탄 채 뒤 따랐네 

隱隱何甸甸 덜컹덜컹 얼마나 처량한지 

俱會大道口 큰 길 입구에 같이 섰는데 

下馬入車中 말 내려 수레 들어가 

低頭共耳語 고개 숙이곤 귓속말 하기를 

誓不相隔卿 맹세건대 헤어지지 않겠소 

且暫還家去 잠깐 집으로 돌아가 있으면 

吾今且赴府 내 금방 관아로 갔다가 

不久當還歸 이내 반드시 돌아올 테니 

誓天不相負 하늘에 맹세컨대 버리지 않겠소

新婦謂府吏 아내가 아들에게 말했네 

感君區區懷 당신 자상한 마음 고맙습니다 

君旣若見錄 당신이 이리 절 기억해 주시니 

不久望君來 오래지 않아 당신 오실테지요 

君當作磐石 당신 반석과 같으시고 

妾當作蒲葦 저는 부들 갈대 같으리니 

蒲葦紉如絲 부들 갈댄 실처럼 질기며 

磐石無轉移 반석 또한 옮길 수 없지요 

我有親父兄 제겐 부모님과 오빠 계시니 

性行暴如雷 성격 급함이 우레와 같아 

恐不任我意 제 뜻에 맡겨두지 않으시고 

逆以煎我懷 제 마음 끓게 할까 걱정입니다

擧手長勞勞 손들어 오래도록 근심하며 

二情同依依 두 사람 못내 헤어지지 못하네 

入門上家堂 집으로 들어가 당으로 오르니 

進退無顔儀 나아가 뵐 면목 없네 

阿母大拊掌 어머니 크게 놀라 손을 치며

不圖子自歸 네가 제발로 돌아오다니 

十三敎汝織 13살에 네게 길쌈 가르치고 

十四能裁衣 14살엔 옷 마름도 할 줄 알고 

十五彈箜篌 15살엔 공후를 타고 

十六知禮儀 16살엔 예의를 알아 

十七遣汝嫁 17살에 널 시집보내며 

謂言無誓違 어기지 않으리라 생각했거늘 

汝今無罪過 네가 지금 아무 잘못도 없이 

不迎而自歸 부르지 않았는데 제발로 왔더냐

蘭芝慚阿母 난지가 어머니께 부끄러워

兒實無罪過 제겐 정말 아무 잘못없어요

阿母大悲摧 어머니 크게 상심했네 

還家十餘日 집에 돌아온지 10여 일 

縣令遣媒來 현령이 보낸 매파 와서 

云有第三郞 이르기를 셋째 아들 있어 

窈窕世無雙 잘 생기기 세상에 짝이 없고

年始十八九 나이 이제 막 열아홉에 

便言多令才 말솜씨 좋고 재주도 좋습니다

阿母謂阿女 어머니 딸에게 이르기를 

汝可去應之 너가 가서 매파 응대하라 

阿女銜淚答 딸이 눈물 머금고 답하기를 

蘭芝初還時 난지가 처음 돌아올 때 

府吏見丁寧 남편이 부디 당부하길 

結誓不別離 맹세하여 헤어지지 말자 했어요

今日違情義 오늘 그런 정의를 어긴다면 

恐此事非奇 이런 일은 좋지 않을 듯합니다 

自可斷來信 어머니 직접 매파 거절하시어 

徐徐更謂之 천천히 생각하자 말씀드리세요 

阿母白媒人 어머니가 매파에게 말하기를 

貧賤有此女 빈천한 제게 이 딸이 있어 

始適還家門 이제 막 집으로 돌아왔으니 

不堪吏人婦 관리 아내도 감당치 못했거늘 

豈合令郞君 어찌 낭군과 어울리리오? 

幸可廣問訊 부디 더 널리 알아보시고 

不得便相許 청혼 받아들이지 못하겠습니다

媒人去數日 매파가 돌아간 지 며칠 뒤 

尋遣丞請還 태수 군승 보내 청혼하러 왔네 

說有蘭家女 이르기를 난지 아씨가 있어 

承籍有宦官 대대로 관리 집안이라 했습니다

云有第五郞 태수 이르기를 다섯째 아들은 

嬌逸未有婚 잘생기고 아직 결혼하지 않았으니 

遣丞爲媒人 군승을 매파로 삼아 보내니 

主簿通語言 주부가 이 말을 군승에게 전해주게”

直說太守家 군승이 어머니께 직접 말하기를 태수 집안에 

有此令郞君 이처럼 훌륭한 아드님 있으니 

旣欲結大義 대의를 맺고자 하시어 

故遣來貴門 저를 귀댁에 보냈습니다 

阿母謝媒人 어머니가 매파를 거절하며 이르기를 

女子先有誓 딸에게 먼저 맹세한 사람이 있다 하니 

老姥豈敢言 이 늙은 어미가 감히 뭐라 하겠습니까”

阿兄得聞之 오라비가 이 말을 듣고는 

悵然心中煩 버럭 부아가 치솟아 

擧言謂阿妹 여동생에게 말하기를 

作計何不量 어찌 그리밖에 생각하지 못하냐 

先嫁得府吏 먼젓번에는 관아 관리에게 시집갔다가 

後嫁得郞君 이젠 이런 좋은 신랑을 얻을 수 있다는데 

否泰如天地 그 좋고 나쁨은 하늘과 땅의 차이와 같아 

足以榮汝身 족히 네 몸을 영화롭게 할 수 있거늘 

不嫁義郞體 지체 높은 도령께 시집가지 않겠다니 

其住欲何云 장차 어찌 하겠다는 말이냐?

蘭芝仰頭答 난지가 머리 들고 대답하기를 

理實如兄言 이치로 보자면 오라버니 말씀과 같아요 

謝家事夫婿 집 떠나 남편 모시다간 

中道還兄門 도중에 오라버니 집으로 돌아왔으니 

處分適兄意 처분은 오라버니 뜻을 따라야지 

那得自任專 어찌 제 맘대로 할 수 있겠습니까 

雖與府吏要 비록 관아 관리와 약속했다 하나 

渠會永無緣 그와 다시 만날 인연은 영원히 없습니다 

登卽相許和 당장 청혼을 허락하신다면 

便可作婚姻 바로 혼인할 수 있습니다 

媒人下床去 매파가 상에서 일어나 떠나면서 

諾諾複爾爾 예, 예, 그리하겠습니다 했네 

還部白府君 관아에 돌아와 태수에게 고하기를 

下官奉使命 하관이 태수님 명을 받들어 

言談大有緣 말씀을 드려 잘 되었습니다

府君得聞之 태수가 이 말을 듣고는 

心中大歡喜 마음속으로 크게 기뻐하며 

視曆複開書 달력을 펴서 뒤적이고는 

便利此月內 이번 달 안이 좋다 하고 

六合正相應 육합 또한 맞는다 하고는 

良吉三十日 길일이 30일이라 

今已二十七 오늘이 27일이니 

卿可去成婚 그대가 가서 결혼식 준비하게 

交語速裝束 명을 내려 속히 준비하게 하니 

絡繹如浮雲 사람들이 구름처럼 몰렸네 

靑雀白鵠舫 청작과 백호를 배들엔 

四角龍子幡 네 귀퉁이에 용 그려 깃발 세우니 

婀娜隨風轉 하늘하늘 바람 따라 움직이네 

金車玉作輪 금수레 옥으로 바퀴 만들고 

躑躅靑驄馬 머뭇머뭇 청총마 

流蘇金鏤鞍 금 넣은 안장엔 술 흔들리네 

齎錢三百萬 보낸 돈이 300만 

皆用靑絲穿 모두 푸른 실로 꿰었네 

雜彩三百匹 잡채가 300필 

交廣市鮭珍 교주와 광주에서 진귀한 해산물 구해왔네 

從人四五百 시종이 사오백명 

鬱鬱登郡門 빼곡이 태수 관아 올랐네 

阿母謂阿女 어머니가 딸에게 이르기를 

適得府君書 마침 태수님 편지를 받았는데 

明日來迎汝 내일 와서 너를 맞는다구나 

何不作衣裳 왜 옷을 만들지 않느냐 

莫令事不擧 일을 그르치지 말도록 하라 

阿女默無聲 딸은 아무 말도 없이 

手巾掩口啼 손으론 입을 막고 울뿐 

淚落便如瀉 눈물 흘러 콸콸 쏟아지듯 

移我琉璃榻 자기 유리 탑상 옮기고는 

出置前窗下 창 앞으로 내어 놓았네 

左手持刀尺 왼손으론 칼과 자를 잡고 

右手執綾羅 오른손으론 능라 잡고는 

朝成繡裌裙 아침이 되어 수놓은 저고리 만들고 

晚成單羅衫 저녁이 되어서는 홑 나삼 만들었네 

晻晻日欲暝 어둑어둑 해가 지려하니 

愁思出門啼 근심 걱정에 문을 나와 흐느끼네 

府吏聞此變 관아 관리가 이런 변을 듣고는 

因求假暫歸 휴가를 얻어 잠시 귀가하여 

未至二三里 아직 2~3리 남았는데 

摧藏馬悲哀 창자 끊어지듯 말 또한 슬퍼하네 

新婦識馬聲 아내가 말소리 알아듣고는 

躡履相逢迎 신발 싣고 맞으니 

悵然遙相望 구슬피 멀리 바라보고는 

知是故人來 옛 남편 왔음을 알았네 

擧手拍馬鞍 손들어 말안장 쓰다듬으며 

嗟歎使心傷 한탄하니 사람 마음 상하네 

自君別我後 당신과 이별한 이래 

人事不可量 사람 일이란 헤아리기 어렵습니다 

果不如先願 과연 먼젓번 바람과는 같지 않았습니다 

又非君所詳 또 당신이 자세히 알지도 못하지요 

我有親父母 제겐 부모님이 계시고 

逼迫兼弟兄 핍박하는 오라버니도 계세요 

以我應他人 날더러 다른 사람 맞으라 하니 

君還何所望 당신은 이제 무얼 바라시나요

府吏謂新婦 관아 관리 아내에게 이르기를 

賀卿得高遷 축하하오, 당신 지체 높아진다니 

磐石方且厚 반석은 이제 두터워질 테니 

可以卒千年 천년을 가겠지요 

蒲葦一時紉 부들 자린 잠깐 질길 뿐 

便作旦夕間 문득 조석간만만 견딜 뿐 

卿當日勝貴 당신은 나날이 높아지겠지만 

吾獨向黃泉 난 홀로 황천으로 가려하오

新婦謂府吏 아내가 관아 관리에게 이르기를 

何意出此言 무슨 뜻으로 이런 말 하세요

同是被逼迫 같은 때 핍박을 받았으니 

君爾妾亦然 당신도 그렇게 저 역시 그렇답니다 

黃泉下相見 황천에서 만날 테니 

勿違今日言 오늘 말씀 어기지 마세요

執手分道去 손잡고 길을 달리하여 가니 

各各還家門 각자 집으로 돌아갔네 

生人作死別 산 사람 사별하니 

恨恨那可論 한탄, 또 한탄스러움을 어찌 말하리오 

念與世間辭 세상 이별하고자 생각하니 

千萬不復全 다시 살고픈 맘 추호도 없네 

府使還家去 관아 관리가 집으로 돌아가 

上堂拜阿母: 당에 올라 어머니께 절하고는 

今日大風寒 오늘 세찬 바람 불고 날씨 추우니 

寒風摧樹木 찬바람에 나무 가지 부러지고 

嚴霜結庭蘭 된서리 뜰 앞 난초에 맺혔네요 

兒今日冥冥 저는 오늘 날이 어둑어둑하여 

令母在後單 어머니를 뒤에 홀로 남겨두니 

故作不良計 일부러 좋지 않은 생각을 하니 

勿複怨鬼神 다시는 귀신일랑 원망 마세요 

命如南山石 목숨은 남산 돌 같으시고 

四體康且直 몸은 강녕하시옵소서

阿母得聞之 어머니가 이 말을 듣고는 

零淚應聲落 내치는 소리에 눈물이 흘러 내렸네 

汝是大家子 넌 큰 집안 아들이라 

仕宦於台閣 선대는 대각에서 일하셨으니 

愼勿爲婦死 부디 여자 때문에 죽을 생각 말라 

貴賤情何薄 천함과 귀함의 사정이 어찌 박하리오 

東家有賢女 동쪽 동네에게 똑똑한 처녀 있어 

窈窕豔城郭 곱기는 성곽에서 제일이란다 

阿母爲汝求 이 어미가 널 위해 청혼할 테니 

便複在旦夕 조석간에 해결할 테다 

府吏再拜還 관아 관리가 재배하고 물러나 

長歎空房中 길게 빈방에서 탄식했네 

作計乃爾立 계획이 이렇게 만들어지니 

轉頭向戶裏 고대 돌려 방 안을 향하니 

漸見愁煎迫 점점 근심이 엄습했네 

其日牛馬嘶 그날이 되어 소와 말이 붐비고 

新婦入靑廬 신부가 푸른 천막으로 나아가네 

庵庵黃昏後 어둑어둑 황혼이 지난 뒤 

寂寂人定初 적막한 인정 시각이 막 되어 

我命絶今日 내 목숨 오늘로 끝이라 

魂去屍長留 혼은 떠나고 몸만 길이 남으리

攬裙脫絲履 치마 쥐고 실로 짠 신발 벗고는 

擧身赴淸池 온 몸은 푸른 연못으로 갔네 

府吏聞此事 관아 관리가 이런 일을 듣고는 

心知長別離 마음으로 긴 이별을 알았네 

徘徊庭樹下 뜰 앞 나무 아래를 배회하다 

自掛東南枝 스스로 동남쪽 가지에 목을 맸네 

兩家求合葬 두 집안 합장하고자 하여 

合葬華山傍 화산 아래다 합장하고는 

東西植松柏 동서쪽에는 소나무 측백나무 심고 

左右種梧桐 좌우엔 오동나무 심으니 

枝枝相覆蓋 가지마다 서로 덮고 

葉葉相交通 이파리마다 서로 얽혔네 

中有雙飛鳥 그 가운데 두 마리 나는 새 있어 

自名爲鴛鴦 이름을 원앙이라 하네 

仰頭相向鳴 머리 들어 서로를 향해 우니 

夜夜達五更 밤마다 그 소리 새벽까지 이어지니 

行人駐足聽 길 가던 사람 걸음 멈추고 들으며 

寡婦起傍徨 과부는 일어나 방황하네 

多謝後世人 부디 당부하노니 후세 사람들이여 

戒之愼勿忘 이를 경계하여 삼가 잊지 말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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